전쟁통에 美中 샅바 싸움 군불, 원유 충돌 추가 [트럼프 스톡커]
2026.05.04 05:31
14~15일 트럼프 방중 앞두고 상호 제재 군불
美 AI·원유, 中 희토류·대만...고위 접촉 시작
해협 봉쇄도 의제...이란 중재 요구할 가능성
연준 파월 이사직 잔류 두고 잡음 나올 수도
종전 교착 여전히 변수...4월 고용보고서 주목
미국은 AI 반도체와 이란 원유, 중국은 희토류와 대만...상호 제재 군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또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중국 반도체 기술을 겨냥해 지난달에만 20건의 신규 수출 통제 조치를 진전시켰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 규제와 관련해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들도 보조를 맞추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 때는 없던 의제인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문제도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구매하는 중국 산둥성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와 거래를 금지했다. 이어 외국 기관이 이 같은 행위를 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보’를 발령했다. 해외자산통제국은 중국이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구매하고 있고, 소규모 민간 정유사를 통해 대부분을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반격 카드는 역시 희토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희토류 채굴·제련·유통 등 모든 과정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담은 ‘희토류 관리 규정에 따른 행정처벌 기준표 초안’을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희토류 지배력은 미중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에 강력한 협상력을 제공한다”며 “1조 4000억 달러(약 2000조 원) 규모 미국 경제가 희토류를 쓰는 산업과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릴 것이라고 봤다. 대만 문제 또한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더 나아간 ‘반대한다’는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이란 중재 요구할 수도...고위급 접촉 시작
이란은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부터 내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항복하길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지난달 13일부터 해상 봉쇄에 돌입했다. 이 해협은 전쟁 이전까지 전 세계 하루 원유 물동량 약 20%가 오가던 곳이다. 이란산 원유의 90%가량을 수입하는 중국의 시 주석은 그간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주석은 지난달 20일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통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정상적 항행이 가능하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돌연 양국 사이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NYT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이란 종전 관련 역할을 중국에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AFP통신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휴전 협상을 촉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들었다”고 수긍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이 2주 안으로 다가오면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양국 고위급도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30일 화상 통화를 나눴다. 중국 CCTV는 허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에게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엄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나는 중국의 최근 도발적 역외 규제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날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간 전화 통화도 있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루비오 장관에게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 관계의 최대 리스크”라며 “미국은 응당 약속을 지키고 올바른 결정을 해 중미 협력에 새로운 공간을 열고 세계 평화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고 이는 놀라운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 불확실성 여전...파월 이사직 잔류 잡음, 4월 고용보고서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같은 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란은 합의를 원하지만, 나는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 플로리다주 연설에서 “조기 철수해서 3년 뒤에 문제가 발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가는 25% 떨어지고 유가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며 “유가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폭락할 것”이라며 장담했다.
이번주에는 또 파월 의장의 15일 의장직 퇴임을 앞두고 이사직 잔류를 둘러싼 잡음이 나올 수도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15일 의장 임기가 종료된 뒤에도 당분간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파월 의장은 “수사가 투명하고도 최종적이고 완벽하게 종결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사로서 조용히(low profile)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너무 늦은’ 파월 의장은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연준에 남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아무도 그를 원치 않는다”고 조롱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의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상쇄하며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끈 실적 시즌도 주목할 부분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주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의 호실적 등을 발판으로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운 바 있다. 4일 장 마감 뒤에는 앤스로피의 사이버 보안 도구 ‘미토스’ 출시 이후 주가가 눌린 AI 방산 업체 팰런티어의 실적이 공개된다.
경제 지표로는 8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할 4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주시해야 한다. 3월에는 이란 전쟁 발발에도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2월보다 17만 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와 5만 9000명만 늘었을 것으로 본 월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는 연준이 지난달 자신 있게 기준금리를 동결한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5일에는 4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일에는 3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5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각각 나온다. 3~6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기술·정책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도 귀 기울일 만한 행사다.
이란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주도 증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는 한 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지정학적 불안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주가와 유가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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