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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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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시선] 우리시대의영화㉝ 베테랑 - 시대의 결핍을 타격하는 류승완식 장르의 문법

2026.05.03 12:00


(사진 출처=CJ ENM)

류승완 감독은 첫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통해, 밑바닥 인생의 처절한 폭력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던 과감함에서 시작해, 액션의 장르적 관습을 한국적 맥락으로 재해석해내는 노련한 승부사로 거듭났다.

초기작의 리얼리즘과 <부당거래>(2010)의 사회 구조적 통찰을 거쳐 도달한 대중적 흥행의 정점이 바로 <베테랑>(2015)이다.

이 작품은 <투캅스>(1993)와 <공공의 적>(2002)으로 이어져 온 '투박한 정의감을 가진 한국형 형사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응징하는 틀을 넘어 자본이 구축한 견고한 ‘사적 요새’의 논리를 정교하게 해부한다.

류승완 특유의 해학적인 대사와 일상적 공간을 활용한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1,300만 관객에게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고, 법망 뒤에 은폐되어 있던 '밀실'의 폭력을 도시의 가장 번잡한 한복판으로 강제 인양해낸다.

<베테랑>은 2010년대 한국 사회가 갈망했던 투명한 정의에 대한 열망을 장르 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사진 출처=CJ ENM)

영화 속 조태오(유아인 분)가 점유하는 공간은 현실의 물리적 좌표 위에 있으나, 그 작동 원리는 마치 주권이 중첩된 사적 영역처럼 기능한다.

마천루 꼭대기의 집무실, 두꺼운 커튼으로 외부와 단절된 프라이빗 클럽은 법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면서도 실제로는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다.

이 밀실의 배타성은 배 기사(정웅인 분)가 사무실로 호출되는 장면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전경은 조태오에게 도시 전체를 소유한 듯한 전능감을 부여하지만, 그 유리벽 안쪽은 오직 권력의 논리만이 작동하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아이의 눈앞에서 자행되는 폭력은 관객의 윤리적 저항선을 허물고, 긴장감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그 광기가 유통되는 과정, 즉 폭행의 사후 처리를 '비즈니스'와 '절차'라는 명목으로 관리하는 전문직 조력자들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조태오가 휘두르는 물리적 폭력이 사회적 파장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이유는 최 상무(유해진 분)와 법률 전문가들의 기민한 행정 처리 덕분이다.

최 상무는 조태오의 광기를 비난하거나 동조하지 않는다. 그에게 폭력은 그저 처리해야 할 '리스크'이며 인간의 존엄은 '지불 가능한 비용'으로 환산될 뿐이다.

그가 보여주는 관료주의적 유능함은 조태오의 개인적 악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견고하다.

법률 자문단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법의 정신을 수호하는 대신, 법의 허점을 찾아내 폭력에 정당한 알리바이를 입히는 화이트칼라 기술자로 활약한다.

이들은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도 시스템을 이용해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이러한 가해의 외주화는 밀실의 폭력을 지속시키는 거대한 성벽이 된다.


(사진 출처=CJ ENM)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은 이 견고한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돌발 변수다.

그는 타락한 공적 시스템 내부에서 유일하게 통제되지 않는 인물이다.

이미 경찰 내부의 관료주의와 상층부의 결탁이 조태오의 성벽에 흡수된 상황에서, 서도철은 세련된 법리 싸움이나 절차를 건너뛰고 자신의 몸을 직접 던져 밀실의 문을 두드린다.

서도철의 주먹이 조태오의 얼굴에 닿는 순간의 쾌감은, 정교한 권력의 그물망을 뚫고 들어간 원초적인 육체의 응징에 대한 환호다.

아무리 세련된 언어와 전문적인 절차로 포장하더라도, 타격의 고통과 상처는 속일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CJ ENM)

영화의 결말,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난전은 상징적이다.

서도철의 물리적 투쟁과 동료들의 조직적 조력이 실질적인 단죄를 이끌어냈다면, 주위를 에워싼 시민들의 스마트폰 렌즈는 그 단죄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승인 절차였다.

개개인의 스마트폰은 성벽 뒤에 숨어있던 밀실의 광기를 광장의 네온사인 아래로 강제 소환해냈다.

<베테랑>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은 악인을 넘어, 그 악인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유능한 침묵자들에게 향한다.

자신의 직업적 도구가 강자의 성벽을 쌓는 벽돌로 쓰이고 있음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 순간, 우리 모두는 또 다른 형태의 최 상무가 된다. 개개인의 시선이 모여 광장의 정의를 회복할 때, 비로소 밀실의 폭력은 갈 곳을 잃는다.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형 액션이 단순한 유희를 넘어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또한 그는 흔한 일상의 풍경 속에 팽팽한 긴장감을 심어, 그곳을 거친 사투의 현장으로 변모시키는 데 능하다.

화려한 미장센보다 뜨거운 현장성을, 세련된 법리보다 투박한 상식을 우선시하는 그의 연출 철학은 대중의 결핍을 정확히 관통했다.

영화 <베테랑1>의 이야기들

하나,
영화 후반부, 서도철과 유아인의 격투 장면은 사실 명동이 아니라 청주 시내에서 촬영되었다.

둘,
밤 늦게 현장에 도착한 마동석은 우연히 보게된 아트박스 상호를 보고 자신의 역할을 만들었다.

셋,
조태오는 정관수술을 한 상태로, 스폰 관계였던 배우 다혜의 임신 사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거짓인데, 이는 삭제 장면에 있는 내용이다.

넷,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 역에 류승범이 관심이 있었으나, <부당거래>의 캐릭터와 겹친다고 판단하여 고사했다.

글: 영화평론가 강선화

[연관 기사] 우리시대의영화 다른 기사 보기
https://news.kbs.co.kr/special/films2025/main.htm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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