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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연쇄 성폭행범 아들을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2026.05.03 11:09

국립극단의 ‘그의 어머니’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 인터뷰
2011년 캐나다 초연… 지난해 국내 초연에서 큰 반향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그의 어머니’. 올해는 배우 진서연이 주역을 맡았다. (c)국립극단


성공한 건축설계사 브렌다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운다. 새로운 일과 이사 준비에 들떴던 그의 일상은 17세의 큰아들 매튜가 하룻밤에 소녀 3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가택연금 처분을 받으며 산산조각 난다. 집 밖엔 취재진과 매튜의 범죄에 항의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브렌다는 등교를 거부하는 둘째 아들 제이슨을 달래는 한편 매튜가 소년범으로 유리하게 재판받도록 변호사 로버트 상의해야 한다. 매튜 때문에 사실상 집에 갇힌 브렌다는 자식을 사랑하는 모정과 연쇄 성폭행범 아들에 대한 혐오 사이에서 갈등한다. 여기에 전 남편이 제이슨을 데려가려고 찾아오면서 신경이 한층 날카로워진다. 결국, 2주간 이런 날이 지속되며 브렌다는 무너져내린다.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선보이는 연극 ‘그의 어머니’(~1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의 줄거리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한국 초연 당시 가해자 부모의 고통이라는 소재와 배우 김선영의 열연이 더해져 큰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배우 진서연이 브렌다 역을 맡아 작품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그의 어머니’의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 (c)국립극단


올해 ‘그의 어머니’ 재연에 맞춰 방한한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는 최근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이 작품은 내 주변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에서 착안했다. 실제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어머니가 지인이었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과 그의 어머니, 이 모자 관계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는 한편 어머니의 사랑이 어느 시점에 소멸하는지 관찰했다”고 밝혔다.

플레이시는 캐나다에서 연극 애호가이자 특수교육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그리고 예술학교에 다니며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캐나다 맥길 대학 졸업 이후 영국 런던으로 터전을 옮긴 그는 극작 석사 과정을 밟는 한편 극장과 학교에서 청소년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0년 청소년 연극 ‘바나나’가 런던에서 공연된 데 이어 2011년 캐나다 희곡 공모전에 ‘그의 어머니’가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오렌지 북극곰’ 등 다양한 연극과 ‘소울메이트’ 등의 드라마를 썼다.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그의 어머니’. (c)국립극단


“뉴스에서 접하는 범죄가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요. ‘그의 어머니’는 범죄가 우리 모두의 가족에게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와 함께 이런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피해자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하지만,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릅니다. 극작가로서 그런 부분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흔히 범죄와 관련해 가해자 서사는 비판을 받는다. 자칫 범죄의 원인을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정신질환 등과 연관 지어 범죄의 잔혹함을 희석하고 면죄부를 줄 수 있어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고통과 기억을 지우고, 피해자 유족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 가족의 서사는 어떨까. ‘그의 어머니’에서 브렌다는 언론에서 아들이 괴물로 묘사되는 만큼 자동적으로 괴물의 어머니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제이슨은 형 때문에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그의 어머니’. (c)국립극단


“극작가로서 저는 관객이 극 중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기보다는 캐릭터를 분석하도록 초점을 맞춥니다. 관객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저 스스로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질문에 대한 답을 담은 희곡이라면 매우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복잡한 질문들이 던져졌다는 겁니다.”

명확하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양가감정은 플레이시의 극작 활동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감옥에서 태어난 소녀에 대한 ‘할러웨이 존스’ 그리고 감옥에서 복역 중이거나 복역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과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작 ‘라이퍼스’ 등은 그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그는 “사회가 소외시키고 망각한 인물들을 우리가 어떻게 교화시키고 그들과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양가감정이 관객들에게 계속 생각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하는 것은 연극의 본질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극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 ‘그의 어머니’의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오른쪽)와 연출가 류주연 (c)국립극단


다만 지난해 ‘그의 어머니’ 국내 초연에서 일부 대사가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동일시한다는 관객의 지적이 있었다. 바로 브렌다가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난 뒤에 “나는 내 아들의 일부를 잃었고 그녀는 딸의 일부를 잃었다”는 대사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연출가 류주연은 올해 공연에서 이 대사를 빼는 한편 범죄의 무게와 그에 따른 가해자 가족의 무너진 일상에 더욱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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