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현장]선거 후 우린 더 평등해져야 한다
2026.05.03 19:55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또래 친구들과 수련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던 트랜스젠더 학생 ‘은성’(활동명)의 소박한 바람은 끝내 좌절됐다.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아 숙소가 배정되길 원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고 교육청 역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퇴를 선택해야 했고, 1년 넘게 좌절과 분노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찾아가 직접 진정을 제기했고, 2024년 10월 인권위는 서울시교육청에 학교 내 성별 분리 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조사 실시, 상담 지원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시교육청은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해당 학생은 검정고시를 마친 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는 6월3일 지방선거에서 트랜스젠더 시민으로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차별을 겪고도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는 과연 누구에게 표를 던질 수 있을까. 혹은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과 함께 투표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앞선다.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관련 소식은 넘쳐나지만, 거대 정당과 일부 후보에 집중된 보도로 인해 누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뒤덮인 선거 국면에서 무지개색 인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선거 시기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내란 정당의 뻔뻔한 모습과 서울, 경기 등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자니, 솔직히 한 표 행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선거를 거쳐오며 ‘이번에는 혹시’라는 기대와 ‘역시나’라는 실망 사이를 반복해왔다. 성소수자 관련 정책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거대 정당의 태도와 선거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경험했지만, 정해진 시기마다 찾아오는 선거야말로 유일하게 성소수자로서 후보를 평가하고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소수자 인권을 외면하지 말라는 외침도, 투표장을 향한 발걸음도 멈출 수 없었다.
지난 4월30일 성소수자 단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정책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성소수자 가족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 괴롭힘과 차별이 없는 학교를 위해 외친 요구들은 그 자체로 간절했고, 선거 이후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몇몇 진보정당 후보자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 기자회견은 단 한 곳의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성소수자 유권자가 공론장에서 얼마나 보이지 않는 존재인지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성소수자 유권자들의 표심을 신경 쓰고 있는 정치가 없다 보니 때론 이처럼 지독한 무관심이 현실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은성’과 같이 자신이 겪었던 차별에 침묵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는 한, 그 요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신경이 쓰이게 될 것이다. 차별이 전혀 없는 무해한 사회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차별을 겪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와 정치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 이번 선거에서 꼭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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