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만 되면 60대 부부가 열심히 두드리는 것
2026.05.03 19:01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내용은 농산물앱테크. 가상의 세계에서 농부 역할을 했더니 얼마 후 진짜 고구마를 택배로 받았다면서 좋아라 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실물을 받고 신나하던 그들에게 나는 거침없이 조언했다.
"그거 들여다보는 시간에 차라리 알바를 해서 고구마를 사 먹어."
당시 그 조언이 불쾌했는지 지인들은 앱테크에 대해서는 나와 말도 섞지 않았다. 그렇게 조언하던 내가 매일 한 시간씩 핸드폰 삼매경이다.
동전 몇 개를 얻는 게 만족스럽다
| ▲ 걷기 관련 앱테크는 우후죽순 전국춘추시대다. |
| ⓒ towfiqu999999 on Unsplash |
하루 1만보를 걸으면 100원이 생긴다. 금전적 보상이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어느 의사의 이 아이디어가 앱테크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시스템이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 핸드폰을 흔드는 사람중에 십중팔구는 걸음수를 올리는 행동이었다.
이후 걷기 관련 앱테크는 우후죽순 전국춘추시대다. 순수 걷기앱이 있는가 하면 은행, 서울시, 지자체와 연계한 걷기포인트도 있다. 운동뿐이 아니다. 영어공부, 영수증, 퀴즈풀기, 수면, 거기에 친구와 함께 받는 포인트도 있다.
지인의 사무실에서는 아침인사가 " 다들 00켜~"라고 한다. 해당 앱을 열면 여러 사람의 이름이 뜨고 그 이름을 누르면 10원을 받는다. 기껏해야 50~60원이지만 그게 일과의 재미다. 신도림역과 천호역은 해당앱의 성지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누군가와 같은 앱을 켜서 받는 50원,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부담감보다 동전 몇 개를 얻는 게 만족스럽다.
"영수증을 올리면 왜 돈을 줘?"
영수증이 무슨 돈이 될까 하겠지만 거의 모든 앱테크의 자원은 광고다. 30초 내외의 그것도 무한반복되는 광고 시청은 추가 소득이 따른다. 다른 앱에서도 수 차례 보았던 광고라 너무너무 지겹지만 일상을 넘어 중독이 된 동전벌이다.
신도림역과 천호역이 성지라는 해당 앱에서 누르기만 하면 적게는 2원에서 최고 20원을 받는 이벤트가 있는데 20원에 당첨되면 의기양양, 2원이 되면 그렇게 낙심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그만해야겠다란 마음을 먹지만 누군가의 40만 원대가 넘는 소득인증을 보면 '조금만 더 해봐' 약이 오르기도한다.
남편은 책벌레란 별명이 과하지 않았다. 침대고 소파고 입원했을 때도 책을 읽었다. 나이가 들어 전보다는 덜하긴해도 책 사이사이 메모와 꽂아 둔 연필이 그의 책사랑을 증명했다. 나 또한 TV나 핸드폰보다 활자를 선호해 도서관을 즐겨 간 부류였다.
그러나 이 앱테크의 싼 맛에 빠져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채 읽지도 못하고 반납되는 경우가 생기더니 그나마도 뚝이다. 남편은 말할 것도 없다. 은행 앱에서 은행 일만 보면 되는데 그 몇 푼 당첨되는 기회를 놓칠까 봐 누름 반복이다.
10원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 ▲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밤 11시가 되면 부부는 당일 마감에 마음이 바쁘다. 오늘 걷기 보상은 다 받았는지, 일주일 보상을 놓칠까 열심히 두드려본다. 건강을 위해 걸었던 의지 대신 포인트를 받겠다는 생각에 골프칠 때도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삼삼오오 모여도 즐거운 수다 대신 "00켜 봐" 하며 10원을 더 받을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느라 핸드폰을 내려놓지도 못 한다.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두드리니 손가락도 아프고 눈도 피곤하지만 앱테크는 어느 순간 소소한 즐거움이 아닌 일이 된 것 같다. 반복되는 광고에 홀라당 넘어가 충동구매를 하는가 하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영수증은 쓰레기다.
앱테크에 관심 없다는 한 지인은 나에게 "누구는 10원 20원이 없어서 받냐, 재미로 동참하는 거지"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예전 "차라리 그 시간에 나가서 일을 하고 그 돈으로 고구마를 사 먹어"란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속으로 얼마나 욕했을지 이제야 가늠이 된다.
피자 쿠폰을 여러 장 모으면 피자 한 판을, 중국집 쿠폰을 모으면 탕수육을 주는 음식점 쿠폰 마케팅은 그나마 충성 고객을 위함이었다. 그와 달리 앱테크는 강제 광고 시청으로 얻는 티끌이다. 노력에 비해 얻는 건 적고 잃는 게 많다. 그런데도 "다들 00켜~ 잡았다 10원!" 이날 이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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