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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부동산에 자금 묶여… 주식·채권으로 산업투자 전환해야" [FIND 인터뷰]

2026.05.03 18:55

나카오 타케히코 CIES 의장
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강조
은행, 미래산업 성장 기준 자본 배분을
당국 생산적 금융 기조와 동일한 맥락
고금리 수준 유지 자금조달 비용 상향
부동산 시장 과열신호 줄 필요성 있어
스타트업 등 모니터링·자문 역할 중요
위험분산 강화, 저축에서 투자로 연결
은행대출 별도 벤처자금 등 경로 확대
토지 등 담보 중심 의사결정 벗어나야
AI 버블, 금융 시스템 잠재적 위험 요소
데이터센터 등 민간이 리스크 감당 불가
정부 지원책과 산업경쟁 맞물려야 성과
기업은 인적자본·설비 등 과감한 투자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낸 나카오 타케히코 국제경제전략센터(CIES) 의장은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자본이 이동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범준 기자
"은행은 (부동산과 같은) 담보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성장성과 기회를 기준으로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낸 나카오 타케히코 국제경제전략센터(CIES) 의장은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의 자금 흐름을 산업·기업으로 전환해 국가 성장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의 자금배분 기준을 담보에서 산업의 미래 가치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나카오 의장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에서 자본배분 구조가 왜곡됐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며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고착됐다고 봤다. 그는 금융이 여전히 부동산 중심의 자금배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자본이 이동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나카오 의장은 "금융의 역할은 성장의 원천을 찾고, 그에 맞춰 자본과 신용을 배분하는 데 있다"며 "채권과 주식 발행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 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며 유동성이 크게 늘었고, 이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됐다. 또 여성의 노동참여 확대 등으로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더 높은 가격의 부동산을 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 성공 경험이 미래에 대한 낙관을 키웠다. 그 결과 자산을 토지에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부동산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구조를 완화하려면 금리를 높이거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금융이 단순한 신용 공급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려면 금융기관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돼야 하나.

▲금융의 핵심 역할은 성장의 원천을 찾아내고, 유망한 산업과 기회에 자본과 신용을 배분하는 데 있다. 채권과 주식 발행을 중개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특히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과 신생기업에는 더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한 자본시장의 역할이 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격 신호다. 주식과 채권은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공개된다. 이런 가격 신호와 공시체계는 시장 규율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능을 한다. 아울러 금융은 저축을 투자로 연결하고 위험을 분산하는 동시에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문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일본은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결합해 산업 투자를 확대해왔다. 현재 한국의 자본배분 구조에 주는 시사점은.

▲일본에는 과거 일본수출입은행(JBIC)과 일본개발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있었고, 1960~1970년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는 민간은행과 채권·주식시장의 역할이 더 커졌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보증이 많아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 생태계의 신진대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들이 주가와 주주를 과도하게 의식하면서 투자를 줄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 버블 붕괴 이후의 경험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기업은 인적 자본, 설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최근 주요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정책과 금융을 결합한 투자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자본 배분을 위한 원칙은.

▲산업정책이 다시 강화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군사·안보적 이유와 지정학적 불안정성, 공급 충격 대응, 자원 확보, 고용 문제, 기술 경쟁 등이 주요 배경이다. 각국은 첨단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AI 관련 자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버블 가능성, 규제가 미비한 사모신용의 확대 등은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분야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특히 데이터센터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런 분야는 민간만으로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승자독식 구조라는 점에서도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성공 사례도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유럽의 에어버스도 영국·프랑스·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보잉과 경쟁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대만의 TSMC 역시 중요한 사례로 언급된다. 한국과 싱가포르도 1980~1990년대 산업정책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 다만 정부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간의 인센티브와 경쟁이 함께 작동해야 하며, 보조금 의존과 부패를 막을 규율도 필요하다. 이를 설계하고 집행할 유능한 관료 역량도 중요하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시장 기능'과 '정책 개입'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시장 기능과 정부 역할은 모두 중요하다. 과거에는 시장 중심 접근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복지뿐 아니라 연구·교육, 산업 지원에 투자해 인적 자본과 기술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기반이 갖춰져야 자본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흐를 수 있다. 동시에 자산가격과 금융시장 흐름에 대해서도 정책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시아 사례를 보면 자본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에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나 대출·투자 의사결정 구조 측면에서 바꿔야 할 점은.

▲대출에서 중요한 것은 '규율'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담보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면 가격 상승이 곧 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자금은 부동산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은행이 담보 중심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성장성과 기회를 기준으로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현재의 담보가치보다 산업의 미래 가능성과 구조적 변화까지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담보 기반 대출 비중이 높고,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은행뿐만 아니라 벤처자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은행은 구조적으로 담보 중심 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특히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토지·부동산이 중요한 담보로 활용된다.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담보가 있어야 손실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에는 은행 대출과 별도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벤처자금 중심의 자금공급 구조가 필요하다.

■ 나카오 타케히코는 글로벌 금융과 거시경제 전략을 연구해온 국제금융 전문가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냈다. 현재는 국제경제전략센터(CIES) 의장을 맡아 국제 금융질서와 자본 흐름, 산업정책 등을 중심으로 정책 연구와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나카오 의장은 일본 재무성 출신으로 국제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1978년 대장성(현 재무성)에 입부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주미 일본대사관 공사 등을 거쳐 일본 재무성 국제국장과 국제업무 담당 재무관을 지냈다. 이 기간 외환시장, G20·G7 협의체, 아시아 금융협력 등을 총괄하며 글로벌 금융정책 전반을 다뤘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ADB 총재를 맡아 아시아 지역 개발금융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끌었다. 특히 공공자금을 활용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정책금융과 민간자본을 결합한 모델을 확장했다. 현재는 미즈호연구소 회장과 스미토모상사 자문 등을 겸임하며 글로벌 금융과 산업정책, 자본배분 구조에 대한 연구와 자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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