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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AI시대 통신요금 정책 기준…국가 인프라 가치로 재설계해야

2026.05.03 16:01

임형도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특임교수.

지난 4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한 자리에 모였다. 통신산업의 신뢰회복과 민생기여를 위해 모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신비 부담완화를 위한 간담회였다. 오랜 관행처럼 이번에도 소비자가 얼마나 덜 내고 통신사들이 얼마를 더 부담하는지로 귀결됐다.

이미 준비된 2만원대 5세대(G) 요금제와 데이터 안심옵션 출시 등 요금인하 방안이 발표됐고, 기본통신권 보장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 발표로 마무리됐다. 국민신뢰 회복, 통신비 인하, 인공지능(AI) 네트워크 투자를 통신사들이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받고 정기 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이행 상황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의 개입에도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직도 통신비가 비싸다하고 통신사들은 AI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투자를 위해 일정 수준의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통신비 인하정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통신정책의 기준이 음성과 데이터 중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통신을 AI시대 필수재로 재인식하고 기본권 관점에서 통신정책을 재설계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허울좋은 말뿐이다.

이제라도 AI 시대를 맞아 통신정책이 새로운 기준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통신서비스를 AI를 활용하는 소비자 접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통신이 AI를 움직이는 기반 인프라고 국가 경쟁력의 핵심 산업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하고, 통신요금도 단순히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국가 전략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통신을 국가 안보경제 관점에서 디지털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부지와 전력 등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가 직접 대규모 컴퓨팅 센터 와 젼력 지원 등 국가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유럽 국가들도 디지털 주권 확보 차원에서 데이터센터와 통신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AI 인프라 투자 비교

이에 비해 한국은 소버린 AI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 등 에너지 확보를 위한 투자에는 관심을 쏟고 있지만 통신 등 기반 인프라 투자에는 관심이 덜한 상황이다. 통신 산업을 여전히 규제해야 하는 산업으로 보고 있어 투자 위축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통신서비스는 연결에 집중돼 있었다. 5G 주파수 경매의 조건 중에 커버리지 확보 의무가 가장 중요시 됐고 통신 정책도 요금인하와 품질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AI시대에 통신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서 연산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로서 AI의 혈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적인 추론이 가능한 추론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피지컬 AI로 제조업 중심으로 전 산업에 AI는 확산 추세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텐서처리창치(TPU) 등이 데이터센터 기반으로 돌아간다.

향후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막대한 데이처 처리를 위한 엣지 컴퓨팅과 초저지연 서비스를 위한 추가적인 네트워크 투자가 요구된다. AI 기반의 초고속 초저지연 네트워크는 필수고 관련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통신비를 단순히 가계비 부담이란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향후 AI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은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안정적으로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합리적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K반도체 위에 차세대 AI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풍부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또 전력과 통신 등 기반 인프라 가격은 단순히 소비자 정책이 아니라 AI 산업 정책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기존 통신요금 정책과 AI시대 통신요금 정책 비교

통신비에 대한 정책철학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음성과 데이터 통신요금을 얼마나 더 낮출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차세대 AI 통신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제돼야 한다.

통신비를 국가 인프라 가치의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음성과 데이터 정액제와 속도 차등 제한 등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통신요금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요금구조로는 소비자의 체감부담이 커 보이고 통신사들의 투자유인책도 마땅치 않다. 통신 인프라의 AI기술 보급 기여도와 산업간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차세대 AI 네트워크의 가치를 산정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합리적인 망투자 분담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통신사들이 AI 통신 인프라 투자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AI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발생하는 추가 투자 분담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특히 AI 서비스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주로 미국의 빅테크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외교통상 문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간 갈등이 아니라 국가 AI 디지털 주권의 문제이기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AI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비 인하 압박보다는 AI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등 관련 지원과 통신사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요금제가 아니라 차세대 AI 네트워크 가치를 반영한 공정하고 투명한 요금제, 단기적 요금인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AI 서비스 보장인 것이다.

임형도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특임교수 hdlim2000@gmail.com

〈필자〉경희대 전자정보대학 특임교수 겸 SK하이닉스 경영자문위원이다. 서울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정책학 석사를 받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책학(정보통신정책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영방송사인 TBC와 iTV에서 보도국 PD와 기자로 근무 후, 2005년부터 SK경영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에서 변화추진실장을 역임했다. ICT·반도체·뉴미디어 관련 규제 및 진흥 정책 전문가로서 정부 정책 입안과 산학협력 과제발굴에 많은 기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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