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경제하려는 의지
2026.05.03 17:01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며칠 전 중견 벤처펀드 임원인 40년 지기를 만났다. 독일과 일본 출장이 잦다고 했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지만 ‘골치 아픈 일은 싫다’는 후손들의 거부로 창업자에서 대가 끊기게 된 기업들을 물색 중이라고 했다. 평생 일군 기업을 매물로 내놨지만, 독일·일본의 사업가들이 한국 자본에 넘기는 걸 꺼려 하는 바람에 미국에 자회사나 사무소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업가들의 ‘사업 의지’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 ‘사업 의지’라는 표현에서,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떠올랐다. 아서 루이스(1915~1991)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Saint Lucia) 태생인 그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노벨상 기록을 갖고 있다. 문학상이나 평화상을 제외한 과학·경제 분야에서 수상한 유일한 흑인이다. 정치학·사회학·심리학 등의 개념을 차용해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그는 후진국의 경제개발과 성장을 연구하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수립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 루이스는 대표 저작 '경제성장이론'(1955)에서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을 제시했다. 바로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다. 자본과 물적 자원이 아무리 좋아도, 해당 국민에게서 경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루이스 이전의 경제발전론에서는 간과됐던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면 1960~1970년대 우리가 단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당시 대한민국 구성원의 부를 추구하려는 의욕과 지식·기술을 습득하려는 의지가 지구에서 가장 강했기 때문이리라.
□ 63년 만에 노동절이 부활했지만, 노동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양대 노총 지도부와 억대 연봉의 대기업 노조에서는 투쟁의 서사가 강조됐다. '연대의 정신' 대신 두 대기업 노조는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 타깃을 상대방으로 규정했다. 그 순간에도 교섭력이 대기업 노조 같지 않은 상당수 노동자는 ‘경제하려는 의지’로 출근을 해야 했다. 계층과 업종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경제하려는 의지’의 의미부터 되새겨야 할 시대인 것 같다.
조철환 오피니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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