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AI 막아선 기아 노조…“영업익 30% 성과급 달라” 되풀이
2026.05.03 17:34
현대차 완전월급제 도입 제시 등
아틀라스發 노동구조 개편 견제
EV 핵심부품 국내 생산도 요구
업계 “경영개입 노골화하는 양상”
기본급 이어 성과급 인상도 주장
1분기 영업익 넘는 2.7조원 규모
현대자동차·기아(000270)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앞두고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기술 도입에 대응하는 요구안을 쏟아내고 있다. 피지컬 AI가 가져올 노동 구조 재편에 따른 강한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대차(005380)·기아 노사는 조만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2026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에 신프로젝트 개발이나 신기술·신기계 도입의 계획 단계부터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는 문구를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이 계획을 결정한 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노조는 신기술·신기계 도입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문구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신기술 도입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노사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문구만 있었지만, 고용 충격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인력 감축 등 노동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아틀라스 등 피지컬 AI가 노조의 반발로 해외 공장부터 투입되는 점을 고려해 해외 생산 물량이 늘어나지 않게 주요 부품의 국내 생산까지 못 박고 있다. 노조는 “새로운 산업 도래에 선제 대응해 피지컬 AI의 학습 데이터와 주도권을 갖고, 노동 강도 완화와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로 이어지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아보다 먼저 요구안을 확정한 현대차 노조는 피지컬 AI에 맞서 완전 월급제 도입을 제시했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은 시급제를 기본으로 산정한 월급을 받는데, 근무 시간이나 생산량에 관계없이 매월 고정된 급여인 완전 월급제로 임금 형태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는 로봇이 생산 현장에 도입되면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줄면서 발생할 임금 하락을 사전 방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 계획이 가시화하자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노사 관계 파탄을 원한다면 그 끝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하게 저항했다.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성명을 통해서도 “이 싸움은 미래의 생존권 싸움으로 규정하고 결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기아와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각각 지난해 영업이익,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간다. 기아는 지난해 9조 7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노조 요구대로라면 2조 7200억 원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아가 올 1분기 기록한 영업이익(2조 2051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현대차 또한 지난해 순이익(10조 3648억 원) 중 올해 1분기 영업이익(2조 3145억 원)보다 많은 3조 1100억 원을 성과급으로 내놓아야 한다. 양사 노조 요구안에는 이밖에 월 기본급 14만 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상여금 800% 지급, 만 65세 정년 연장 등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AI 도입이라는 거대한 산업 전환기를 맞아 노조가 ‘고용 안정’과 ‘소득 보전’을 앞세워 경영 개입을 노골화하는 양상”이라며 “올해 현대차·기아 임단협은 가파른 대치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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