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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이어 안보도 ‘각자도생’…현실화된 ‘트럼프 클럽’ 회원비[view]

2026.05.03 16: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전세계를 무한 각자도생의 길로 이끌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80년 대서양동맹의 핵심이자 유럽 및 중동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해외 작전의 핵심 기지인 독일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열린 감세 관련 행사에서 연설 중 지지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병력 축소 규모를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국방부(전쟁부)가 밝힌 규모보다 철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철수 시한은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감축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트럼프 침묵했지만…‘괘씸죄’ 판결 결과?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은 이란전쟁에 비협조적이었던 독일을 겨냥해 주독미군 철수 위협을 해 온 트럼프의 ‘입’을 가볍게 여겼고, 이 낙관론이 주독미군 감축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3월 방미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독미군 주둔 유지를 확약받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는 이란전쟁에 대해 “미국이 굴욕을 당했다”는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행정부 때인 2018년 12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주독미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주독미군 철수가 ‘동맹의 현대화’를 명목으로 진행된 미군 배치 재검토의 일환이었지만, 전쟁과 관련한 독일의 비협조와 조롱에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결정이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또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이 유일한 변수”라고 전망했다. 병력 철수가 “유럽 내 병력 배치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결과”라는 국방부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독일에 대한 ‘괘씸죄’ 판결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차준홍 기자
‘트럼프 클럽’ 회원권 판매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행정부 때 주독미군 철수를 추진했다. 그는 당시 이번 결정의 2배에 가까운 9500명의 주독미군을 철수하려 했지만 동맹의 균열을 우려한 미국 내 반대 여론에 막힌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리처드 그리넬 현 대북특사가 2024년 7월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에서 진행된 외신기자협회(FP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밀워키=강태화 특파원

4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상호관세를 통해 글로벌 무역 질서를 무너뜨렸고, 취임 2년차인 올해 주독미군 철군까지 현실로 만들며 안보 분야의 동맹 체계를 뿌리부터 흔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인물은 1기 행정부 때 3만 6000명 규모의 주독미군 가운데 3분의 1을 빼겠다는 구상을 주도했던 리처드 그리넬 현 대북특사다.

그는 대선 기간이던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며 “전세계 어떤 클럽(회원제 모임)도 회비를 안 내면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리넬은 동맹 간 연대를 내세운 프랑스 기자에게 “내게 설교할 생각 말라. 간단하다. 비용을 내면 된다”고 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이 북한 억제에 주된 책임 져야”
그리넬이 말한 ‘트럼프 클럽’의 회원권은 당시 회견 때만 해도 막말에 가까운 위협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돈으로 사는 안보’는 실제 상황이 됐다. 트럼프 2기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던 그리넬은 과거 주독미군 철수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2기 행정부 들어 주한미군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신호도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새 국방전략(NDS)엔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충분하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선을 언급하며 “제1도련선을 따라 강력한 거부 방어를 구축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도련선에 한반도는 포함돼 있지 않다.

NDS는 안보의 1순위를 북미와 중남미 등 서반구로 규정했다. 유럽은 ‘경제적 후퇴와 문명소멸이 나타나는 곳’이라는 표현과 함께 3순위로 밀려났다. 2순위는 한국이 포함된 인도·태평양이다. 다만 이곳의 안보 전략은 북한이 아닌 대중 견제에 맞춰져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과 관련 “한국에는 (유럽보다) 더 제한된 군사 지원이 이뤄진다”고 선언했다.

독일·일본 재무장…UAE OPEC 탈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청구서’에 가까운 미군철수 통보를 받은 독일은 당황한 기색 속에서도 “유럽인들이 유럽의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80년만에 재무장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2일,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한 이란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을 언급한 거대한 반미 광고판 앞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없었다”며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미국의 반대는 물론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독자행동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과 개별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까지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을 인태지역에서의 안보적 위협이 아닌 미국의 국방지출 분담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을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개헌을 비롯한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반대하지 않는 기류다.

전세계 국가들의 이러한 독자생존 노력의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8900억 달러(약 4260조원)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2.5%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곁에 서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X 캡처
이란전쟁의 여파로 중동의 산유국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아랍에미리트(UAE)가 1일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확대 협의체 OPEC+(플러스)를 탈퇴했다. 세계 에너지 판돈뿐 아니라 중동과 미국 간 안보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가급등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석유 카르텔’에서 이탈한 UAE에 대해 “대단한 일”이라며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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