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번다" 후배 말에 中행…검사 사칭 보이스피싱으로 3억 뜯은 40대[사건실화]
2026.05.03 16:12
서울남부지법, 징역 3년 선고
"보이스피싱 사회 전반 신뢰 저하...사회·경제 피해 커"
"다만 범행 인정하고 반성 중"
[파이낸셜뉴스] "수사 중 당신 명의 대포통장이 발견됐습니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확인하려면 계좌에 있는 돈을 저희가 지정하는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합니다."
송모씨(43·남)는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검찰 수사관이나 검사를 사칭하며 이같이 피해자들을 속였다. 겁을 줘 피해자가 직접 송금하도록 유도하거나, 알아낸 계좌정보로 피해자 은행 계정에 접속해 차명계좌로 돈을 빼내는 방식이었다.
시작은 동네 후배의 제안이었다. 송씨는 2014년 12월 "중국에서 하는 불법적인 일인데 수입이 괜찮다"는 동네 후배 말에 넘어갔다. 같은 달 21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한 그는 곧바로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했다.
해당 조직은 중국 내 여러 지역에 콜센터 사무실을 두고 4개팀으로 운영됐다. 각 팀은 팀장 1명과 팀원 10~15명 안팎으로 구성됐고, 송씨는 피해자들과 직접 통화하는 상담원 역할의 팀원으로 가담했다. 각 팀에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입, 가짜 검찰청 웹사이트 개발, 대포통장 모집 등을 맡는 조직원도 배치됐다. 조직원들은 공동 숙소에서 생활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다. 근무시간 휴대폰 사용 금지, 음주·외출 제한, 무단결근·지각 금지 등 행동강령도 있었다.
아울러 조직은 여권을 빼앗아 구성원들의 임의 귀국을 방지했으며, 귀국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는 "지금 귀국하면 바로 구속되지만, 남으면 나중에 변호사를 선임해 도와주겠다"면서도 "중국으로 들어올 때 조직에서 부담해준 항공료와 기타 생활비를 변제하기 전까지 귀국할 수 없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실적 관리 역시 이뤄졌다. 팀장들은 매일 팀원 실적을 상부에 보고했고, 조직은 매주 금요일 실적을 취합해 범행을 독려했다. 또 편취금에서 각종 운영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을 관리책과 조직원들에게 일정 비율로 배분했다. 정산 과정에서 팀장은 각 팀 전체 범죄수익금의 1%를 챙겼고, 팀원들은 매주 700위안(당시 약 12만원)을 기본급으로 지급받았다. 수사관 역할은 각자 편취한 범죄수익금의 5%, 검사 역할은 8%를 추가로 받는 구조였다.
특히 송씨는 같은 달 29일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수사관과 검사인 척 피해자 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명의 대포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알려주는 사이트에 접속해 계좌정보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며 "적금과 예금을 모두 A은행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고 거짓말했다. 이후 피해자 명의 A은행 계정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차명계좌로 1270만원을 빼냈다. 송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15년 5월 6일까지 총 21회에 걸쳐 약 3억2800만원을 가로챘다.
앞서 송씨는 중국으로 향하기 전에도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2013년 9월 경북 경주 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받은 주민등록증 사본을 이용해 가입신청서를 위조했다. 이를 통신사에 제출해 출고가 79만9800원 상당의 휴대폰 1대를 교부받아 편취했으며, 2014년 8월에도 다른 사람 명의 단말기할부매매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남민영 판사)은 범죄단체가입·활동,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크고 사회 전반의 신뢰 저하를 초래해 폐해가 크다"며 "피해자 수와 피해액에 비춰 볼 때 사안이 중대하고, 피고인의 가담 정도도 가볍지 않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이 부분 범행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송씨는 중국으로 넘어간 뒤 지난해 10월께까지 장기간 체류하다 추방되면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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