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최일선 보건소가 무너지고 있다... 진료 업무 외주화 현실
2026.05.03 14:22
퇴직한 앞둔 보건소장도 못 구해 보건소 업무 공백 장기화 우려
5급 일반직 의사, 임기제 의사 채용공고만 수차례 반복
울주군보건소 궁리 끝에 보건 의료 업무 대행업체에 맡겨
농어촌 지역 보건지소 순회진료도 차질.. 공보의마저 태부족
의사 구하기 위해선 임금 올려 주는 방법 말고는 없어
지역의사제는 '그림의 떡' 광역시라는 이유로 제외돼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공공의료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소가 붕괴되고 있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지방의 광역시라도 의사 부족에 따른 보건의료 공백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광역시인 울산의 지역 보건소 의사 정원은 총 15명인데 현재 4명이 결원 상태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병원들의 의사 모시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의 보건소 의사 구하기는 역부족으로 느껴진다. 보건소의 의사 업무마저 대행업체에 맡기는 외주화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울산시와 지역 5개 구군에 따르면 보건소의 진료와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를 정원 대로 배치하고 있는 곳은 울산 북구보건소가 유일하다. 보건소장을 포함한 의사 3명이 근무 중이다. 중구, 남구도 정원이 3명이지만 1명씩 결원 상태다. 동구는 2명이 결원 상태인데 다행히 1명을 구해서 4일부터 근무한다. 울주군은 보건소장을 제외한 정원 2명 중 1명이 결원이다.
동구보건소의 경우 2명의 의사가 동시에 그만두면서 지난 2월 23일부터 업무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진료 및 처방뿐만 아니라 채용 신체검사서 및 각종 건강진단서 발급이 중단됐다. 건강진단 결과서(구 보건증) 발급은 처리 기한이 5일에서 10일로 늘었다. 보건증 발급은 보건소에서는 건당 3000원이지만 일반 병원에서는 1만 5000원~1만 7000원가량이다. 주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의사 1명을 구해 이번 주부터 일부 업무가 정상화될 전망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울산 동구가 의사 채용을 위해 수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구하지 못하다가 겨우 기간제 의사를 구했기 때문이다. 보건소 의사는 5급 공무원(사무관)에 해당하는 일반직 공무원과 임기제 공무원으로 주로 채용돼 60세 정년까지, 또는 5년 이상 장기 근무가 가능하지만 기간제는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에만 근무한다.
울주군보건소는 사실상 의사를 구하지 못해 외주를 준 상황이다. 울주군보건소는 지난해 7월부터 의사가 모두 그만둬 1명의 공보의가 열 달 넘게 업무를 대신해왔다. 10차례에 걸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실패하고 궁리 끝에 보건소 의사 업무대행 조례를 만들어 지난 2월에서야 겨우 의사 1명을 구했다. 월 임금은 12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울산에서 보건소 의사 업무를 대행업체에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동구보건소 등 타 보건소에서도 의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의사 업무대행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일선 의사뿐만이 4급 공무원(서기관)에 해당되는 보건소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남구보건소는 한 달 넘게 보건소장이 공석이다. 중구보건소장도 이달 정년퇴직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가 약 한 달 전 이들을 대체할 보건소장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접수 마감인 지난 4월 30일까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의사협회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다. 몇 차례 더 추가 공고에도 신청자가 없으면 의과가 아닌 치과, 한의학 출신으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울주군처럼 보건소장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울주군은 보건소의 의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농어촌 주민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각 읍면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의과 공보의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공보의는 '공중보건의사'를 줄여 부르는 말로 병역 대신 사회복무요원으로 농어촌 지역의 보건의료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들이다.
울주군보건소는 12개 읍면 주민들을 위해 남부통합보건지소 1곳과 보건지소 5곳, 보건진료소 9곳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의과 출신의 공보의가 부족해 지난해 9월부터 내과 진료, 예방접종 등의 업무가 중단되고 있다. 지난해 6명의 의과 공보의 중 5명이 제대하면서 1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달 한 명을 더 배정받아 현재 2인 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공백을 최소화하려 보건지소 업무를 보건진료소로 이관시켰지만 주민 불편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치과, 한의학 공보의가 각각 6명과 7명이 근무하고 있어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순회 진료는 유지되고 있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지역의 의사 부족 사태가 이어지는 것은 주거·문화·복지 환경, 자녀 교육, 임금 등 수도권과 비교되는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이다. 이 중 그나마 지자체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임금이다. 기간제 의사 채용과 의사 업무 외주화가 단적인 예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의사와, 임기제 의사를 채용하기 수차례 공고를 내지만 반응이 없었는데, 기간제 형태의 모집에는 문의라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일반직 공무원 의사의 연봉은 약 8650만원이다. 임기제 공무원 의사는 기본 2년에 3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월평균 950만원을 받는다. 연봉 하한액이 약 6960만원이지만 대체로 임용권자가 최대 120%까지 책정해 준다. 기간제는 보건소가 직접 채용하는 데, 구군별 차이가 있긴 하나 월 15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번에 울주군이 도입한 의사 대행 업무는 월 1200만원가량을 지급하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를 구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단기간에 찾을 수 있는 해법은 임금 인상밖에 없지만 예산 사용의 한계가 있는 만큼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울산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1.7명으로 광역시 중 가장 낮고 필수 진료과 전문의가 부족한데 광역시라는 이유로 지역의사제 의무복무지역에서조차 제외돼 의사 부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의 수가 적은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하는 등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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