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키운 전력기기 시장…국내 업계, ‘친환경’ 강점 앞세워 유럽 공략
2026.05.03 09:38
“전력기기 시장의 트렌드는 ‘친환경’이에요. 식물성·합성 에스테르 절연유를 적용한 변압기는 특히 유럽 고객들의 요구가 많은데, 앞으로는 유럽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최근 만난 한 전력기기 업체 초고압변압기 공장 관계자의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전력망 확충 필요성이 커지면서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수요도 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감형 제품 수요도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 분석을 보면 글로벌 친환경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4년 12억2천만달러에서 2030년 18억1천만달러로 48.4%가량 커질 전망이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해 차단기와 변압기, 부품 소재 전반에서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치디(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육불화황(SF₆)-프리(Free) 고압차단기의 최종 승인시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에 달하는 육불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으로, 스웨덴 전력회사가 운영하는 변전소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불소계 온실가스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연합의 관련 규정 개정으로 2032년부터 145킬로볼트를 초과하는 고압차단기에는 육불화황 가스를 쓸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145킬로볼트 제품의 최종 승인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420킬로볼트 제품 개발 완료도 앞두고 있다”며 “유럽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논의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수주 및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효성중공업도 육불화황 가스 대신 질소와 산소로 이뤄진 드라이 에어를 적용해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높인 145킬로볼트 차단기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변압기와 리액터에서는 대체 절연유 적용이 이어지고 있다. 절연유는 전기가 기기 내부에서 외부로 새지 않도록 막는 절연 기능,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냉각 기능 등을 수행하는 필수 요소다. 대체 절연유는 기존 광유(미네랄 오일)보다 독성이 낮고 생분해가 가능해 유출 때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불이 붙는 온도인 연소점이 높아 화재 위험도 적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대체 절연유를 적용한 345킬로볼트 리액터(전력계통에서 무효전력을 흡수해 전압을 조정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식물성유와 합성유를 적용한 변압기도 제작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영국으로 납품하는 400킬로볼트급 에스테르유 변압기를 포함해 친환경 절연유 적용 변압기 누적 수주 300대 이상을 달성했다 . 지난달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도 전압 400킬로볼트, 용량 460메가볼트암페어(MVA)급 대체 절연유 변압기의 최종 승인시험을 마쳤다. 국내 생산 제품 가운데 용량 기준 최대 규모다.
부품 소재 차원의 전환도 진행 중이다. 엘에스(LS)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케이스·커버 등 절연부품에 쓰이던 할로겐계 소재를 직접 개발한 무할로겐 소재로 대체하고 있다. 화재나 폐기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유해·부식성 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배선용차단기(MCCB)와 전자접촉기(MC)의 일부 절연부품에는 이미 적용했고 연내 단계적으로 전면 대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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