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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갭투자 안 한다”... 전문가 5인이 고른 10억 新투자처

2026.05.03 06:54

큰손들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
대출·세금 규제에 머니무브
[왕개미연구소]

“현금 10억원이 있다면,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예전 같으면 답은 간단했다. 갭투자로 아파트 한 채를 더 사는 것. 하지만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촘촘해진 대출 규제와 무거운 세금 부담에 ‘집 한 채 더’ 전략은 사실상 막혔다. 잘못 들어가면 수익은커녕 현금만 묶이고 만다.

실제로 자산가들도 방향을 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2026 웰스리포트’에 따르면,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의향은 1년 새 눈에 띄게 낮아졌다(43%→37%). 부자 10명 중 4명은 “올해는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로 승부를 보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내 돈을 어디에 맡겨야 불릴 수 있을까.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1일 자산관리 전문가 5인에게 ‘10억원 포트폴리오’ 설계를 의뢰했다. 각기 다른 전략 속에서도 일반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실질적 대안들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파트 수를 늘려 자산을 증식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연 6% 개인투자용 국채로 안전판 마련

김승환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압구정WM 팀장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비중 20%)으로 개인투자용 국채를 추천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장기 저축성 채권으로, 연 단위 복리 이자가 붙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만기 3년물이 새로 추가되면서 개인투자용 국채는 총 4종(3년·5년·10년·20년)이다. 분리과세 혜택은 5년물 이상을 만기까지 보유해야 적용된다. 중도 환매는 1년 이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최근 금리 상승 흐름에 더해 정부가 보너스 금리까지 얹어주면서 10년물 수익률이 연 6%에 근접했다. 안정성과 절세,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청약 경쟁률이 2대1을 넘어섰다. 수요가 몰리면서 원하는 물량을 한 번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형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상품은 미래에셋 전략배분 타깃데이트펀드(TDF) 2035다. 은퇴 시점을 2035년으로 설정해 자산을 자동으로 배분해주는데, 현재 채권 비중이 45%에 달해 주식 변동성을 일정 부분 완충해 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2️⃣주식 고점일까 걱정된다면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김우식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상무가 제안한 ‘연 9% 포트폴리오’에선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손익차등형 공모펀드가 핵심으로 꼽힌다. 전체 자산의 20%를 담는 전략이다.

손익차등형 공모펀드는 일정 구간까지 운용사가 손실을 먼저 부담해 투자자의 하방을 일부 방어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15%까지는 금융회사가 손실을 흡수하고, 그 이상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부담하게 된다.

상시 판매 상품은 아니며 일정 기간에만 한정 판매되는데, 지난달 출시된 상품에는 1066억원이 몰렸다. 이 펀드는 피지컬 AI, 거버넌스, 안보, 데이터센터, 혁신신약 등 7대 핵심 테마에 투자한다. 만기는 최대 3년이지만 목표 수익률(15%)을 달성하면 조기 상환된다.

코스피 고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선 하방을 일부 방어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상승장이 이어질 경우 구조상 일반 펀드보다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수익 10%까지는 일반 투자자와 금융회사가 85대15 비율로 나누고, 이를 초과하는 수익은 55대45로 배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3️⃣종합과세·건보료 부담을 덜어주는 절세 상품들

김재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2센터 부장은 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목표 수익률은 연 5.6%. 이를 위해 코스닥벤처펀드와 신기술투자조합에 각각 1억원씩 배분했다. 두 상품 모두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코스닥 상장 후 7년 이내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올해부터 세법이 개정되면서 투자금의 10%에 대해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기술투자조합은 벤처·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형 상품으로, 출자금액의 1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절세 효과는 크지만 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회수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최근 기대 수익률이 20% 수준까지 높아진 주가연계증권(ELS)도 편입 대상으로 제시됐다. 다만 ELS 수익은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므로 ISA나 IRP 등 절세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솔루션 퀀트 일임 계좌는 수출입·카드 소비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30여개 국내 주식을 매매하는 상품으로, 펀드매니저 개인의 판단이나 이직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 들어 60%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4️⃣전문가 안목 빌려 목돈 굴리는 자문형 랩

박근배 신한Premier패스파인더부 상무는 자문형 랩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권했다. 국내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라면 직접 투자보다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성과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가 검증된 외부 자문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고객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맞춤형 상품이다. 고객별로 개별 계좌를 통해 운용되기 때문에 어떤 종목이 매수·매도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자문형 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통상 10~30개 내외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로, 강세장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거래가 잦을 경우 매매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성과보수 역시 수익의 20% 수준 등 상품별로 조건이 달라 사전에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 국채는 비과세 상품으로, 통화 분산 차원에서 편입을 고려할 만하다. 올해 채권값이 상당 부분 상승했지만 여전히 연 5.3% 안팎의 수익률이 가능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5️⃣고배당 기업 투자로 꾸준한 현금 흐름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PLUS 사업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올해부터 시행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활용한 자산 배분 전략을 제안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란, 고배당 상장기업의 배당금을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는 특례 제도다. 기존에는 배당·이자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45%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면 소득 규모에 따라 14~30%의 세율로 분리과세돼 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생명, 삼성물산, 현대차, 메리츠금융지주, KT, KT&G 등 6개 고배당 종목에 5000만원씩, 총 3억원 투자하는 방식이다. 배당 수익률은 3~5% 수준이다. 견조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높은 종목들로 꼽힌다.

박 팀장은 인플레이션 위험 대응을 위해 미국 S&P500 ETF와 코스닥150 ETF에 각각 1억원씩 배분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또 맥쿼리인프라도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주요 사회기반시설(SOC)에 투자해 통행료 등을 수익원으로 삼는데, 요금이 물가에 연동돼 인상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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