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762억 법인세 소송서 승소…“스트리밍 대가 저작권료 아냐” [허란의 판례 읽기]
2026.05.03 06:04
법원 “사업소득 과세권 없다”[법알못 판례 읽기]
국내 과세당국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부과한 762억원의 법인세 중 핵심 부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넷플릭스가 네덜란드 본사에 지급한 수수료를 저작권 사용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구글코리아에 이어 글로벌 빅테크·OTT 기업을 상대로 한 국세청의 과세 시도가 또다시 법원에서 막히면서 현행 세법 체계로는 플랫폼 기업의 국경 간 수익 이전을 제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4월 28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8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해 연말에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당시 국세청은 넷플릭스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다며 수억원의 과태료까지 추징했다.
2021년 세무조사를 마무리한 국세청은 넷플릭스코리아에 법인세 등 약 800억원을 추징했고 이후 조세심판원에서 일부 감액돼 762억원으로 줄었다. 넷플릭스는 남은 세액에 대해서도 2023년 11월 행정소송을 냈다.
저작권료냐 사업소득이냐, 수백억의 분기점
이 사건의 배경에는 글로벌 OTT 플랫폼의 전형적인 수익 이전 구조가 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2025년 823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중 6644억원, 전체의 81%를 해외법인에 송금한 결과 납부한 법인세는 13억원에 그쳤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기간에도 넷플릭스코리아는 네덜란드 법인 Netflix International B.V.(이하 NIBV)와 계약을 맺고 국내 이용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통·배포하면서 국내 구독료 수익에서 운영비용과 일정 영업이익을 제한 나머지를 수수료 명목으로 NIBV에 지급해왔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NIBV가 이를 역으로 보전해주는 조항도 계약에 포함돼 있었다. 국세청은 이 수수료가 영상 콘텐츠의 복제·전송권에 대한 저작권 사용 대가, 즉 사용료 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간 조세조약에 따르면 소득이 사업소득이면 NIBV에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는 한 한국 과세당국에 과세권이 없다. 반면 저작권 사용 대가인 사용료 소득으로 분류되면 지급자인 넷플릭스코리아가 원천징수 의무를 진다. 수백억원의 세금이 이 분류 하나에 달려 있었다.
법원 “구조의 실질은 저작권 사용이 아니다”
재판부는 국세청의 주장을 세 갈래로 나눠 모두 배척했다. 우선 콘텐츠 제공의 실질을 따졌다.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저장·전송 등 핵심 기능은 NIBV가 관리·통제하는 서비스 아키텍처를 통해 해외에서 수행된다.
넷플릭스코리아는 국내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광고 등 보조적·부수적 활동을 담당할 뿐이다. 재판부는 “지급금을 원고가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을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고 NIBV가 국내 소비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제 제공하는데 대한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수수료 산정 방식도 저작권료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통상 저작권 사용료는 사용 횟수나 매출 규모에 비례해 산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수수료는 구독 수익에서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일정 영업이익을 보장한 뒤 남는 금액이다.
재판부는 이를 “원고가 독립적으로 저작권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라기보다는 플랫폼 운영, 마케팅, 이용자 관리 등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보장하는 구조”로 해석했다. 조세 회피라는 국세청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NIBV가 중간매개자 없이 국내 소비자와 직접 계약했더라도 그 수익은 조세 조약상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국내 과세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 자체가 과세를 피하려 인위적으로 설계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내 과세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이전가격 세제나 고정사업장 여부 검토, 또는 입법적 조치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그것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세청 일부 승소 “OCA는 넷플릭스 자산”
한편 재판부는 넷플릭스 캐시 장치(OCA·Open Connect Appliance) 관련 법인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OCA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망 안에 미리 저장해 스트리밍 품질을 높이는 서버 장비다.
넷플릭스코리아는 OCA 74대를 구입해 ISP의 망에 설치하면서 자산이 아닌 소모품 비용으로 처리해 전액 손금에 산입했다. 재판부는 OCA가 ISP 망에 설치돼 있더라도 넷플릭스 서비스 외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넷플릭스코리아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무상 양도로 회계 처리했더라도 즉시상각의제를 적용해 자산으로 계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청장·종로구청장을 상대로 한 법인 지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은 각하됐다. 법인세가 환급되면 지방소득세도 자동으로 연동 환급되는 구조여서 별도로 다툴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돋보기]
구글도 1540억 법인세 소송 1심 승소…디지털세 제도 보완 과제
이번 넷플릭스 판결은 구글코리아 사례와 구조가 판박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2025년 1월 구글코리아가 역삼세무서장·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1540억원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전은 현재 항소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쟁점 구조도 동일하다. 구글코리아는 싱가포르 법인인 구글아시아퍼시픽과 광고 재판매 계약을 맺고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1조5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경비를 제외한 약 9750억원을 재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싱가포르 법인에 송금하고 해당 소득이 싱가포르 법인의 사업소득에 해당해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를 사용료 소득으로 보고 2020년 1540억원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사용료 소득이나 다른 소득으로 볼 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구글코리아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 사건에서 법원이 제시한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구글코리아의 회계 처리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4월 14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장기미수금이 전년 1539억원에서 3724억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에는 과징금과 연체이자 469억원도 포함됐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과 벌금을 비용이 아닌 나중에 돌려받을 ‘자산’으로 장부에 올린 것이다. 소송 승소를 확신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구글코리아는 2025년 407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로는 172억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의 국내 실제 매출이 최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법원이 거듭 “불합리함은 이전가격세제나 고정사업장 논리, 또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만큼 제도적 정비가 과제로 남는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매출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처리 시점은 불투명하다. 디지털세·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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