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쌍 매칭" 500명 몰린 '야구 소개팅' 대박…'한화 솔로' 만든 이들은 누구 [덕후 계산기]
2026.05.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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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명의 남녀 중 20쌍 매칭. 무려 40명의 남녀가 인연을 찾았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웬만한 소개팅 프로그램도 쉽게 내기 어려운 성적표를 한화 이글스 팬 두 명이 써 내려갔다.
“취미가 뭐예요?” 같은 뻔한 질문 대신 “유니폼 몇 벌 있으세요?”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첫 대화가 오갔다. 오로지 한화 이글스 하나로 104명의 솔로를 불러모은 ‘한화팬 SOLO’(이하 한화솔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체 관람에서 만난 인연, 104명의 오작교가 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신동현(32·직장인) 씨와 문혜성(31·콘텐츠 크리에이터) 씨의 인연부터 한 편의 드라마다. 두 사람은 신 씨가 진행하던 단체관람(이하 단관) 행사에서 주최자와 참가자로 처음 만났다. 신 씨는 매달 식당을 통째로 빌려 12~40명 규모의 팬들과 함께 경기를 응원해온 베테랑 주최자였다.지난해 3월 이 모임에 참여한 문 씨는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두 사람은 만난지 단 3주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올해 1월 화촉을 밝혔다. 문 씨의 실제 성공 사례가 이번 행사의 강력한 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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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와 문 씨는 “야구팬은 야구팬을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상이 된다. 평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야구 중계를 틀어놔야 하는데, 이를 이해 못 하는 상대를 만나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십상”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같은 팀 팬끼리 만나면 유니폼과 굿즈를 공유하는 경제적 이점은 물론 야구 특유의 열정적인 성향까지 일치해 관계 형성이 훨씬 수월하다는 확신이 ‘한화솔로’를 탄생시켰다.
가게 사장도 주최 측도 “적자여도 좋아”…팬심으로 뭉친 열정페이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져서 야구를 좋아해도 같이 볼 사람이 없어.” 이글스 팬인 문 씨의 친구의 말 한마디가 ‘한화솔로’의 신호탄이 됐다. 이미 단체 관람을 9회차나 운영하며 탄탄한 단관 노하우를 쌓아온 신 씨와 의기투합하자 추진력은 배가 됐다. “한번 해볼까?”라는 제안이 나오기 무섭게 두 사람은 단 5일 만에 장소 섭외부터 기획까지 대부분의 결정을 끝냈다.그렇게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당초 “200명만 와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모집 공고가 알고리즘을 타고 퍼져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쏟아지는 신청서를 선별하는 데만 꼬박 하루 반나절 이상이 걸릴 정도였다.
이토록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 비결로 두 사람은 “철저한 비공개 원칙”을 꼽았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문 씨는 이번 행사를 콘텐츠 소재로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참가자들의 진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콘텐츠화를 과감히 포기했다. 얼굴 노출 걱정 없는 만남이라는 점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신 씨 또한 “용기낸 분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방송사 촬영 요청까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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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평소 이글스 경기를 중계하는 서울의 한 맥주집. 홍보가 필요했던 가게 사장님과 장소가 필요했던 주최 측의 니즈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참가비 3만5000원은 안주 4종과 주류 무제한 비용으로 전액 쓰였다. 참가자들이 하이볼과 복분자 등 예상 밖의 주류를 주문하며 사장님 또한 적자를 감수해야 했지만 “팬들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에 너그럽게 배려했다.
주최 측 역시 110개의 이름표와 좌석 배치도에 쓰일 종이 등 소모품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며 사실상 ‘수익 0원’의 열정페이를 자처했다. 일손을 돕기 위해 합류한 자원봉사 스태프들조차 본인 식비 3만5000원을 내며 일손을 보탰다. 즉, 이 행사에서 돈을 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 씨와 문 씨는 “경제적으로 남는 건 없다. 그냥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나온 아웃풋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우리가 야구를 통해 찾은 행복을 다른 분들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술이 곁들여지는 행사인 만큼 가장 공을 들인 건 안전이다.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사고나 음주 소란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은 노심초사하며 준비했다. 특히 스태프를 뽑을 때도 야구팬 부부 또는 커플로 엄격히 제한했다. 솔로 스태프의 사심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오로지 참가자들의 안전과 매칭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2이닝 끝날 때마다 옆자리로…“야구 중계보다 더 쫄깃한 소개팅”
소개팅 방식은 ENA·SBS Plus ‘나는 솔로’ 애청자인 문 씨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나는 솔로’처럼 실명 대신 옥순·명희·숙자·춘희·향자 등 가명을 사용해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재미를 더했다. 특히 미모가 뛰어난 인물로 통하는 ‘옥순’ 이름을 무작위로 부여받은 참가자가 “제가 정말 옥순이에요?”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기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진행은 철저히 야구의 흐름을 따랐다. 2회 말과 4회 말 등 2이닝이 끝나고 광고가 나오는 타이밍에 남성들이 자리를 옮기는 로테이션 방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총 4번의 이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인당 7~8명의 이성과 대화를 나눴다. 경기가 끝나면 한 사람당 3명씩 최종 선택을 할 수 있고, 매칭이 성사되면 주최 측이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17일 행사 당일에는 이글스의 경기가 우천 취소되는 위기가 닥쳤다. 즉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던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로 채널을 돌렸고, 3시간 22분 동안 이어진 중계 속에서 참가자들은 서로를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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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전날 후두염으로 목소리를 잃었음에도 메모지에 진심을 적어 대화에 임한 여성 참가자였다. “인기 많을 것 같아요”, “너무 예뻐요” 등의 문장을 적으며 소개팅에 임했는데, 이 웃픈 진심이 매력 포인트가 돼 무려 5명의 남성에게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 남성 참가자는 “유니폼 30벌 갖고 있다”는 말로 자기소개를 해 ‘이글스 찐팬’임을 인증했다. 회사명 대신 “대기업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한 참가자도 있었다.
다만 주최 측인 신 씨와 문 씨가 분석한 결과 ‘야구’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소개팅에서도 결국 직업보다는 첫인상과 야구에 대한 진심이 매칭의 핵심 열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쌍의 매칭…“다음은 대전, 그리고 KBO 전 구단으로”
결과는 기대 이상인 20쌍 매칭. 중복을 포함해도 높은 결과다. 한 남성 참가자는 무려 8명의 여성에게 선택을 받아 인기를 입증했고, 자신이 선택한 3명의 여성과 모두 매칭에 성공한 ‘타율 10할’ 남성 참가자도 있었다.신 씨와 문 씨는 “10쌍만 매칭돼도 대박이다 싶었다”며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또 “실제 결혼 커플이 나온다면 직접 축의금을 내겠다”는 파격적인 약속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한화솔로 행사 이후 약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아쉽게도 아직 “커플이 됐다”는 후기를 전해온 참가자는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성공적인 1기를 거쳐 2기도 모집 중이다. 다음 행사는 대전에서 진행된다. 1기 당시 대구·전주·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쏟아진 이글스 팬들의 요청을 반영해 접근성을 높였다.
또 2기는 1기의 피드백을 반영해 ‘1이닝 교대’로 룰을 보완했다. 분위기가 좋은 테이블은 “벌써 이닝이 끝났냐”며 아쉬워한 반면, 매칭이 지지부진하거나 대화가 겉도는 테이블에서는 “2이닝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수가 삼구삼진으로 삼자범퇴를 잡아내며 이닝이 순식간에 끝낸다면 단 5~10분 만에도 대화 상대가 바뀔 수 있다. 문 씨는 “그 시간마저 야구에 맡기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야구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해주는 셈”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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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KBO 구단도 소개팅 열어주세요”라는 성원에 힘입어 문 씨는 오는 6월 KBO 전 구단 버전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10개 구단 남녀 각 5명씩 총 100명 규모로, 구단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참가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장소도 이미 섭외를 마쳤다.
이글스의 오작교가 된 두 사람. 이들은 ‘한화솔로’가 그저 안전하게, 그리고 참가자들이 야구만큼이나 즐거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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