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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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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 다음은 이 영화?'…700억 쏟아부은 역대급 대작 온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2026.05.02 16:15

영화판 죽었다? 1000만 거장
OTT 갔던 그들도 온다
/사진=영화 '호프' 스틸


나홍진, 연상호, 장훈, 김지운, 허진호까지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유명 감독들이 올해 대거 신작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시리즈를 선보이는가 하면 오랜 기간 침묵했던 이들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선보일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선보일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설 연휴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극장 매출 1위를 기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극장가에 훈풍이 불어온 상황에서 거장들의 귀환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매출은 4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급감했다. 팬데믹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지 않은 해였다. 관객 수는 2019년의 46%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극장가가 절벽 앞에 서 있는 시점에 거장들의 극장 귀환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극장가 최대 기대작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한국 스릴러·오컬트 장르의 역사를 다시 쓴 그가 꼭 10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온다.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확정됐고 7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제작비는 최소 55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추산되며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 기록이다.

비무장지대 인근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황정민이 출장소장 범석, 조인성과 정호연이 합류했고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가세했다. 북미 배급사 NEON까지 붙어 글로벌 흥행을 노린다.

/사진=영화 '군체' 스틸


'부산행'으로 'K좀비물'의 새 역사를 쓴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Colony)가 5월21일 개봉한다.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군체'는 정체불명 바이러스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단순한 좀비가 아닌 집단으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극한의 생존기를 담았다. '군체'라는 제목 자체가 개체들이 뭉쳐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생물학 용어로 새로운 방향의 감염체를 예고한다.

배우 전지현이 2015년 '암살' 이후 11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로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고수 등 초호화 캐스팅에 제작비 약 170~200억원이 투입됐다.

연상호 감독은 같은 해 CJ ENM 배급의 '실낙원'도 내놓는다. 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으로 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임금을 최소화하고 개봉 성적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실험적 구조가 눈길을 끈다. 김현주가 출연한다.

'고지전',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도 9년 만에 신작 '몽유도원도'를 선보인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꿈속의 기이한 그림 '몽유도원도'가 완성된 후 각기 다른 도원을 꿈꾸는 형제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으로 배우 김남길과 박보검이 각각 수양과 안평으로 캐스팅됐다.

여기에 '악마를 보았다', '밀정' 김지운 감독과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도 각각 '더 홀'과 '암살자(들)'을 선보인다.

'더 홀'은 편혜영 작가의 소설 '홀'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로 미국 셜리 잭슨상 수상작이자 타임지가 그해 최고의 스릴러로 꼽은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하반신이 마비된 대학 교수의 이야기로 인간 내면을 파고든다. 테오 제임스 주연에 정호연이 합류했고 한·미 합작 구조로 제작된다. K문학·K감독·K배우가 할리우드와 결합하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암살자(들)'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을 목격자와 조사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하고 '서울의 봄', '내부자들'을 낸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이번엔 제작뿐 아니라 직접 배급까지 맡기로 했다.

이들 작품이 올해에 집중된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발과 제작이 지연됐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수년간의 작업 끝에 동시에 선보여지게 된 것.

여기에 국내 5대 배급사의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은 총 22편으로 과거 연간 30~40편 시절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배급사들은 이름값 있는 감독의 대형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10월 보고서에서 한국 극장 관람객 수가 2019년 월평균 대비 4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짚으면서 극장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비용 구조조정과 특별관을 통한 차별화된 관람 환경 구축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극장가에 대형 콘텐츠가 유입될수록 CJ 4D PLEX 같은 특별관 수익이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호프' 스틸


나홍진 '호프'처럼 압도적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는 IMAX·4DX 등 특별관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는 콘텐츠다. 실제로 CJ CGV 자회사 4DPLEX는 2022년 개봉한 '탑건: 매버릭'의 경우 4DX·ScreenX 특별관에서만 6300만달러(약 933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2023년 개봉 당시 특별관 매출 1억200만달러(약 1510억원)를 기록하며 특별관 효과를 증명했다.

거장의 귀환과 더불어 정부도 영화 사업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한국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소통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고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영화 분야에 총 65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450만명에게 1인당 2매·매당 6000원짜리 관람 할인권을 제공하는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271억원), VFX·CG·AI 등 첨단 제작 기술 지원(80억원, 약 10편 대상),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260억원)으로 기존 '20억~100억' 구간 외에 '100억~150억' 구간을 신설해 올해 중예산 상업영화 40편 내외 제작을 상시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작 몇 편의 성공이 산업 회복의 보증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기획한 '2025 한국영화 결산 산업 대담'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텐트폴 영화와 중급 영화가 함께 흥행해야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데 지금은 중급 영화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해 연간 40편 수준의 제작 상시화, 극장 개봉 후 OTT와 IPTV로 넘어가기까지의 유예 기간인 '홀드백' 제도 정비, 특별관 수요 저변 확대 등도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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