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실장 "신용등급, 금융이 설계한 계급장"···SNS서 최저 신용자 '고금리 대출' 고민 풀어내
2026.05.02 16:46
지난달 20일 인도 뉴델리 프레스센터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이 인도 총리 오찬 및 한.인도 경제인 대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있다. 뉴델리|이준헌 기자
2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용범 실장은 지난 1일 오후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용범 실장은 신용등급이 불완전하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금융은 사람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얼마를 버는지, 빚은 얼마인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라며 “이 복잡한 생애를 숫자로 압착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신용등급”이라고 썼다.
김용범 실장은 또 “신용등급이 상환 능력을 측정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등급은 철저히 ‘과거’만 본다. 안정적인 궤적을 그리며 살아온 삶은 우대하지만, 거친 풍랑을 견뎌온 삶은 가차 없이 깎아내린다”라며 “연봉이 같아도 정규직과 자영업자는 신분이 다르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금융 거래 기록이 없으면 잠재적 낙오자가 된다”라고 했다.
김용범 실장은 신용등급이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며 신용등급은 “그저 정교하게 요약된 과거의 잔상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을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 숫자가 세상에서는 절대적인 신이 된다. 대출의 성패를 가르고 금리의 높낮이를 정한다”며 “더 위험한 인간이라서 높은 금리를 내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그를 ‘위험한 집단’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용범 실장은 2008년 이후 저신용자의 금융권 이용이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글에서 “금융은 오히려 더 엄격하고 폐쇄적인 성을 쌓았다. 서류는 늘었고, 점수는 더 촘촘해졌으며, 문턱은 더 높아졌다”며 “구조의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치환하는 교묘한 방향 전환이었다. 문제를 만든 곳과 통제받는 곳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양극화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성 안의 사람들은 더 공고한 보호를 받았지만, 변방의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올 통로를 찾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며 “왜 이토록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그들은 오히려 안으로 초대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걸까”라고 썼다.
김용범 실장은 이날 오후 2시쯤에는 ‘금융위기는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두 번째 글을 공개해 분석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두 번째 글에서 “그들(금융권)은 오직 ‘우량’과 ‘불량’, ‘승인’과 ‘거절’이라는 이분법적 칼날로 사람의 인생을 잘라 낸다”며 “신용점수 1점 차이로 1금융권의 문턱과 고금리 시장의 경계가 갈리는 건 통계의 과학이라기보다 운영의 편의를 위한 단순화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또 “데이터 깨끗한 우량 고객을 기계로 걸러내는 건 쉽고 싸지만, 이 사람이 정말 갚을 의지가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구간은 품이 많이 든다”며 “리스크는 관리해야겠고 비용은 쓰기 싫으니, 그 구간을 다루지 않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작동해 온 셈”이라고 했다.
김용범 실장은 “금융은 완전한 자유시장이 아니다. 국가의 면허를 받고, 공적 자금의 지원 아래 작동하는 제도적 산물이다. 지금의 이 처참한 결과 역시 철저히 ‘설계된 구조’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험은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가차 없이 끊어버린다.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며 시장 밖을 떠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했다.
그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관료로서 반성과 자백의 글이라며 신용등급 평가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용범 실장은 “우리가 만든 이 구조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바꿀 수 있다”고 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최저 신용자 대출에 연 15.9%의 금리가 적용되는 사실을 언급하며 “고리로 빌려주면서 서민금융 대책인 양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은 가장 잔인한 영역인 것 같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니 그럴 수 있지만 어떻게 (금리 15.9% 대출을) 서민 금융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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