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금리"…신용등급 재설계 강조
2026.05.02 09:30
과거만 보는 신용등급은 '반쪽'…"위험의 분류, 정말 정교한가"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잔인한 금융'의 원인으로 지목해 온 금융권 신용 시스템의 재설계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이란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김 실장은 앞서 이 대통령이 신용 시스템을 지적한 것을 두고 "처음에는 헛웃음이 났고, 신용의 기본을 모르시는 질문이라 생각했다"며 "돈을 갚을 능력이 증명된 사람에게 낮은 금리를 주는 것은 당연한 금융의 ABC이자 흔들리지 않는 질서"라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최저 신용자 대출 금리가 15.9%에 달하는 현상 등을 짚으며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다만 김 실장은 "하지만 그 질문은 틀린 게 아니었다"며 "신용의 기본이라고 우리가 당연시 해온 그 '전제'의 심장을 찌르는 질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백한 공범"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 정통 관료다.
김 실장은 신용 시스템을 "이 사람은 돌을 돌려줄 사람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했다. 소득과 빚, 개인의 삶을 숫자로 압축한 결과가 '신용 등급'이라는 것이다.
다만 "신용등급이 상환 능력을 측정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며 "등급은 철저히 과거만 본다"고 지적했다. 연봉이 같아도 정규직과 자영업자는 평가가 달라지고, 미래의 △실직 △질병 △이혼 같은 변수들은 모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런데 이 숫자가 대출의 성패를 가르고, 금리의 높낮이를 정한다"며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위험에 따른 '가격표'는 필요하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그 위험의 분류가 정말 공정하고 정교한가"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시스템은 '평균의 정답'을 위해 개인의 억울함을 기꺼이 희생시킨다"며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한 사람의 사정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더 위험한 인간이라서 높은 금리를 내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그를 '위험한 집단'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숫자를 맹신하게 된 금융은 더 과감하게 돈을 빌려주고, 더 높은 레버리지를 쌓아 올린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신용등급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시스템이 더 위태로워진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누가 위기를 만들었는가"라며 "그런데 왜 개인들만이 그 책임을 떠안고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가"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세 편에 걸쳐 연재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글 게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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