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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4% 오를 때 60% 상승한 코스피…일시적 현상일까 [김학균의 시장읽기]

2026.05.02 14:00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한미 증시 수익률 역전 현상 뚜렷…돌아온 서학개미
비용 늪 빠진 미 증시, 저평가 매력 돋보이는 코스피


불과 1~2년 전만 해도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며 서학개미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2026년 상반기 데이터가 말해 주는 현실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2025년 한 해 코스피가 75.6% 폭등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는 동안, '불패 신화'로 불렸던 미국 S&P500 지수는 16.3% 상승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격차는 2026년 들어 더욱 벌어지고 있다. 4월28일 기준 코스피는 57.6%, 코스닥은 31.3% 상승한 반면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4.3%, 6.1% 오르는 데 그쳤다.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 증시의 우위가 무너지고 한국 증시가 독주하는 이 기묘한 역전 현상의 이면에는 어떤 구조적 지각변동이 숨어있는 것일까.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인 한미 증시 간 수익률 역전 현상은 투자자들의 견고했던 자금 흐름마저 180도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며 꺾일 줄 모르던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는 2026년 4월 들어 11억8000만 달러 순매도로 급격히 전환됐다. 이처럼 극명한 수익률 격차가 투자자들의 심리적 맹신을 무너뜨리고,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는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역전 현상이 단순한 단기적 테마 장세나 기술적 반등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를 관통하는 네 가지 구조적 지각변동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4월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골드러시 때 돈 번 청바지 업체

첫 번째는 미국 기업들을 지탱해온 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 증시는 이른바 '경량 자산(light asset)' 모델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애플과 구글, 메타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들은 공장 건설 등 막대한 설비투자를 직접 감행하기보다, 이미 사회 전반에 깔린 인터넷 네트워크 위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대어 성장했다. 이들은 전체 매출의 아주 적은 부분만을 비용으로 지출하고, 남은 막대한 이익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러한 효율적 전략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적으로 끌어올리며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 황금 구조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고성능 반도체 확보, 전력 인프라 확충 등 AI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의 재무 구조와 전체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대규모 투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감가상각 부담과 고정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ROE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주주들에게 돌아갈 환원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과거 '자본 효율성의 시대'에서 '비용의 귀환' 시대로의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며, 이는 그동안 미국 증시의 고평가를 정당화해 왔던 핵심 논리를 무너뜨리는 요인이다.

두 번째는 AI 산업 내에서의 가치사슬(밸류체인) 변화에 따른 수혜국 교체다. 현재의 AI 사이클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보다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초기 국면에 해당한다. 미국 기업들은 AI 모델과 플랫폼,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첨단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반도체와 하드웨어 장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의 사용자 증가나 폭발적인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AI 상용화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은 이러한 흐름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AI 투자 확대는 곧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직결되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상황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에 비유할 수 있다. 금을 캐는 기업은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얻지만, 실패하면 치명적인 파산을 맞는다. 반면 광부들에게 질긴 청바지와 채굴 도구를 공급한 기업들은 금광 발견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현재 AI 시대에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빅테크들이 '금 채굴업자'라면, 이들에게 필수 부품을 대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청바지 판매자'에 가깝다. 투자 사이클이 거대해질수록 후자의 비즈니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들이 AI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벌이는 천문학적인 과잉 투자는, 그 자체로 한국 하드웨어 산업에 거대한 낙수 효과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의 저평가 구조, 매력 요소로

세 번째는 밸류에이션, 즉 시장가격의 상대적 매력도 문제다. 미국 증시는 장기간의 랠리를 이어오며 이미 시장의 높은 성장 기대를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다. 2026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21.7배에 달한다. 이는 역사적 평균치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며, 과거 데이터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고평가 구간에서의 실제 투자 성과는 늘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실제로 1985년 이후 PER 20배 이상에서 S&P500에 투자했을 경우 1년 후 연평균 수익률은 0.3%에 불과했고, 3년 후에는 연율 -0.9%, 5년 후에는 -1.2%를 기록하며 뒷걸음질쳤다. 높은 밸류에이션은 그 자체로 미래 수익률을 갉아먹는 제한 요인이다. 반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사이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코스피의 2026년 예상 PER은 7.5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아 하방 경직성과 상승 잠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가 짓누르는 거시경제적 부담이다. 미국은 2기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단행한 대규모 감세 정책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확대 속에서 국가의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빚인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국채 발행 물량이 증가하고, 이는 시중 장기금리의 하락을 제약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는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여 기업들의 전체적인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게 된다. 특히 이미 역사적 고점 수준의 높은 가격표가 붙어있는 미국 증시에는 이러한 금리 부담이 훨씬 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적·산업적 요소들을 종합해볼 때,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한미 증시 수익률 역전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순환 장세가 아니라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초기 국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용의 귀환으로 인한 미국 빅테크의 수익성 둔화 우려,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의 AI 사이클 수혜, 그리고 한미 간 현격한 밸류에이션 차이 및 미국의 짙어진 재정 리스크는 모두 한국 증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국 증시가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하며 독주하는 국면에 이미 확실히 진입했으며, 이러한 '국장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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