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까지…쿠팡, '오너' 지키기에 사활
2026.05.02 13:00
투명 경영 요구 앞에 '미국 기업' 방패까지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총수는 김범석
이번주 [주간유통]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돌아온 '쿠팡'입니다. 한동안 소강상태처럼 보였던 '쿠팡 사태'가 이번주 또 유통업계를 시끄럽게 했는데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사실 쿠팡의 동일인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1년 5월 쿠팡이 자산 5조원이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매년 반복돼 온 논란입니다. 그동안 김 의장은 '쿠팡Inc'라는 법인을 내세워 자신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걸 피해왔는데요.
결국 올해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Inc가 아닌 자연인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기로 했죠.
김 의장이 5년만에 동일인으로 지정되도록 만든 결정적 계기는 동생 김유석 씨였습니다. 쿠팡이 그동안 법인을 동일인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김범석 의장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었는데요. 김 씨가 쿠팡 경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조건을 깨뜨린 겁니다.
피하지 못한 동생 의혹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김유석 씨는 부사장급으로 쿠팡 내부 등급 기준으로 거의 최상위였습니다. 쿠팡에서 제일 높은 등급은 단 1명인데 김 씨는 그 바로 아래 등급이었다고 하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했고, 계열사에 따라서는 대표이사보다 김 씨의 등급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쿠팡은 공정위 발표 전인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김유석 씨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김유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며 쿠팡Inc 상장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며 "주요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가 한국 계열사의 주요 주주이거나, 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조적"이라고 강조했죠. 등기부나 주주 명부에 이름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김유석 씨가 등기부나 주주 명부에는 없었을지 몰라도 쿠팡의 주요 회의실에는 있었던 겁니다. 사실상 쿠팡의 주요 사업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데요. 쿠팡이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김유석 씨의 역할을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국적 방패
여기에 쿠팡이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미국 기업'이었습니다.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한미FTA 최혜국 대우 위반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로부터도 규제를 받게 된다며 이중규제라고 했습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니 쿠팡에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게 한미FTA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쿠팡은 모기업인 쿠팡InC가 미국에 상장돼 있는 미국 회사가 맞습니다.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이 세운 회사이니 미국 기업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평소 쿠팡의 행보를 보면 이제 와서 미국 기업 카드를 꺼내드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쿠팡이 이렇게까지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피하려 애썼지만 정작 쿠팡 사업 자체에 직접적인 타격이 오는 건 아닙니다. 개인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을 때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해외 계열사 현황 공시입니다. 김 의장이 20% 이상 보유한 해외 계열사 현황을 공개해야 하고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한 경우 동일인의 주식 소유 현황도 공개해야 하죠.
또 동일인은 친인척과의 거래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합니다. 일감 몰아주기 같은 사익 편취 행위를 감시받게 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결국 쿠팡의 사업 자체가 제한을 받는다기보다는 김 의장이 더 투명한 경영을 해야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쿠팡은 수년간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이번에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계획에 반발해 공정위 동일인 판단 이의심의위원회까지 거쳤지만 쿠팡의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지난 29일 입장문에서도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국내 1위 유통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쿠팡이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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