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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조 쏟아붓는 초고압 송전선로, '수도권 특혜 전력망'...용인 산단 재검토해야"

2026.05.01 13:31

[인터뷰]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
ⓒ 월간 옥이네

하승수 변호사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자리 잡은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책임지고 있다. 농본은 법과 제도가 강자의 무기가 아닌, 약자의 보호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단체 이름은 농촌, 농민, 농사가 사회의 뿌리가 된다는 농본주의에서 따왔다. 농촌과 농민을 위한 공익법률단체는 농본이 최초다.

농본은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로부터 마을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 운동을 지원한다. 법과 행정 절차를 몰라 피해를 보는 주민이 없도록 자문한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와 간담회,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정책 연구 등에서 농본의 굵직한 활동을 엿볼 수 있다.

전 국토를 가로지를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3월말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밀양 주민들의 추천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협의체'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삶터의 파괴를 넘어 공동체 파괴까지 이어졌던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보다 더 나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두고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싣는다.

"초고압 송전선로 의존한 전력 계통, 위협 상당하다"

- 밀양 송전탑 문제와 현재 전라권, 충청권, 강원권 등에서 진행되는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차이점이 있나.

"초고압 송전선에 의존해 장거리를 보내는 전력 계통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노선(시작점, 종점)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들어설 지역에 보상금을 지원해 회유하는 방식 그대로다. 차이점이 있다면 밀양 때보다 송전선로 건설 계획 규모가 확연히 커졌다는 점이다. 당시 신고리-북경남 한 개 노선을 두고 투쟁했다면, 지금은 전국 70개 노선이 발표됐고 동시다발적으로 34만5천 볼트 초고압 송전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대책위원회도 전국적으로 생기고 있다. 대한민국 전력 계통 문제가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 밀양 사태를 겪고도 전력 계통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했다.

"초고압 송전탑을 우리만큼 많이 짓는 나라가 있는지 의문이다. 초고압 송전은 안정도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형 발전소를 더 짓거나, 대형 발전소가 갑자기 정지해) 전압에 급격한 영향이 생길 경우 전력 계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정 송전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기후 위기나 자연재해, 테러 등 요인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초고압 송전선로에 의존한 전력 계통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협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조차도 전력 수요를 집중시켰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중앙 집중식 발전을 가져가면) 비수도권이 떠안아야 할 피해가 상당하다. 왜 이런 위협을 그대로 감수하는지 모르겠다."

-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동일한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지역별로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영동군에서 가장 먼저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대대적인 반대 투쟁에 나선 반면, 옥천은 이제 주민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이미 송전선로 건설이 확정된 뒤라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반영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전기위원회'를 둬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지만 이를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로 편제돼 있다. 독립기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한전과 기후부의 카르텔 속에서 소수의 몇 명이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송전선로, 변전소 건설 등에 약 72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이 카르텔의 수혜자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사나 용역을 수행할 사업자들이다.

발전소나 송전선 건설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독립된 규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근거인) 전기사업법을 대폭 고쳐 이를 통해서 주민 참여가 보장되는 수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전력망확충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민간 전문가가 위원으로) 있다지만 마찬가지다."

-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주민대표가 포함된 입지선정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들어설 입지를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조다. 송전선로 건설 유무를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상황에서, 송전탑 입지 선정은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걸 두고 위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입지 선정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입지선정위원회에 이 같은 상황을 떠넘기고 한전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송전선로의 시작점과 끝점을 한전이 못 박고 그 사이를 주민이 결정하라는 것은 요식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송전탑이 우리 마을에서는 최대한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거 아니냐. 주민끼리 싸우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무엇보다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주체가 한전인 것이 말이 안 된다. 한전은 이 사업을 하는 주체다. 누구보다도 이해당사자다. 사업자가 의견을 수렴한들 제대로 될 수 없다. '국가기간 전력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정부가 나서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문제 더 복잡해지기 전에 정부가 재검토해야"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초고압송전탑건설 반대전국행동 주최로 열린 '용인산단 송전선로 전면 재검토와 에너지 지산지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촉구 전국 행동 3.4 궐기대회'에 홍성 주민들도 참여했다.
ⓒ 월간 옥이네

- 국가기간(國家基幹), 국가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뜻이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이라는 이름 자체가 반대를 하는 순간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것처럼 만든다.

"지금 송전선로, 변전소 계획을 뜯어보면 국가에 해가 되는 온갖 문제들을 안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수도권 특혜 전력망'이다."

- 송전선로 건설을 두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당진시 등 지자체에서 입지 선정을 지연시키거나, 지자체 몫의 인허가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역의 이해를 대변한 사례가 있지만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이 절차마저 간소화 됐다.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건축법, 농지법, 도로법 등 30여 법 인허가가 한 번에 처리된다.

"특별법 만들기 전 전원개발촉진법에도 이미 인허가 간소화 특례가 들어가 있다. (실시계획 승인을 받는 순간) 20여 개 인허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반대해도)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권한도 이 법에 근거한다. 잘못된 법이기에 고쳐야 한다고 이미 지적됐는데 개선되기는커녕 특별법으로 더 나빠졌다. 특별법은 송전선로 건설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인 법이다. 이 상황에서 지자체, 지방의회가 할 일은 주민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국회도 찾아가고 청와대도 찾아가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진시장은 2016년 당시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다."

- 전국적으로 송전선로 건설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 투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결국 용인 산단 반도체 공장 신축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삼성이 들어갈 부지는 '국가산업단지'다. 국가산단 조성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맡는데 현재 주변 땅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까 아직 그 땅은 삼성 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업이 들어와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정부가 재검토해야 한다."

- 대한민국 전력 계통의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초고압 송전탑이 문제가 되자 분산형 전력망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이때 말하는 분산은 '수요의 분산'을 의미한다.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발전은 비수도권에서 하는 구조 이것이 근원적인 문제다. 이번 송전선로 건설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돼 있는데 전력 소모가 막대한 반도체 공장을 용인에 짓겠다고 해서 문제가 가중됐다.

용인 산단에 필요한 전력은 SK 6GW, 삼성 9GW 등 총 15GW이다. 원전 15기 수준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반도체 공장은 기본적으로 물과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한다. 전력 수급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공업용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전기와 물 문제를 두고 엄청난 폭탄을 껴안고 있는 꼴이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 전력 수요를 분산하려면 '지역별 요금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요 분산은 규제를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지역별 요금차등제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스웨덴 같은 경우 남북 지역 간 전력 수급이 불균형했는데 지역별 요금 차등제를 통해 전력 수요를 분산한 대표적인 사례다. 생산시설은 북부에, 산단은 남부에 집중됐는데 (차이가 클 때는) 두 배 이상 요금 차이가 났다. 전기료가 싼 곳으로 자연스럽게 공장을 이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가정용, 산업용 등 용도별로 전기요금 부과 체계가 나눠져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용을 대상으로 지역별 요금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광역지자체별 전력 자급률은 최고 262.6%(경북)에서 최저 3.3%(대전)까지 79배 차이가 난다. 서울(7.5%), 광주(11.9%) 다음으로 충북(25.6%) 자급률이 낮은 상황이다. 충북 역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망, 배전망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구조다.

"먼저 지금 한전이 짓겠다는 송전선로는 충북의 전력 소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에너지법에 따라 지역별로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충북도 지역에 맞는 자립 계획을 갖춰갈 노력을 해야 한다. 송전망과 배전망 관리를 한전에서 일괄 책임지고 있어서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지만 지역 순환형 에너지 자립 계획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장거리를 보내야 하니 34만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로가 필요한 것인데 지산지소(地産地消)로 가면 필요 없게 된다. 배전망으로도 충분히 전력 계통을 할 수 있다.

제주도가 에너지 공기업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자들은 대부분이 민간이다. 인허가를 따낸 회사가 다른 기업에 웃돈을 받고 팔기도 하는 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발전기만 설치한다고 끝이 아니다. 유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기사] 누가 이 많은 전기를 옮기려 하는가 https://omn.kr/2hxmw

월간옥이네 통권 106호
글 이현경 사진 이현경·공인법률센터 농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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