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공사비 깎고 ‘마이너스 금리’까지…재건축 수주전, 금융 경쟁 격화
2026.05.02 06:01
◇전세가 웃도는 수십억원 이주비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합원들의 발을 묶었던 ‘이주비’와 ‘이자’ 문제의 해결해준다는 공약들이다. 작년 정부 규제 강화에 따라 현재 서울 지역 재건축 사업에서 이주비 대출은 1주택자 기준 LTV 40%로 제한된다. 또 이주비 대출 총액 한도(6억원)도 적용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수주전에서 ‘LTV 100% 이주비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합원 집단 대출로 기본 이주비(최대 6억원)를 우선 받고, 이후 필요한 금액은 시공사가 모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반포 25차 전용 84㎡를 소유한 조합원이라면, 종전 자산 평가액(약 35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이주비를 삼성물산이 모두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인근 대단지 신축 전세가격이 약 18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수년간 거주할 집을 구할 때 걱정을 덜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대출뿐만 아니라, 금리 혜택도 내놨다. 삼성물산과 신반포 19·25차에서 경쟁하면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1%’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재건축 공사를 수주해 사업비를 외부에서 조달할 때, 현재 2.8% 수준인 CD 금리에서 1%포인트를 뺀 1.8%의 초저금리를 자체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구역은 공사비만 약 4434억원 규모인 데다 여기에 사업 촉진비, 용역비, 이주비 등 추가 비용도 막대하다. 이런데 사용하는 사업비를 조달해오는 비용을 낮추면 그만큼 향후 조합원들이 입주할 때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감소하게 된다.
포스코의 이런 공약에 삼성물산도 ‘사업비 전체 한도 없는 최저 금리 조달’을 약속하면서 맞불을 놨다. 업계 최고 신용 등급(AA+)을 앞세워 조합 운영비와 각종 용역비는 물론, 추가 이주비와 임차 보증금 반환 비용까지 포함한 전액을 시중 최저 금리로 책임 조달한다는 것이다.
압구정 5구역에서는 ‘가격 파괴’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조합이 제시한 예정가보다 3.3㎡당 약 100만원 낮은 1139만원의 공사비를 확정 제안했다. 최근 공사비가 날마다 급등하는 추세 속에서 나온 이례적인 조건으로, 가장 민감한 공사비부터 조합원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강력한 공세다.
◇선별 수주하되 ‘확실한 곳’ 꼭 잡는 전략
건설사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이자 차액을 자기 자본으로 메워주고 공사비까지 깎아가며 수주에 목을 매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출혈 경쟁’을 넘어선 건설사들의 절박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과거처럼 여러 구역에 무리하게 입찰을 넣는 경쟁을 피하고 있다. 공사비 폭등과 고금리로 인해 모든 현장을 다 감당할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대형 건설사들은 ‘확실하게 돈이 되고 상징성이 있는 곳’만 목표로 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고물가로 인한 공사비 급등과 대출 규제 여파로 조합원들의 비용 민감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최근 대단지 재건축 사업이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태처럼 공사비와 이주비 이자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입주가 지연되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조합원들의 심리를 공략하는 전략인 셈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강남권 재건축처럼 상징적이고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선 건설사도 과감하게 금융 지원책을 내걸고 있는데, 조합 입장에서도 이 같은 혜택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법적 리스크와 ‘비용 전가’ 우려
그러나 이러한 파격 제안들은 향후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30조에 따르면, 시공사가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서초구청도 신반포 19·25차의 마이너스 금리 제안에 대해 ‘조합 판단에 맡기되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건으로 시공사를 결정한 뒤, 향후 위법 여부를 따지는 법적 분쟁이 제기된다면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 리스크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도 경고한다. 건설사가 금리 조건에서 부담한 비용을 향후 공사비 증액이나 자재 변경 등을 통해 조합원에게 다시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수주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조건들이 결국 사업 진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회수되려 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은 당장의 금리 혜택이 장기적으로 분담금 폭탄이 되지 않을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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