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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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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놀면 거지꼴 못 면한다"…세이노의 '꼰대'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

2026.05.01 14:01

"미우라 아쓰시(일본 사회학자·사회평론가)는 베스트셀러 '하류사회'에서 중류의식이 무너지고 하류의식이 범람하고 있다고 하면서 양극화 시대에 하류인생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주5일 근무제 이후 이래저래 쉬는 날이 많아졌으니 '나답게'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는 말에 대한 일침이다. 나도, 너도, 우리도 그 모두가 나답게 살자고 외쳐되는 건 하류인생들이나 하는 소리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하류사회라는 얘기다. 몇 해전 '주69시간 근무제' 운운했던 윤석열 정부를 두고 한껏 싸워댄 이들이 들으면 뒷목 잡을 소리다.

이런 설명도 갖다붙였다. "주5일제 너무 좋아하지 마라. 어느 나라에서건 주5일제가 시작되고 난 뒤 중산층과 상류층의 소득 격차는 제도 시행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는 양상을 보여왔고, 돈과 시간을 펑펑 쓰다보니 중산층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니까 말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3월 주69시간 근무제 추진이 가시화되자 노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잘난 부자들은 늘어난 휴식 시간을 두고 그만큼 자신과 세상을 더 열심히 공부하는데 쓰는데, 보통 사람들은 '홧김비용(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니 뭐니 앓는 소리를 한껏하면서 '참 나를 찾아보자'고 하다가 오히려 망한다는 거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는 뜻이다.

전자책 무료 공개했는데도 100만부 팔렸다


입 밖에 내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될게 뻔한 구구절절 '꼰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이 책은 2023년 발간 이래 100만부 넘게 판매됐다. 이 기록이 놀라운 점은, 이 책이 전자책 형태로 무료로 공개됐다는 사실이다. 얼마든지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는데 굳이 내 돈 내서 종이책을 사본 사람이 100만 명 넘는다는 얘기다.

책 출간 과정도 파격적이다. 원래 2000년대 들어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 쓴 글들이 여럿 있었다. 이 글들이 인기를 끌다보니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제본해서 돌려봤다. 안 했던 말과 글, 의도와 다른 말과 글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해적판이 난무할 바에야 차라리 정본 책으로 하나 묶어내자는 제안이 줄이었다.

저자 세이노의 조건은 단 하나. 이 책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인세는 '0원'으로 책정했다. 전자책으로는 무료로 공개했고 종이책은 최소한의 제작비만 감안해 정가를 7,200원으로 책정했다. 700쪽이 넘는 분량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2만~3만원 정도를 받아야 할 책이다.

한술 더 떠 2024년말 100만부 판매 돌파를 기념해서 페이퍼백으로 특별보급판을 냈는데 이 책의 가격은 5,000원이다. 요즘 물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당신 정말 이 얘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이 볼 수 있도록 해줄게"란 뜻이 실린 행보다.

대형 서점이 집계한 2023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이 책이 바로 그 유명한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 즉 Say No는 일본 이름이 아닌 필명이다. 열심히 살아서 부자가 되려면 세상이 해주는 달콤한 말들에 대해서 단호하게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독설에 비춰보면, 충분히 짐작가능한 이름이다.

인세 0원 "원한다면 내 경험을 공짜로"


책으로 명성이나 이득을 취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세이노는 필명 외엔 스스로의 신상을 절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세이노의 정체는 스스로 밝힌 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1955년생으로 순자산 1,000억원대 부자다. 어릴 적 부모를 일찍 여의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학비를 벌고자 과외, 번역, 보따리 장사 등 안해본 일이 없다. 이후 유통, 무역 등 여러 사업에 도전한 끝에 30대 중반 즈음부터는 어느 정도 경제적 자유를 얻었고, 이후 부동산 경매와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자산을 크게 불렸다. 실제 책을 보면 이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이 진하게 배어 있다.

성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밝히고, 이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저자와 책은 이미 많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은 '세이노의 가르침'이 거의 유일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세이노의 가르침' 저자 세이노가 유일하게 출연했던 프로그램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한 장면. 이 때도 검은 모자, 마스크,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유튜브 갈무리


첫째는 ①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심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 모두 부자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치열하게 부를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얘기들은 잘 거론되지 않는다. 이 빈 공간을, '흙수저'에서 시작해 온갖 일을 다 해본 세이노가 채워준다는 평이다.

두번째는 ②실제 성취다. 이런저런 고민을 토로하며 약간의 틈만 줘도 언제든 부나방처럼 날아들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할 꼰대는 현실세계에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 꼰대들 중 실제 1,000억원대 자산가는 거의 없다. 업적이, 실적이 뒷받침된 꼰대다. 자신의 경험담이 그대로 담겼다.

마지막으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③진정성이다. 언론 기고문은 그나마 정제됐지만 인터넷에 올린 글 등은 그야말로 원초적이다. 분노, 욕설 등 가감없다. 그런데 이게 정말 친한 형이 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전자책 무료공개, 책 가격 최저액 책정, 해외 판본 수익 전액 기부 등의 행보가 진정성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평이다.

'꼰대 극혐' 시대에 대체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기에 2030은 꼰대 세이노에게 열광했을까. '어른의 귀환'이라고까지 불린 이 책의 내용을 다섯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세이노가 일러주는 '부자되는 법'


돈은 중요치 않다? 그건 위선이다.

옅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돈에 대해 말하는 걸 상스럽고 천하게 여긴다. 그 때문인지 성공한 사람일수록 '행복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도 아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연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돈에 대한 가식과 위선부터 버려라.

일 자체를 완전히 장악하라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서. 내가 이런 걸 할 사람은 아닌데. 세이노가 흔히 듣는 고민이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일도 성심성의껏 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일은 잘 할 것이라고 남들에게 증명할 것인가. 싫은 일도, 귀찮은 일도 현장의 온갖 세세한 부분까지 제 한 몸으로 다 익혀야 한다. 그게 스스로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끼고 남에게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첩경이다.


죽을만큼 힘들다? 그런 건 없다

물론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아무 것도 안되는 거 같은데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 버텨내기 힘들다,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시야가 트이고 다른 기회가 또 온다. 죽을만큼 힘들다? 그런 건 없다. 성공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그리고 나중에 더 크게 돈다는 걸 믿으라. 사회생활 초년기에 독한 마음을 가지고 일, 경험, 돈을 모아야 한다.

미국의 이란 침공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 코스피 지수 7,000선까지 넘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

신문 열심히 읽는 건 기본이다. 경제와 문화 기사가 좋다. 세상 트렌드, 인간 마음을 이해하는데 좋다. 걸핏하면 열 올리는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얘기는 안 봐도 그만이다. 그 다음엔 자기 일과 관련된 분야를 파고들어라. 이론서부터 현장 실전 지식까지. 투자도 마찬가지. 부동산, 주식 뭐든 투자할 거라면 그 또한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하라. '5,000만원 있는데 어디 투자할까요' 같은 건 가장 한심한 질문이다. 모르겠으면 하지 마라.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편히 살면 된다

이게 독한 처방이라는 거, 세이노도 안다. 인정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내 글이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차갑고, 귀를 막고 피하고 싶을 정도로 몰상식하고 듣기 싫은 말들의 연속"이라고. 그랬기에 세이노는 부자로 산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부자로 살아야 하느냐고? 그게 꼭 좋기만한 삶이냐고? 그렇다면 그렇게 안 살면 된다.

베를렌의 시 '하늘은 지붕 위로'


세이노의 메시지는 그가 제시한 시 한편으로 요약된다. 19세기 프랑스의 천재시인 폴 베를렌이 지은 '하늘은 지붕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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