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타기’ 어렵게 입증해도 집유… 재범 막으려면 엄벌해야
2026.05.01 18:50
추가 음주·고의성 입증에 난항
6개월간 검거 건수 38건 그쳐
솜방망이 처벌에 꼼수만 늘어
警 강경대응 예고 실효성 의문
지난해 6월 A씨는 부산 북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2.5㎞가량 차량을 몰다가 앞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이 음주운전을 의심해 출석을 요구하자 그는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 마신 뒤 경찰서에 나타났다. 충돌 당시 음주 여부를 흐리기 위한 이른바 ‘술타기’였다. A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지만 법원은 A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인천 중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가 음주운전 신고를 받자 차를 세우고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추가로 사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그 역시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지만 법원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음주운전을 한 뒤 술을 더 마셔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수법은 지난해 6월부터 처벌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는 ‘혐의 입증이 어렵고 처벌도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12월까지 6개월간 전국에서 술타기로 검거된 건수는 38건으로 집계됐다.
‘김호중 사건’ 계기 입법…현장선 “입증의 벽”
술타기 수법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계기는 가수 김호중씨 사건이었다. 김씨는 2024년 5월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택시와 충돌한 뒤 현장을 이탈했다. 이후 경기도 한 호텔 인근에서 추가 음주를 한 뒤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사고 당시 정확한 음주 수치 확인이 어려워 음주운전 혐의는 결국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시키고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하는 등 은폐 시도가 드러나면서 김씨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 사건 이후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술이나 의약품 등을 사용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 적용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술타기에 해당하는 음주측정방해를 적용하려면 경찰이 음주운전 피의자의 사고 이후 추가 음주 여부와 고의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지난해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해 입건된 인원이 2494건인 것에 반해 6~12월 음주측정방해 검거 건수가 38건으로 저조한 것도 이런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바로 판단 가능한 음주측정거부죄와 달리 음주측정방해죄는 사고 후 술을 마셨는지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며 “측정 방해의 고의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범 많은데 형량은 ‘솜방망이’
어렵게 혐의를 입증해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6월 이후 대법원 사법정보 공개 포털에 공개된 술타기 관련 확정판결은 현재까지 2건으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술타기는 음주운전 재범과 결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술타기 행위가 인정됐거나 판결문에 ‘술타기 행위가 강하게 의심된다’는 내용이 들어간 확정판결 12건 가운데 11건의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다. 이 가운데는 무려 4차례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피고인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적발 인원은 10만6637명으로 2015년 24만3100명 대비 56.2% 감소했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지난해 43.7%로 2015년 44.4%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적발된 4회 이상 재범자만 1만141명에 달했고, 7회 이상 재범자도 935명이었다.
이런 음주운전 반복 이면에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턱없이 낮은 형량이 있다. 국민일보가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를 통해 2020~2023년 선고된 음주운전 1심 판결문 4만1986건을 분석한 결과 83.6%에 해당하는 3만5107건이 집행유예에 그쳤다. 벌금형은 1148건, 실형은 951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동종 전과 3회 이상인 상습 음주운전자의 1심 판결 3200건 중에서도 2841건(88.8%)이 집행유예였다. 징역 등 실형 선고는 280건에 불과했고, 벌금형이 22건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치사 사건 132건 중에서도 92건(69.7%)이 집행유예에 그쳤다.
이처럼 ‘걸려도 솜방망이’라는 인식 속에 단속을 피하거나 감형을 노린 각종 요령도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한 음주운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성문과 탄원서가 양형에 중요하다’는 조언부터 음주운전 단속 위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정보까지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 효과 있을까
지난해 대검찰청과 경찰청, 법무부는 5년 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지르면 차량을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는 최근 5년 내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재취득할 경우 호흡을 검사해야 시동이 걸리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부착해야만 운전할 수 있다. 다만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선고가 반복된다면 어떤 장치를 도입하든 편법을 찾는 시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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