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고아성의 ‘바냐’ vs. 조성하·심은경의 ‘반야’…같은 체호프, 다른 매력
2026.04.30 18:28
지난해 5월 각각 주인공 이혜영과 이영애를 내세운 ‘헤다 가블러’로 맞붙었던 국립극단과 엘지(LG)아트센터가 올해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로 다시 맞붙는다. 이쯤 되면 화제성을 위해 두 단체가 사전 교감을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이 사실을 알고 가장 놀란 건 각 단체다. 스타일도 철학도 다른 조광화(국립극단)와 손상규(엘지아트센터) 두 연출자가 수많은 고전 중에 선택한 작품이 ‘바냐 아저씨’라는 건 지금 이 시대 관객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징후적인 우연일 터이다.
국립극단과 엘지아트센터의 ‘바냐’는 지난해 ‘헤다 가블러’보다 두 단체의 서로 다른 개성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목부터 다르다. 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엘지아트센터의 무대는 ‘바냐 삼촌’이다. 제목도 배경도 원작에 가깝다. 20세기 초 러시아 시골을 배경으로 교수인 죽은 여동생의 남편의 성공과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쳐 영지를 관리해온 바냐가 매부의 속물적 실체를 알게 되면서 느끼는 분노와 좌절, 그와 반대편에서 무너지는 현실을 묵묵히 감당하는 조카 소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출신으로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대극장 연출에 도전하는 손상규 연출은 지난 4월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극 중 바냐가 우당탕거리며 실수하고 망신당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가 잘못 살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라며 “남의 인생을 너무 쉽게 평가하고 상처 주는 시대에, (작품을 통해) 자기 삶에 조금은 관대해져도 좋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말했다.
22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라가는 ‘반야 아재’는 20세기의 한국 충북 영동으로 배경이 옮겨졌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정미소를 관리해온 이보와 조카 서은희는 도시에서 학문적 명성을 쌓은 서병후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하지만 서병후가 은퇴 뒤 젊은 아내 오영란과 정미소로 내려오면서 가족들의 고요하던 일상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배경이 바뀐 만큼 등장인물의 이름도 성격도 조금씩 바뀌었다. 1986년 장민호의 연출로 처음 무대에 올린 뒤 국립극단의 네번째 공연이다. 조광화 연출은 “에이아이(AI), 전쟁, 기후변화 등 온갖 이슈로 하루하루가 급격하게 변하고 어쩌면 평생의 노력이 무용한 것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나의 평생이 부정당하는 기분과 불안감, 무력함이 범람하고, 이해하기도 대응하기도 힘든 시대에 허둥대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반야 아재’의 인물들이 지금 우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번 두 작품은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두 젊은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이다. ‘바냐 삼촌’에서는 고아성이 ‘소냐’를, ‘반야 아재’에서는 심은경이 ‘서은희’를 연기한다. 영화를 주무대로 활동해온 두 배우는 동 세대 배우들 가운데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왔던 터라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바냐 삼촌’에서는 주인공 바냐를 연기하는 이서진도 첫 연극 도전이다. ‘반야 아재’에서는 조성하가 원작의 바냐인 이보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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