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평사 최초로 국내 은행 ‘디지털 자산’ 경쟁력 점검 [크립토360]
2026.05.01 08:35
S&P·무디스 등 사전 질의에 디지털자산 포함
CBDC·스테이블코인 정책 대응력 집중 질의
“은행권 미래 수익원·사업 경쟁력 기준 부상”
TF 머물렀던 디지털자산팀, 부서단위로 격상
역대급 금융사 실적 호조에 신사업 투자 여력도
CBDC·스테이블코인 정책 대응력 집중 질의
“은행권 미래 수익원·사업 경쟁력 기준 부상”
TF 머물렀던 디지털자산팀, 부서단위로 격상
역대급 금융사 실적 호조에 신사업 투자 여력도
|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과 무디스 사옥. [로이터] |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한국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준비 중인데, 해당 은행은 디지털자산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정례 미팅 주요 질문)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은행의 디지털자산 대응력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인공지능(AI) 도입 수준과 활용 전략을 묻는 데 집중해 왔다면, 최근에는 디지털자산 사업 준비 수준을 확인하는 질문이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자산이 은행의 미래 수익원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묻던 신평사, 이제는 디지털자산=본지가 지난 3~4월 방한한 글로벌 신평사와 정례 미팅을 가진 국내 주요 은행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S&P와 무디스는 올해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대응 역량을 묻는 질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S&P는 이번 정례 미팅 현장에서 “한국이 CBDC,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는데 이러한 정책 변화가 은행에 미칠 리스크와 기회 요인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해당 은행은 어떤 핵심 전략으로 준비하는가”등을 질의했다.
무디스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자산 대응 역량을 점검하는 질문을 사전 질문지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규모에 따라 연 1회에서 많게는 4회까지 한국을 방문해 평가 작업을 진행한다. 통상 방한 약 한 달 전 사전 질문지를 발송하는데, 이번에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대응 준비 수준을 점검하는 내용도 포함시킨 것이다. 이들은 제출된 답변과 현장 면담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년 전만 해도 AI 관련 질문이 없었는데 3년 전부터 포함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디지털자산이 사전 질의서에 새롭게 포함됐다”며 “이전에는 없던 항목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질문은 사업 규모나 수익 기여도보다 준비 수준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지만, 국내외 규제와 시장이 정비되면 사업 비중이나 리스크 관리 체계까지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선 신평사의 질문 변화 자체를 중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 과정에서 특정 항목이 질의로 포함됐다는 것은 단순 참고 수준을 넘어, 향후 신용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례 미팅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AI 관련 질문과 비슷한 수준으로 디지털자산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며 “AI가 내부 시스템 고도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면, 디지털자산은 은행의 잠재 수익성과 직결된 사업으로 보고 더 큰 관심을 보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CEO가 챙긴다” 실험에서 핵심 사업으로=시장이 커지면서 금융사 내부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실험’으로 취급되던 디지털자산이 이제는 은행장이나 증권사 대표들이 직접 방향을 정하고 챙기는 핵심 사업으로 올라섰다. 초기 코인 발행(ICO)과 단기 가격 상승 중심이던 시장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수단을 넘어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의 대응도 한층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초기 사업 제안 PT를 할 때만 해도 ‘이게 뭐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지금은 회장도 방향을 정한 만큼 실무적인 보고가 훨씬 많아졌다”며 “과거엔 반신반의 속에 듣던 자리였다면 이제는 일을 벌릴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또 금융사들은 기존 태스크포스(TF) 수준에 머물렀던 디지털자산 조직을 정식 부서나 본부로 격상시키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직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정도만이 디지털자산 전담 인력을 5명 이상으로 꾸린 사례로 꼽혔고, 그 외에는 자산관리(WM)나 전략 부서에서 겸직 형태로 관련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미래에셋증권은 팀 단위로 운영하던 조직을 본부로 격상하고 인력을 20명 안팎으로 확대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작년 10월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금융사들은 AI와 디지털자산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인재와 기술의 내재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관련 인력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가상자산 조직을 ‘AX·디지털솔루션부 디지털자산Cell’로 확대 개편했으며, 연초에는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회장을 영입했다. 작년엔 삼성전자 출신의 신영필 상무를 테크혁신유닛장으로 선임했으며, 신한금융지주 디지털 파트장 역시 삼성전자 출신의 빅데이터·AI 전문가인 김준환 상무가 맡고 있다.
업계에선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사업 투자가 올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원화 코인을 달러 자산으로 교환하는 외환 거래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 두나무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해외송금 서비스 개발과 실제 자금 이동 환경에서의 실효성 검증에 나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 1분기 실적발표만 봐도 지주와 은행, 증권사들이 증시 호조에 힘입어 잇따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신사업에 투입할 여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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