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김환기가 그린 잡지 표지…100년 전 힙스터들 이렇게 어울렸네
2026.05.01 12:00
개벽·삼사문학·신여성 등 잡지 80종 전시
100여년 전 문화 혁신 이끈 발자취 짚어
100여년 전 이른바 ‘경성 시대’에도 힙스터들이 살았다. 요즘엔 성수·한남의 팝업스토어와 카페·갤러리를 다니는 게 ‘힙한 감성’이지만 근대 문화 초창기였던 당시 사회는 달랐다. 일제강점기라는 억압된 사회 상황에서 대부분 유학파 출신에 중상류층 집안 자제였던 청년들은 고루한 옛날 문화와 결별하고 새 시대를 여는 선도자이길 꿈꿨다. 이들이 결집한 결과는 당시로선 최신 플랫폼이었던 ‘잡지 창간’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대조선독립협회회보』(1896) 발행 130주년을 기념해 근대기 문화 선구자들이 만들었던 잡지 80종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잡지협회가 공동 기획한 ‘Modern Magazine 조선의 힙스터 아카이브’ 특별전이다. 3·1운동 이후 창간한 대표 민족잡지 『개벽』의 창간 1주년 기념호(1921.7)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발표된 잡지 『여성』 등 희귀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잡지가 당대 힙스터들의 놀이터였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자료가 『삼사문학』 5호(1936. 10)다. 1934년 창간돼 '삼사문학'(三四文學)이라 이름 붙인 이 잡지는 1930년대 문단에 신선한 초현실주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문예 동인지였다. 창간 때부터 이를 편집하고 주도한 화가 정현웅(1910~1976)을 중심으로 소설가 신백수, 작곡가 이시우 등이 참여했고 훗날 소설가 황순원도 가세했다. 5호가 각별히 주목 받는 것은 김환기(1913∼1974)가 표지화 및 삽화를 그렸기 때문. 23살 나이에 자유분방한 드로잉으로 그린 그림은 훗날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가 되는 그의 ‘떡잎’을 보여주는 듯하다.
『삼사문학』은 1935년 12월 통권 제6호로 종간됐는데, 이처럼 당시 동인지들은 소량으로 찍어내면서 몇 년간 이어지다 다시 ‘헤쳐모여’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는 1920년대 문예지 중심의 신문학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시엔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지로 불리는 『창조』를 비롯해 『폐허』와 『백조』까지 3대 문예 동인지와 그 밖에 여러 단명한 잡지들이 선보인다. 김동인·주요한·최남선·김소월·이광수 등 교과서에서 배운 근대기 문인들의 활약을 빛바랜 잡지 표지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한편에 근대 문화 선구자들의 ‘끼리끼리’ 동인지가 있었다면, 다른 쪽에선 일반 대중을 겨냥한 종합 잡지도 잇따랐다. ‘별천지’를 뜻하는 이름의 잡지 『별건곤』이 스타트를 끊었다. 천도교에서 세운 잡지사였던 개벽사가 1926년 창간한 『별건곤』은 문학, 논설, 상식뿐 아니라 대화, 풍자, 만화, 기담, 코믹, 설문, 품평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이 같은 흥행에 자극받아 시인 김동환(1901~1958)은 14년간 통권 152호의 『삼천리』 잡지를 발간하면서 유명인의 사생활, 인터뷰, 연애담 등 읽을거리를 끊임없이 생산했다. 오늘날 『삼천리』가 1930년대 인물사, 풍속사를 담은 아카이브로 평가받는 이유다.
아쉬움을 달래주는 ‘깜찍 체험’이 전시장 막바지의 ‘즉석 사진 변환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근대잡지 표지에다 관람객 모습을 합성해주는데, 복고풍 표지모델이 돼보려는 재미에 긴 대기줄이 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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