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전력 설비 1.4배 늘려야…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추가될까[디깅에너지]
2026.05.01 10:30
원전 등 무탄소 전원 도전적 확충해야"
2050년까지 대형원전 24기·SMR 12기
철회된 원전 부지 활용 방안 제시
12차 전기본 추가 전력 수요는 2.5GW
대형원전 2기 건설엔 부적합 지적도
2040년까지 우리나라 장기 전력 설비 계획을 담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자력발전이 추가로 포함될지에 대한 관심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차 전기본에서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원전 1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추가하기로 정한 바 있다.
원자력계에서는 이에 더해 12차 전기본에도 추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대한전기학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한국원자력학회가 공동 주최한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실현을 위한 통합 에너지 기술 전략' 포럼에서 심형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원자력학회 부회장)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2050년 필요 발전량을 1257.7킬로와트시(kWh)로 전망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탄소 전원을 도전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특정 전원에 편중할 경우 천문학적 비용 부담과 전력망 불안정을 초래하는 만큼 비용, 계통안정, 에너지 안보를 종합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 구축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심 교수는 11차 전기본 계획 이후인 2039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를 건설하고 잔여 필요 전력은 수소 전소 발전으로 충당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대형원전 24기, SMR 12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때 재생에너지는 2050년 총 전력 수요의 30%를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심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1차 전기본의 추세가 선형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2050년 재생에너지는 총 수요의 24.8%를 담당하게 된다. 11차 전기본보다 더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와 수소발전 등 다른 무탄소 전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심 교수는 11차 전기본에서 무탄소 전원 간의 경쟁을 통해 도입하기로 한 설비 1.5GW(2035년~2036년)와 유보한 전원 1.6GW(2037~2038) 등 총 3.1GW도 원전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원자력계의 주장대로 24기의 신규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최소 3곳의 대형 원전 부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운영하는 원전은 1곳의 부지에 4기의 대형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심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을 짓기로 했다 철회한 부지가 2곳을 우선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북 영덕의 천지 원전, 강원 삼척의 대진 원전 부지를 신규 원전 부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온 진보 진영에서는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추가 건설에 대해 반대해왔다. 원전은 출력 제어가 어려워 변동성이 심한 재생에너지와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 등 최신 원전의 출력을 50%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는 출력을 100%에서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설계에 반영돼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시간대에는 원전의 출력을 줄일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게 원자력계의 설명이다.
김한곤 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현재 개발 중인 i-SMR은 출력은 100-20-100%의 일일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하다"며 "시간당 40%까지 출력을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MR은 1년간 300회까지 부하 추종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다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전의 부하추종 운전 경험이 없다는 점이 우려 사항이다. 김 단장은 "자동차가 아무리 최고급 사양을 갖추었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원전도 부하추종 운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소희 국민의 힘 의원은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석탄화력 폐지 지역에 SMR에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12차 전기본에서도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 전망 공개토론회'에서 전기본수립총괄위원회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 131.8GW의 전력 수요를 전망했다.
이는 2038년까지 129.3GW를 전망한 11차 전기본보다 2.5GW 늘어난 것이다. 2025년 기준 국내 전력 설비가 100.9GW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5년간 약 1.4배의 전력 설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총괄위는 경제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전기화 등의 추세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기준 시나리오상 2040년까지 전기화에 따라 전력 소비량은 112.6테라와트시(TWh)로, 첨단산업(29.3TWh), 데이터센터(26.5TWh)를 훨씬 뛰어넘었다.
국내 대형 원자로인 APR1400 노형은 1기당 1.4GW로 설계돼 있으며 효율성을 위해 한 번에 2기씩 건설하는 것이 통례다. 이를 감안하면 전력 수요가 2.8GW 이상 되어야 추가 원전 건설이 가능하다.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수립총괄위원회에서 예측한 2.5GW의 전력 수요만 놓고 보면 대형 원전 추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수립총괄위원회는 수요 계획에 이어 설비계획, 계통혁신 등 소위원회별로 공개토론회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에 12차 전기본 잠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됨에 따라 12차 전기본에서 유연한 전력 설비 운영이 강조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차관은 "1년 365일 4계절 내내 전력망이 유연해지지 않으면 앞으로 전력 수급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며 "12차 전기본은 365일 전력 수급 상황을 고민하는 최초의 전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