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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천국' 양양? 눈앞의 보석 놓치고 있다

2026.05.01 10:41

[우리 동네 진짜 이슈] 양양 남대천을 '방류의 강'이 아닌 '머무는 강'으로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막상 선거 과정에선 지역의 중요한 의제와 이슈들이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진짜 이슈] 기획은 각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불편함을 지적하고, '정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고향을 향해, 양양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 진재중

양양 남대천은 동해안에서 가장 긴 수계를 가진 하천이자, 수량이 풍부한 천혜의 생태 자산이다. 더 나아가 연어가 태어나고 돌아오는 '기억의 강'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이 강을 살아 있는 생태계가 아닌, 단순한 관리 대상 혹은 개발의 공간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양군수 후보들의 공약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행정 신뢰 회복,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인구 대응 전략까지, 언뜻 보면 빠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양양의 뿌리이자 상징인 남대천과 그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에 대한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양양의 미래를 말하면서, 왜 연어는 빠졌나

▲ 양양 남대천 동해안에서 가장 많은 연어가 회귀하는 천이다
ⓒ 진재중

현재 양양군 홍보 문구는 양양 남대천을 "연어들의 고향"이자 "풍요로운 생명의 터전"으로 묘사하지만, 실제 운영 방식까지 고려하면 이 표현은 다소 상징적이고 미화된 측면이 있다.

남대천은 더 이상 연어의 강이 아니다. 지금의 모습은 '생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사람 중심으로 재편된 공간에 가깝다. 남대천 연어생태공원을 걷다 보면 자연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잘 연출된 풍경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봄이면 벚꽃이 흩날리고, 금계국이 강변을 채우며, 자전거길과 카페, 파크골프장이 이어진다. 이 장면들은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공간의 이름이 '연어생태공원'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이름이 가리키는 가치와 실제 기능 사이에 뚜렷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어에게 지금의 남대천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지나가는 통로다. 어린 연어는 바다로 나가기 위해 이곳을 통과하고 돌아온 연어는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이 여정 속에서 필요한 것은 조용한 흐름, 은신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최소한의 간섭이다. 그러나 현재의 남대천 하구는 수상레포츠, 체험시설, 관람 동선이 밀집된 '이용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인간의 편의와 시선을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 속에서 연어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문제의 핵심은 '생태'라는 단어의 사용 방식이다. 이곳에서 생태는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미지를 포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관광과 소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임에도, 생태라는 이름은 그것을 자연 친화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자연은 관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회귀성과 이동성이 생존의 핵심인 연어에게 하구는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생명의 길목이다.
그 길목 위에 인간의 활동이 겹겹이 쌓일 때 연어는 머무를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결국 남대천은 연어가 살아가는 강이 아니라 사람이 이용하는 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이제는 군정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연어를 위해 이 강을 유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연어를 내세워 이 강을 소비하고 있는가. 남대천이 다시 연어의 강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보여주기 위한 생태'에서 '머무를 수 있는 생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은 앞으로도 연어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심의 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연어는 모천인 남대천에서 알을 부화하고 생을 마감한다
ⓒ 진재중

연어는 돌아오지만, 머물 곳은 없다

연어는 돌아오라고 해서 돌아오는 존재가 아니다. 회귀는 본능이지만, 머무름은 결국 환경이 결정한다. 지금 양양의 연어 정책은 여전히 '방류' 중심에 머물러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 산하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치어를 바다로 내보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접근은 '되돌아오는 개체 수'에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연어가 머물고 순환할 수 있는 서식 환경에 대한 고민은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 연어는 점차 하나의 생명이라기보다 관리 대상이자 자원으로 취급된다. 모천으로 돌아온 개체들은 채란을 위해 포획되고, 생태적 삶의 과정은 축소된 채 '생산과 회수'의 흐름 속에 편입된다. 회귀 역시 자연의 순환이라기보다 정책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기능하며, 얼마나 많이 돌아왔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제는 단순한 방류를 넘어, 연어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아오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돌아온 연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양양 남대천에서 회귀한 연어를 포획해 알을 채란하는 작업.
ⓒ 진재중

연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다. 머물고, 숨고, 먹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하천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수목,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물, 그리고 먹이를 만들어내는 생태 순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하천 주변에 삼나무와 같은 나무를 조성하면 그늘이 형성되고, 낙엽과 곤충은 자연스럽게 연어의 먹이원이 된다. 또한 수로를 자연형으로 복원해 유속과 수심의 변화를 만들어주면, 연어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비로소 '연어의 집'이 완성된다.

이 같은 접근은 이미 해외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양양 남대천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캐나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머무르고, 살아남고, 다시 돌아오는 강

▲ 캐나다 위버크리크 인공수로 연어가 머물 수 있도록 삼나무와 자갈을 조성해 자연에 가까운 서식 환경을 마련한 모습, 연어의 삶터를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한 인공 생태 공간이다.
ⓒ 진재중

캐나다의 밴쿠버의 인공수로 위버크리크(Wever Creek)는 연어가 돌아와 머무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성해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단순히 연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어가 살아가는 '과정'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캐나다 위버크리크의 핵심은 인공 방류가 아니라, 연어가 스스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도록 하천 전체를 생태적으로 설계한 데 있다. 이를 남대천에 적용하려면 통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쉼·은신·먹이·유속이 결합된 '생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니가타현의 무라카미시 역시 연어를 단순한 어획물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움직이는 자원으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 도시는 미오모테강을 중심으로 매년 회귀하는 연어를 기반으로, 생태·경제·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구조를 형성해 왔다.

가장 큰 특징은 "잡는 것"보다 "돌아오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무라카미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공부화와 방류를 통해 연어 자원을 유지해 왔지만,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자연 회귀를 전제로 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지역 주민과 어업 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관리 방식으로 운영되며, 연어는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자산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확보된 연어는 식문화로 확장된다. 무라카미에는 100가지가 넘는 요리를 만들어내면서, 그에 따라 염장·건조·발효 등 다양한 저장 기술도 함께 발달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집집마다 연어를 매달아 말리는 풍경이 형성되는데, 이는 단순한 음식 준비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또한 연어는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된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시기에는 이를 관찰하려는 방문객이 몰리고, 전통 가공 방식과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지역 상점과 음식점, 박물관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며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특히 이곳으로 돌아오는 연어 역시 양양과 같은 첨연어로, 생태적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무라카미 미오모테강에서 전통 어법을 활용한 연어잡이가 관광자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장.지역 문화와 어업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이다.
ⓒ 진재중

남대천의 '연어', 왜 외면하는가

남대천은 이미 캐나다 위버크리크에 뒤지지 않는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 무라카미처럼 첨연어를 기반으로 관광과 식품 자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부족한 것은 자연이 아니라, 그 가치를 읽고 구조로 설계하려는 선택이다. 연어는 이미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고, 조건 또한 갖추어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현실로 전환할 행정의 시선과 결단이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남대천과 연어 자원을 중심으로 한 공약은 보이지 않고, 후보들은 여전히 가시적인 개발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예산 사업에 눈길이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공약의 부재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 자체가 빠져 있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다.

▲ 양양 남대천 양양읍은 남대천과 연어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연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독특한 생태적 조건을 지닌 선택받은 공간이다.
ⓒ 진재중

양양이 진정으로 잘 사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남대천이라는 생태 자산과 연어라는 상징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재구성할 때, 비로소 지역의 방향은 분명해진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연어를 얼마나 방류할 것인가"가 아니라, "연어가 머물 수 있는 강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6.3 지방선거 공약은, 결국 양양의 미래에도 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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