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진 '최애' 공연"…K팝 콘서트, VR로 무대 밖 진화
2026.05.01 10:00
촬영 한 번으로 글로벌 상영까지…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
[어메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선우 기자 = "르세라핌 채원이가 제 눈앞에 있다니요. 실물보다 더 진짜 같기도 해서 놀라워요." K팝 콘서트가 공연장 무대를 벗어나 극장 화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VR 콘서트 속 투어스와 르세라핌이 눈앞에서 초근접 퍼포먼스를 펼치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지정된 영화관에서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면 원하는 시간에 '최애'(가장 좋아하는)의 VR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약 한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이러한 VR 콘서트는 단순한 기술 체험을 넘어 공연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K팝 산업의 새로운 확장 모델로 평가된다.
극장으로 들어온 K팝 공연…VR 콘서트 확산
[어메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VR 기술을 활용한 VR 콘서트가 새로운 공연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도 공연 실황을 담은 콘서트 영화가 있었지만, VR 콘서트는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몰입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VR 콘텐츠 제작·유통사 어메이즈를 중심으로 K팝 시장에서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약 한 달간 상영된 투어스의 첫 VR 콘서트 '러쉬로드'는 누적 관객 4만 명을 돌파하며 VR 콘서트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르세라핌의 VR 콘서트 '인비테이션'이 상영 중이다. 오는 8일부터 롯데시네마 부산 본점에서 추가 개봉한다. 관람 방법도 간단하다. 안내에 따라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즉시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으며, 현장에는 기기 사용을 돕는 안내 인력도 배치돼 있다. 극장 한쪽에는 VR 기계를 체험하거나 팬들이 포토카드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VR 콘서트는 실제 공연처럼 10곡 안팎의 세트리스트로 구성되지만, 가상 공간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기존 공연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르세라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거나, 투어스가 꽃을 건네는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연출이 가능하다.
또 특정 멤버를 선택하거나 손짓하면 가상의 응원봉이 구현되는 등 관객 참여형 콘텐츠인 점도 특징이다.
가격·접근성·몰입감…관객·아티스트 모두 만족한 '효율성'
[어메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VR 콘서트 확산의 주된 이유는 '효율성'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공연보다 상영 기간과 회차 선택의 폭이 넓고, 해외 상영까지 고려하면 물리적 제약도 적다. 실제로 한 팬은 투어스 VR 콘서트를 10회 이상 관람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보통 10만 원대 중후반인 콘서트 티켓과 달리 VR 콘서트는 3만 원대 수준으로 접근성이 좋다.
아티스트 역시 부담이 적다. 촬영 기간이 1∼2일에 불과하고, 기존 콘서트 세트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어 준비 과정이 간소화된다. 제작 측면에서도 크로마키에서 촬영하고 나면 부엌부터 야외, 우주까지 어떤 배경으로도 변신할 수 있어 무대 연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VR의 특성상 '초근접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공연 1열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아티스트를 마주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르세라핌 VR 콘서트를 관람한 미국인 관객 저스틴(23) 씨는 "멤버들이 실제보다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어서 놀랐다. 실물을 볼 때보다 더 떨리기도 했다"며 "도쿄돔 공연도 갈 만큼 팬인데 VR 콘서트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기존 팬이 아닌 관객의 유입도 눈에 띈다. 투어스 VR 콘서트를 본 한 30대 여성 관객은 "투어스 팬은 아니지만 VR 콘서트에 대한 호기심에 관람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실제 같은 화면에 놀랐고, 공연을 하다가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부분들도 인상적이었다. 가성비 좋은 콘서트"라고 평가했다.
제작 확대·수익성 입증…공연 '콘텐츠화' 가속
[어메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VR 콘서트는 매해 제작 편수가 늘어나며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VR 콘서트를 제작·생산하고 있는 어메이즈는 2023년 에스파를 시작으로 2024년 엑소 카이·투모로우바이투게더, 지난해 차은우·엔하이픈·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이티즈 편을 제작했다. 제작 편수가 매해 두 배씩 증가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두 차례나 제작됐다.
어메이즈는 올해에도 투어스, 르세라핌에 이어 하반기 추가 라인업으로 역대 최다 편수 개봉을 계획 중이다.
수익성도 확인됐다. 2024년 7월 공개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VR 콘서트는 전 세계 14개국 28개 도시에서 약 1만 장의 티켓을 판매해 약 71억 5천만 원의 매출과 10억 5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극장가도 VR 콘서트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어스의 '러쉬로드'를 상영한 메가박스 측은 "지난 3월 국내 전체 박스오피스 통계에서 관객 수 기준 18위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5위에 올랐다"며 "VR 콘서트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동시에 극장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신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투어스 VR 콘서트의 4만 관객은 일반 영화가 13∼14만 관객을 동원했을 때의 매출액과 견줄 수 있을 수준"이라며 "단일관 개봉으로 단기간에 낸 성과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라고 귀띔했다.
기기 무게·러닝타임 아쉽지만…단점 이겨낸 '몰입감'
[어메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VR 기기의 무게와 멀미 문제로 상영 시간이 한 시간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VR 콘서트는 기존 투어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형식"이라며 "글로벌 팬에게 동시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기존 콘서트에 비해 무대 연출, 동선 등에서 제약이 적어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VR 콘서트 제작사들은 시간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몰입감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어메이즈의 이승준 대표는 "VR 기기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전용관과 체험 요소를 결합해 더 몰입감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자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창업하게 됐다"며 "초기에는 메건 디 스탤리언 등 미국 아티스트로 VR콘서트를 만들었고 이후 K팝으로 확장했다. 앞으로도 빅뱅과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등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 등 다양한 전 세계 아티스트와 작업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경 감독도 "VR 콘서트를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몰입감'이다. 가상 현실임을 잊어버릴 만큼 생생하게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전달하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세밀하게 설계된 카메라 워크가 필수다. VR 카메라가 곧 관객의 눈이 되기 때문에, 멀미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퍼포먼스의 역동성을 잘 담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sunwoo@yna.co.kr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게임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