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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00조 이익은 어떻게 흐르나 [여기는 논설실]

2026.05.01 06:01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310조
법인세 80조 육박…근로소득세 전체보다 많아
45조 성과급 논란에도 소비와 부동산 훈풍
520만 소액주주와 증시 전체도 수혜

환율안정…성장률 3.0% 전망도 뒷받침
이병철 “삼성 30개면 세금 내지 않아도 돼”
‘국부는 기업성장에서 나온다’ 증명

지금은 300조 ‘떡밥’ 나누기에만 관심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 이후는 침묵
삼성전자가 큰 게 아니라 하나뿐인 게 문제
화두는 ‘제2 삼성전자’ 토양 만들기 돼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AI 발(發)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배경이다. 4월 30일 기준 23개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10조9000억원(한경 에픽 집계)이다. 이쯤 되면 삼성전자의 이익은 삼성전자의 회계장부에 갇혀 있지 않는다. 투자자는 물론 정부, 지방자치단체, 협력업체에 연쇄적으로 흐른다.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도 숫자를 향유한다.

사진=연합뉴스

1차 수혜자는 정부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을 335조로 예상했다. 이 경우 법인세만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보고서에서 영업이익 327조 달성시 법인세 77조원을 전망했다. 물론 영업이익과 과세소득은 다르다. 세액공제와 해외 과세, 세무조정에 따라 실제 세액은 달라진다. 그러나 법인세 80조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은 작지 않다. 지난해 한국의 국세수입은 373조9000억원이었다. 근로소득세는 68조4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한 회사의 법인세가 월급쟁이 전체 근로소득세를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와 성과급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로 인한 초과세수는 정부 곳간을 채울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도 크게 나아진다. 중부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수원 용인 화성 평택시는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법인지방소득세 1833억원을 거뒀다. 수원 447억원, 용인 218억원, 화성 652억원, 평택 516억원이다. 반도체 사이클은 곧 지방재정 에 곧바로 연결된다. 반도체 침체의 여파로 2024년에는 이들 지자체가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를 거의 걷지 못했다. 올해 이익이 300조원대로 치솟으면 평택과 화성의 도로, 철도, 학교, 주거 인프라, 생활SOC 재원까지 달라진다.

직원들의 성과급 잔치는 상상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대입하면 45조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과도한 요구라고 지적할 정도다. 13만명 가까운 국내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은 소비로, 금융상품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간다.
주주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1079억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했다. 지난해 말 소액주주는 516만명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배당 확대도 예상된다. 배당은 더 이상 일부 대주주의 사금고가 아니다. 국민연금, 개인투자자, 퇴직연금, ETF를 거쳐 국민 자산으로 퍼진다. 여기에 주가 효과가 붙는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월말 기준 약 145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한 종목이 코스피의 4분의 1 이상을 움직인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코스피가 오르고, 국민연금 평가액이 오르고, ETF와 개인계좌에 자산효과가 생긴다.

천문학적 영업이익은 투자로도 흐른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110조원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투자 90조4000억원보다 20조원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돈은 반도체 장비, 소재, 부품, 클린룸 건설, 전력망, 물ㄴ류, 소프트웨어, 설계 인력으로 번진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협력회사는 1754개다. 굳이 낙수효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1차와 2차, 3차로 이어지는 협력사 임직원 수만명이 연쇄적으로 초과이익의 혜택을 받는다. 발주와 구매, 연구개발(R&D)와 설비투자, 임금과 배당이라는 구체적 통로를 타고 경제 전체로 흐른다.
외환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는 달러를 끌어모으는 캐시카우다. 올해 1분기 전체 수출(2193억 달러)중 반도체는 785억 달러로 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동 사태로 유가가 뛰고 환율이 흔들릴 때, 반도체는 외환시장의 방파제가 된다.

로이터는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7%, 전년 대비 3.6% 성장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돈 배경으로 AI 인프라용 반도체 수출을 꼽았다. 1.7% 성장률중 수출 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수출 증가는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으로 5.1% 늘어난 결과였다.

JP모건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3.0%로 올렸다. 씨티는 2.2%에서 2.9%로 상향조정했다. 성장률 3%는 정부가 재정지출만으로 만들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정부가 편성한 26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의 효과는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수준이다.

한 기업이 성장률과 환율, 증시, 재정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 대만의 TSMC,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 네덜란드의 ASML처럼 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국가의 성장률과 통화, 증시, 재정까지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7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같은 회사가 30개만 있다면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50년 전 얘기지만 빈 말은 아니었다. 당시 삼성이 세수에서 차지는 비중이 3%였으니 30개면 90%를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 삼성전자 한 회사의 이익이 세금, 임금, 배당, 투자, 주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확인할 수 있는 계산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직원들이 경기 화성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반도체 생산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그래서 삼성전자 초호황은 축복이면서 경고다. 한 기업의 이익이 세수, 성장률, 외환시장, 증시까지 흔드는 경제를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AI 관련 수요가 둔화해 국내 반도체 부문이 식으면 한국의 성장과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HBM과 AI 서버 수요가 꺾이면 지금의 성장률과 세수, 환율 안정 기대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IMF 보고서의 본질은 삼성전자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는 데 있지 않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너무 적다는 게 핵심이다. 국부는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해서 창출되지 않는다. 지금의 화두는 삼성전자가 번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아니다. ‘제 2의 삼성전자’를 키울 토양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날 때 우리는 어떤 해답을 갖고 있을까. 삼성전자 영업이익 300조원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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