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양극화, 뒤틀린 채권에 답 있다"
2026.05.01 06:00
유가 상승에 미국 소비 둔화 우려
고금리 채권시장, 기업 유동성 저하
"많은 이자 내도 돈 쓸어담는 기업만 생존"
[B급기자의 B급리포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언급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채권 금리가 급격히 치솟는(채권 가격 폭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 시장의 변화는 금융 시장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기업과 정부가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실물 경제의 소비를 억누르고, 주식 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명확히 갈라놓을 전망이다.
● 물가에 묶인 금리, 고이자가 경제의 목 조른다
30일 유진투자증권은 4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는 동결(3.50~3.75%)됐지만, 성명서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고 명시하며 경계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질 기준금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질 기준금리란 눈으로 보는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이자 부담의 무게를 뜻한다.
유럽·일본은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서 돈을 빌려 쓰기 좋은 환경이다. 반면 미국은 실질 금리가 플러스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이 경제 활동을 억누를 만큼 크기 때문에 당분간 소비나 투자가 시원하게 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효과로 물가도 잡히고 있으니 굳이 금리를 더 내릴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기름값 오르면 경제가 식는다"
교보증권은 미국의 '중립금리'와 '가처분소득'에 주목한다.
연준은 경제를 자극·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인 '중립금리'를 3~4% 정도로 추정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는 3.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중립금리 상단"이라며 "노동시장은 냉각되고 있으나 의미 있게 긴축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유가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언급했다. 미국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직접적으로 감소한다. 가계 지출 여력의 25% 정도를 기름값에 더 쓰게 된다면 다른 소비가 둔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총생산(GDP)에 하방 압력을 가해 경제 성장세를 누른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FOMC에서 통화정책은 더 매파적(긴축적)으로 이동했다"며 "향후 30~60일 동안 전쟁, 에너지 가격, 관세 효과를 확인한 뒤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 금리 가이던스를 변경(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될 때까지 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답답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정부의 빚 잔치"
IBK투자증권은 채권 시장의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 차이를 연결한 선)이 기형적으로 변한 점을 분석했다.
현재 채권 시장은 2~5년물 중간 기간 금리만 툭 튀어나온 '혹모양(Humped)'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쟁 때문에 내년~내후년의 물가가 걱정되는 투자자들이 중간 기간 채권을 사지 않다 보니,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치솟은 것이다.
정형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 2~5년물 봉우리가 낮아질 것"이라며 "전쟁 이후로는 '확장재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7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스티프닝(Steepening)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전쟁 충격이 지나가면 미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려고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 공급이 넘쳐나니 3~7년물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7년 이상의 장기 채권 금리가 오르지 않고 평평해지는 현상(플래트닝)을 예상했다. 장기 채권은 중장기 경기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 "돈맥경화 속 살아남을 놈만 간다"
그렇다면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대차증권은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자 돈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신고가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올랐음에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하는 등 표면적 환경은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체감 온도는 차가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으니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4월 회사채 발행액은 31조 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2조 2000억원 줄었다.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 7조 2000억원을 순상환해야 했다. 돈줄이 마르는 '돈맥경화'가 온 것이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업종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이자를 많이 내더라도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업의 주식만 오르는 것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에서 살아남을 업종으로 반도체, 증권, 전력기기, 방산을 꼽았다. LS일렉트릭(AA-), 효성중공업(A+/A0), 한국항공우주(AA-) 등은 신용등급 전망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유가가 오르면 원가가 높아지는 화학, 돈을 빌려 건물을 지어야 하는 건설업은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금리가 시원하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채권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은 시장 참여자들의 소비를 줄이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전망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실적이 폭발하는 특정 업종으로만 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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