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든 AI 검진…언론의 ‘책임 정보’ 전달 역할 중요” [건강한겨레]
2026.05.01 05:04
AI, 심전도와 안저 촬영 등 광범위 적용
병변 탐지, 자동판독 통해 의료 효율성↑
데이터 편향, 책임 소재 등 문제도 존재
“언론이 국민의 올바른 이해 도울 것” 다짐
“90% 이상 정확도, 그냥 믿으면 안 된다”…네 가지 오해와 함정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날카로운 경고를 던진 발표자는 김형진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였다. 그는 AI 건강검진을 둘러싼 네 가지 대표적 오해를 조목조목 짚었다.
첫째, 정확도 숫자의 함정이다. AI 논문에서 제시되는 90% 이상의 정확도는 대부분 단일 병원, 최적화된 장비, 선별된 이미지 환경에서 나온 수치다. 김 교수는 “83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실제 진단 정확도 평균이 51.1%에 불과했다는 연구도 있다”며 “병원, 장비 브랜드, 환자군이 달라지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분포 이동’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발견과 진단의 혼동이다. AI가 이상 소견을 ‘표시’하는 것은 의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후보를 제안하는 것이지 확정 진단이 아니다. 그러나 환자들이 AI 소견을 확진처럼 받아들여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는 AI가 20대 남성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에 협심증, 2형 당뇨 진단과 투약 이력을 허위로 작성하는 ‘할루시네이션’ 사고가 발생했고, 의료진이 이를 검토 없이 저장해 환자에게 잘못된 알림이 발송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셋째, AI는 편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편향을 학습한다. 의료비 지출을 건강 지표로 삼은 AI 모델이 의료 접근성이 낮았던 흑인 환자를 ‘건강한 집단’으로 잘못 분류한 사례, 구글의 채용 AI가 기존의 성별 편향 데이터를 학습해 남성 지원자만 선발하는 오류를 낸 사례 등이 대표적 예시로 제시됐다.
넷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곧 검증은 아니다. AI 의료기기의 97%는 기존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만 입증하면 허가되는 간소화 경로(510K)를 활용한다. FDA 허가 AI 기기 950개를 분석한 결과 60개 제품에서 182건의 리콜이 발생했고, 그중 43%가 허가 후 1년 이내에 집중됐다. 김 교수는 “기술이 가능한가만 생각할 때,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야 한다”며 “AI 건강검진에 대한 오해는 기술 자체보다 검증되지 않은 숫자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는 “홍보성 기사” 위주…현장에서는 “데이터 단절이 가장 큰 문제”
이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는 최근 5년간 주요 매체의 AI 건강검진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도가 특정 기업·기관의 서비스 출시나 업무협약(MOU) 소식 등 홍보성 기사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민감도·특이도 등 기술적 검증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윤리적·법적 쟁점을 다루거나, 실제 임상 현장의 활용 실태를 심층 취재한 기사는 극히 드물었다. 이 기자는 “AI 건강검진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제대로 다룬 국내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며 “단순한 혁신·효율 강조를 넘어 실세계 데이터 기반 검증과 사회적 파급 영향에 대한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검진 솔루션 스타트업 테서의 이수현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로 ‘데이터 단절’을 꼽았다. 건강검진 데이터와 이후 진료·치료 데이터가 사실상 연결되지 않아 검진의 실질적 효과를 측정하거나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혜인 과장은 현재 AI 기술 지원이 진료 영역(영상 진단 보조, 낙상 예방, 전자의무기록 보조 등)에 집중돼 있으며 건강검진 영역에는 아직 공식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건강검진에 AI를 도입하려면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조기 발견·치료 가능성 △검진 방법의 수용성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비용 효과성 등 검진의 5대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근거가 축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과장은 “폐암 검진에서 진행 중인 시범사업처럼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쌓인 뒤 항목별 도입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쟁점은 청년층 문제였다. 김규빈 뉴스1 기자는 국내 20대 건강검진 수검률이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질병 이력이 취업이나 병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검진 자체를 기피하는 청년이 많은 현실을 짚었다. 그는 “AI 건강검진이 ‘미래 발병 확률’을 수치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그 정보가 의학적 참고가 아닌 사회적 평가 지표로 악용될 수 있다”며 채용, 병역, 민감한 진료 분야의 건강 데이터를 별도 관리하는 분리 체계와 집단별 영향 평가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국민 건강 개선이 가장 우선 목표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부 패널 토론에서 조민우 울산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기술의 혁신성이 아니라 국민 건강의 실질적 개선이 최종 목표여야 한다”며 “검진 전·중·후 전 단계에서 AI가 인간 의료진과 협력하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검증을 축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건강검진 분야에서 AI 기술이 충분한 임상 검증과 근거를 갖춘다면 질병의 조기 발견과 개인 맞춤형 관리를 통해 더욱 건강하고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은 책임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의 올바른 이해와 판단을 돕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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