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이제는 '근로자의 날' 아니고 '노동절'이라고요[뉴스럽다]
2026.04.30 17:07
이거 봤어요? 뉴스럽다
2026년 5월 1일, 법률로 정해진 '노동절'을 맞이하는 첫 번째 날입니다. 이승만 정권에서 '3월 10일'로 변경됐던 노동절이 박정희 정권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이름마저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이재명 정부에 들어서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노동절',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노동절(5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동상 인근 건물에 노동절 축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바뀌었습니다. 2026년 5월 1일은 법률로 정해진 '노동절'을 맞는 첫 번째 날입니다.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단순히 명칭만 바뀐 걸까요? 아니면 '노동절'이란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요?
'노동절'→'근로자의 날' 그리고 다시 '노동절'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교육'을 요구하는 총파업이 전개됐습니다. 이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인 1889년 7월 파리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는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산하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지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조선노동총연맹 주도로 첫 노동절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시 5월 1일을 '메이데이' 또는 '노동자의 날'로 불렀습니다. 이후 노동절은 날짜가 바뀌기도, 명칭이 바뀌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이승만 정권입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1957년 5월 21일 공보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본래 메이데이를 노동 사회에서 기념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공산당이 발기를 해서 공산당의 선전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날이니만치 우리 전국 노민이나 또는 세계 노민들이 경축할 날을 정하려면 어느 날도 할 수 있을 터인데 구태여 공산당이 세계를 정복할 목적으로 선전을 대대적으로 하는 그날을 우리가 정해서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노동절은 1958년부터 '3월 10일'로 변경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노동절(5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내 조형물에 '노동 존중의 의미'를 담은 글들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메이데이는 어떻게 근로자의 날이 되었나' 논문에서 박홍근 박사는 "박정희 정권에서는 이(날짜 변경)에 만족하지 않고 명칭을 변경하고 이제 아무 날도 아니었던 달력상의 5월 1일마저 자유주의 진영의 기념일인 '법의 날'로 바꾸는 것은 노동, 더 정확히는 노동운동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노동'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한국 사회에 형성된 이유로 '분단'을 꼽았습니다. 그는 "이북에서 집권하고 있는 정당의 명칭이 '노(로)동당'이고, 발행하는 신문도 '노(로)동신문'이니까 남한 사회에는 '노동'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근로자'인가, '노동자'인가? )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탄생의 본질을 흐렸던 노동절 날짜는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다시 5월 1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명칭만큼은 근로자의 날을 유지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노동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노동절'이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38년 6월 18일 동아일보에 실린 근로보국대 관련 기사.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캡처
근로자? 노동자?
그렇다면 노동자와 근로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혹은 '몸을 움직여 일을 함'으로 정의합니다. 반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뜻합니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혹은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반해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근로'가 일정한 법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노동'은 보다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어의 뉘앙스나 의미 차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겪은 역사적인 맥락이 존재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근로보국대'를 운영했습니다. '근로보국'은 성별·계층·나이를 가리지 않고 노동력을 동원한 것으로, 조선총독부는 이를 통해 공출과 군수·전쟁 관련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1938년 국가총동원법 시행 이후 '근로'라는 용어로 노동을 대체하는 체제 속에서 방학·학기 중 학생 동원 등으로 확대되며 전력공급·토목·운반 등 공공사업에 투입됐습니다.
박홍근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근로'란 황국 시민이라면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부역으로서 단순히 '일을 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국가가 시킨 일은 의무로 삼아 마땅히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여기서 노동자 개인의 상황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일거리가 주어지면 그때그때 그 일을 성실히 해내는 일종의 기계와 같은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에 "'근로보국대' '근로정신대' 등 일제의 강제동원 조직의 공식용어로 사용된 '근로'라는 의미는 '주어진 그 자체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써 '일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
'노동'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역사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펴봤을 때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란 이름을 되찾은 건 '노동'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 된 의미에 관해 '첫 번째 노동절이 던지는 질문'(2026.04.29.)에서 "노동을 단순히 경제활동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 실현과 연결된 가치로 다시 바라보려는 흐름을 제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절'이라는 이름은 '근로자'와 같이 특정 집단을 기념하는 날이라기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는 기념일이라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짚었습니다.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것 역시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입법조사처는 "단순히 '쉬는 날이 하루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특히 모든 사람이 함께 쉬는 날이 됨으로써, 노동이 특정 집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통된 가치임을 다시 한번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안에서 노동절의 의미로서 '노동 존중'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가치가 다양한 법 제도 속에서 제대로 구현되는 것이 이번 노동절 제정의 참된 의미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 노컷뉴스 주요뉴스 ]
- 새벽 4시 '총' 든 사진 올린 트럼프…"더 이상 착한 남자는 없다"[이런일이]
- 배우 탕웨이 첫딸 출산 10년 만에 둘째 임신…"놀랍고 기쁘다"
- 한화 '비상사태'에 회장님 떴다…7위 추락 현장 분위기 반전 이룰까
- '주스 아저씨' 배우 박동빈 별세…개업 앞둔 식당서 쓰러져
- [수도권 주요 뉴스]경기 개별공시지가 평균 2.85%↑…광명 최고 상승률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노동절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