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민폐’와 짧아진 여행에 사라진 철도 음식을 그리며…[이용재의 식사의 窓]
2026.04.30 23:07
2004년 KTX 개통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탑승 시간이 짧아지다 보니 채산성이 떨어져 2017년 12월부터 열차 내 음식 판매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역에서 사거나 먹는 음식으로 버틸 수 있다 보니 차내 판매 음식에 덜 의존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2020∼2022년 차내 취식이 전면 금지됐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짧아진 시간은 여행의 목적 자체도 상당히 바꿨다. 이제 전국이 말 그대로 일일생활권이 됐고, KTX는 출장이나 통근용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만큼 영혼까지 피곤한 승객들이 많은 현실에서, 이동 시간을 휴식에 오롯이 쓰고 싶은 이들에게 음식 냄새가 반가울 리 없다. 이래저래 “냄새 나는 음식은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음식 탓도 없지 않다. 판매를 중단하기 전에도 KTX의 도시락은 좋지 않았다. 개성도 이야기도 없는, 재미없는 백화점식 구성의 메뉴 일색이었다. 각 역사 내 판매 음식 또한 좋지 않았으며,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웬만큼 배고프지 않으면 굳이 사먹고 싶지 않은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일색이다. ‘소문난 잔치’도 아니건만 먹을 게 마땅치 않다. KTX 이용객이 일 10만 명을 넘는 서울역만 봐도 매우 아쉽다. 맛이 없으니 먹을 권리를 내세우기도 다소 겸연쩍은 현실이다.
하지만 여행 수단으로서 KTX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일일생활권은 업무뿐만 아니라 여행에도 의미가 크다. 그만큼 음식은 중요하고, 특히 여행의 기대감에 화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부산에 놀러 가는 이가 서울역사나 열차 안에서 어묵이나 동래파전 같은 별미를 맛볼 수 있다면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부산의 대표 음식 가운데 열차에서 그나마 먹기 덜 부담스러운 것을 예로 들어 봤다.
분위기와 가능성은 이미 무르익었다. 성심당 덕분에 대전은 KTX로 찾아가는 맛 기행 도시의 입지를 굳혔다. 부산역 건너 차이나타운도 철도 관광객들로 성황을 누린다. 한때 농담인가 싶었던 각종 지역 빵들도 10년 이상의 세월을 버티며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대구의 납작만두나 광주의 오리날개튀김, 주먹밥 같은 여행 친화적 음식은 또 어떨까. 조리와 포장을 개선하고, 먹는 즐거움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짝지어 주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처럼 음식이 여행의 매우 중요한 일부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사실 기차 여행도 먹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일본의 에키벤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선 및 행선지에 특화된 기차 여행의 먹는 즐거움이 좀 더 보장돼야 마땅하다. 음식의 수준이 높아지면 기차 내 취식에 부정적이었던 승객들도 돌아설지 모른다. 피곤한 영혼들마저 보듬어 줄 맛있는 철도 음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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