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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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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예종 수난사

2026.04.29 21:08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짧은 역사에 비해 유난히 괴담이 많다. 노크 귀신, 음지못 시신, 물고문 소리 등 온라인에 떠도는 캠퍼스 괴담만 열 가지 정도다. 서울 석관동 캠퍼스가 과거 안기부 자리였던 탓이라고 한다. 이 터에 들어설 때까지 한예종은 3년 동안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빈 공간에서 얹혀 살았다. 김대진 전 총장은 “비만 오면 복도에 물이 새 양동이로 받아서 내다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터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한예종은 1993년 개교 후 오랫동안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기존 대학의 반대와 견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1991년 한예종 설치안을 밀어붙인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이 아니었으면 개교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한예종은 여전히 법적으로 대학이 아니다. 외국인학교, 대안학교처럼 ‘각종학교’로 분류된다. 학사만 인정될 뿐 석·박사 과정은 안 된다. 캠퍼스도 둘로 나뉘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의릉을 복원하면 언젠가 안기부 터에서도 떠나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이가 이 학교에 못 들어가 안달이다. 작년 경쟁률이 24.8 대 1이었다. 대학 재학 중, 혹은 졸업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N수생 출신이 가장 많은 학교로 유명하다. 배우 박정민은 고려대 입학 후 2년을 더 공부해 한예종에 들어갔다. 반대로 열네 살 학생도 들어온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열일곱에 입학했다. 학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 자율성이 한예종을 세계적인 학교로 만들었다.

▶한예종 출신이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게 작년까지 4151번이라고 한다. 1위만 1361번이다. 1995년 바이올리니스트 민유경의 메뉴인 콩쿠르 3위를 시작으로 세계 클래식 콩쿠르를 휩쓸었다. 한국 음악사는 한예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다. 수많은 명배우와 영화, 연극, 무용, 국악인도 배출했다. 한예종처럼 인재를 뽑을 수만 있으면 국내 대학 전체가 세계적으로 도약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런 학교가 다시 수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한예종을 광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한국을 먹여 살릴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옮기자고 해 빈축을 사더니 이제 한예종까지 가져가겠다고 한다. 권력을 잡았다고 별일을 다 한다. 뉴욕의 줄리아드스쿨처럼 예술학교는 당연히 공연과 전시의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 기적적으로 도약하는 예술학교를 한국 정치처럼 순식간에 삼류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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