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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신고가 깼지만…PER 130배, 인텔 귀환이 불안하다?

2026.04.30 06:30

닷컴버블 시절 최고 주가 경신
AI 칩 수요 GPU에서 CPU로 전환
AMD·엔비디아 치열한 추격에 한계
트럼프 행정부 지원도 훗날 ‘불씨’
립부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인텔은 24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82.57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주가를 갈아치웠다. 이전까지 인텔이 기록한 장중 최고 주가는 75.81달러로 닷컴버블이 터진 직후인 2000년 8월이었다. 무려 26년 전이다.

AI의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응용으로 넘어가면서, 칩 수요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중앙처리장치(CPU)로 옮겨간 덕분이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인텔이 여전히 CPU 시장 1위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AMD와 엔비디아도 이 시장을 노리고 인텔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과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CPU 1위 인텔 추론 수요에 존재감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져 있었다. 립부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구원투수로 투입된 지난해 3월 즈음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분리해 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그랬던 인텔이 1년 만에 일어선 배경에는 AI 시장에서 치솟고 있는 CPU 수요가 있다.

현재 AI 시장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용 GPU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CPU가 AI의 새로운 승부처로 각광받고 있다. 추론 기반 에이전틱 AI(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많은 GPU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조율하는 사령탑으로서 CPU의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탄 CEO도 지난 24일 실적 발표에서 “CPU는 AI 시대의 필수적인 기반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듣는 얘기”라고 전했다.

경쟁사인 AMD에 많이 따라잡히기는 했지만, 인텔은 여전히 서버용 CPU 출하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CPU 시장 규모는 올해 250억달러에서 2030년 600억달러로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텔은 뒤처진 파운드리 분야에서 재기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엔비디아와 신형 칩 공동 개발 계약을, 최근에는 구글과 대규모 칩 생산 시설 파트너십을 맺었다.

‘빅블루’ IBM은 고전...희비 엇갈린 IT 공룡들

한 대형 광고판에 걸린 IBM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의 귀환은 인텔과 비슷한 시기 전성기를 누린 또 다른 미국의 테크 공룡 IBM과 대조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을 꽉 잡고 있던 IBM은 개인 PC 시장을 활짝 열며 ‘빅 블루’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에게 개인 PC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이후에는 클라우드 전환에서도 뒤처지면서 오랜 경영난을 겪었다.

레드햇과 하시코프, 컨플루언트 등을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구조를 재편하고 있지만 인텔만큼 탄력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AI 발달로 소프트웨어 제품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IBM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내놨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7% 넘게 하락하며 AI 확산에 따른 소프트웨어 사업 위기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는 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절 금을 캔 사람보다 곡괭이를 판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AI라는 금맥을 파는 ‘연장’인 칩을 파는 인텔이 IBM보다 먼저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도 과거 수익성 회복은 어려워”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텔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예상 이익의 130배를 넘어, 닷컴 버블 당시 잠깐 기록했던 사상 최고 배수인 60배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설령 턴어라운드가 완전히 성공하더라도, 현재 주가에는 인텔의 달라진 사업 모델과 AI 칩 시장의 경쟁 현실을 감안했을 때 달성하기 어려워 보이는 수준의 수익 창출 능력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CPU 수요 증가의 수혜도 인텔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 AMD는 최근 몇 년간 인텔로부터 서버 CPU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아 왔다. AMD는 올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서버 CPU EPYC Venice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엔비디아와 ARM도 올해 3월 자체 서버 CPU를 공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까지 직접 CPU를 설계·개발하고 있어 인텔의 경쟁 상대는 늘어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이 인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산업 안보를 이유로 지난해 인텔 지분 10%를 약 89억 달러에 매입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매입 이후 인텔의 가치는 급등하면서 정부 보유분 주식의 가치는 360억 달러로 4배 늘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영업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텔 스스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인수 당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부가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면서 미국 이외 국가에서 외국 보조금법과 같은 규제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했다. 지난해 인텔은 미국 외 국가에서 약 60%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약 1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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