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엔진 잔혹사’ 끝낸 한화, 이번엔 항공무장 독립 선언
2026.04.29 17:49
방위산업의 국산화율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실무적 사안인 동시에 자주국방의 근간이다. 플랫폼 제작에 성공하더라도 추진기관(엔진)과 무장 시스템을 해외 기술에 의존하면, 원천 기술 보유국의 ‘수출 승인(EL)’ 없이는 제3국에 단 한 대의 장비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K9 자주포는 독일 MTU사의 엔진을 탑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 규제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었다. 실제 일부 국가로의 수출이 독일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기술 종속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한화는 STX엔진과 손잡고 K9 엔진 국산화에 착수, 마침내 기술 자립 100%를 달성하며 독일발 리스크를 완전히 걷어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성공 경험을 항공 추진기관과 항공무장 체계까지 이식해, K방산 수출의 마지막 족쇄를 풀겠다는 복안이다.
‘덕티드 램제트’, 항공무장 자립의 핵심
2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추진기관 기술은 국산 전투기의 독자적인 타격 역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흡입한 공기로 고체연료를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별도의 산화제 적재 공간이 필요 없어 미사일 체급은 유지하면서도 사거리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유럽의 ‘미티어’ 미사일 등이 채택한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는 지난 2005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22년간 핵심 기술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번 기술 공개는 KF-21 등 국산 전투기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우리 기술로 직접 개발하겠다는 로드맵이다. 무장 체계 국산화가 완료되면 한국은 해외 기술 보유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전투기와 무장을 패키지로 묶어 글로벌 시장에 제안할 수 있는 마케팅 우위를 점하게 된다.
‘효율론’보다 ‘수출 주권’이 먼저
한국의 항공 엔진 및 무장 국산화 행보를 두고 글로벌 방산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 김영제 GE에어로스페이스 코리아 사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신형 엔진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글로벌 엔진사와 협력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의 기간과 10조 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엔진 개발의 리스크를 들어 기존 생태계 편입이 현실적 대안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눈앞의 개발 효율보다 더 큰 가치는 결국 수출 자유도 확보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 엔진과 무장은 국제 규범인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와 직결되어 있어, 외산 기술을 도입할 경우 제3국 수출 시 원천 기술 보유국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막대한 기회비용을 감수하며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타국의 승인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풍산 인수 대신 ‘지능형 무기’ 승부수
한화의 이 같은 행보는 재래식 탄약 시장의 덩치를 키우는 외연 확장 대신, 유도 제어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으로 선회한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한화가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등 탄약 사업 강화 카드 대신 독자적인 정밀유도무기 역량 확보에 집중하기로 한 것을 두고 "K방산의 체질을 '소프트웨어 및 엔진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술 독립의 의지는 올해 초 체결된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의 전략적 동맹을 통해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1979년 엔진 조립으로 시작한 한국 항공 산업이 47년 만에 소재와 추진기관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자립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엔진 제작사와 기체 체계 종합사가 무인기 및 차세대 엔진 개발에 손을 맞잡으면서, 설계 단계부터 국산 추진기관과 무장을 고려한 최적화된 기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기술 공개를 기점으로 독자적인 항공 추진기관과 무장 체계 라인업을 구축,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정부 및 협력사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첨단 방위 기술 국산화에 적극 참여해 자주국방과 K방산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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