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2억원뿐이라고요?” 현금 40억원대 후반 없으면 ‘반포 입성’ 막힌다
2026.04.30 05:02
사업자대출 우회로 막히자 일부 현장에선 ‘집주인 대여’까지 거론
초고가 거래 62% 감소…남은 수요는 현금 보유자 중심으로 재편
“대출 2억원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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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대출 가능액보다 자기자금 규모가 거래 성사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 |
매매가 50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보러 온 매수자도 잔금 계산 앞에서는 말수가 줄어든다. 집값을 감당할 의지가 있어도, 은행 대출이 따라오지 않으면 계약서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담대 가능액은 단순히 집값에 비율을 곱해 정해지지 않는다. LTV와 DSR, 기존 대출, 금리 스트레스, 차주 소득을 따진다. 여기에 수도권·규제지역 구입목적 주담대에는 주택가격별 절대 한도가 덧씌워졌다.
30일 금융위원회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시가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이다.
반포 일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가 이미 50억원 안팎에 형성된 상황에서, 주담대 2억원은 사실상 상징적 숫자에 가깝다.
50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하면 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집값에서만 48억원가량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취득세와 중개보수, 등기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자이 전용 84.98㎡는 지난 3월 50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84㎡형의 51억원 거래도 확인됐다. 반포 핵심 단지에서 50억원대 거래가 더는 예외적 숫자로만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반포 시장에서 “살 의향이 있느냐”보다 “현금이 얼마나 있느냐”가 먼저 확인되는 이유다.
◆대출보다 ‘현금’부터 묻는 시장
고가 주택 매수자의 대출 문턱은 한 번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규제지역 주담대에는 LTV와 DSR이 함께 적용된다. 소득이 높아도 기존 대출이 있거나 금리 스트레스가 반영되면 실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여기에 2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 총액 자체가 2억원으로 묶인다.
문제는 50억원대 아파트에서는 LTV보다 절대 한도가 먼저 걸린다는 점이다. 담보가치가 충분해도, 소득이 높아도, 주택가격이 25억원을 넘는 순간 은행 대출로 메울 수 있는 폭은 크게 좁아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은 담보가치보다 규제 한도가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심사에서는 기존 대출과 소득, 금리 스트레스까지 반영되기 때문에 매수자가 기대하는 금액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이를 보여준다.
부동산 분석업체 알스퀘어 데이터허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4월 26일까지 서울에서 25억원을 넘긴 아파트 거래는 10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78건보다 62% 줄었다.
초고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대출을 끼고 접근하던 수요가 빠지고, 실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사람만 남는 쪽으로 시장이 좁아지고 있다.
◆사업자대출 우회로도 막혔다
과거에는 부족한 잔금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려는 시도가 있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법인 자금, 가족 간 차입, 전세 보증금 승계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 통로도 빠르게 좁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의 LTV를 0%로 제한했다. 가계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자대출을 활용하는 우회 수요를 막겠다는 취지다.
올해 들어서는 사후 점검도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대출의 용도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고, 적발 시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재 수위도 높아졌다. 사업자대출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신규대출 제한 기간이 1차 적발 3년, 2차 적발 1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제한 대상도 해당 금융회사 사업자대출에서 전 금융권 모든 대출로 확대되는 방향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업자대출이나 가족 차입까지 포함해 자금 계획을 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방식 자체가 위험해졌다”며 “고가 주택일수록 자금조달계획서와 실제 자금 흐름을 맞추는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현장서 거론되는 ‘집주인 대여’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자 일부 현장에서는 매도자가 잔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는 방식도 거론된다. 해외에서 ‘셀러 파이낸싱’으로 불리는 구조와 비슷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화된 금융 상품이 아니다. 개인 간 금전소비대차에 가깝다.
방식은 단순하다. 매수자가 잔금 일부를 당장 마련하지 못하면 매도자가 일정 기간 돈을 빌려주고, 매수자는 약정한 이자와 원금을 나눠 갚는 식이다. 겉으로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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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묶이면서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현금 보유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
매수자가 상환을 늦추면 매도자는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는다. 반대로 매수자는 예상보다 높은 이자 부담이나 추가 담보 요구에 노출될 수 있다. 선순위 권리관계가 복잡한 매물이라면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금 문제도 따로 봐야 한다. 무상 또는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 세법상 그 이익이 증여로 판단될 수 있다. 차용증만 써두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이자 지급 내역, 원금 상환 기록, 담보 설정 여부까지 함께 남겨야 한다.
◆‘살 사람’과 ‘살 수 있는 사람’이 갈렸다
반포를 비롯한 강남권 시장의 대기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매수 의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주택자는 실거주 의지가 있어도 당장 동원할 현금이 부족하면 접근이 어렵다. 유주택자는 기존 주택 처분, 대출 제한, 세금 부담, 토지거래허가제 요건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거래 때 관할 구청장 허가가 필요하고, 취득 후 실거주 요건도 따라붙는다. 전세를 끼고 매수해 시간을 버는 방식도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같은 50억원대 매물이라도 조건은 크게 갈린다. 전세가 낀 매물은 실거주 시점이 문제이고,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은 잔금 부담이 문제다. 결국 선택지는 가격보다 자금 구조에서 먼저 갈린다.
초고가 주택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남은 거래는 더 선명해졌다. 은행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진입하는 시장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가진 사람이 고르는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험은 결국 개인에게 남는다
매도자 대여는 거래를 이어주는 임시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이 감당하던 심사와 관리 기능이 빠진 만큼, 위험은 당사자에게 직접 옮겨간다.
겉으로 보면 계약서 한 장이면 끝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따져봐야 할 게 꽤 많다. 이자율이 과한 건 아닌지, 원금 갚는 일정이 현실적인지, 담보는 어떻게 잡는지, 혹시라도 상환이 늦어질 경우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까지 계약 단계에서 하나씩 짚어봐야 한다.
집을 사는 기준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금리와 타이밍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끝까지 잔금을 치를 수 있는 현금 체력이 더 중요해졌다.
한 부동산 금융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자금은 제도권 밖 계약으로 이동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매도자 대여는 거래를 살리는 방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법률·세무·담보 리스크가 모두 개인에게 남는 구조라는 점을 분명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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