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처럼 될라" PEF '보신주의' 번진다
2026.01.13 19:30
PEF '사회적 리스크' 있는 기업 투자 꺼려
제조업, 유통 대신 인프라 향하는 PEF 자금
'적기 자본공급' 역할, 사법리스크에 제동 우려
이 기사는 01월 13일 11: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 사태가 MBK파트너스 경영진에 대한 사법 리스크로 번지면서 사모펀드(PEF) 업계 전반에 ‘투자 보신주의’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법인이나 투자목적회사(SPC)를 넘어 운용사(GP) 오너 개인을 향하자, 홈플러스처럼 고용 규모가 크거나 하청 구조가 복잡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원천 봉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MBK 트라우마'가 장기화될 경우 모험자본의 순기능인 구조조정과 기업 밸류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PEF 운용사인 A사는 최근 인수를 검토하던 한 조선 기자재 업체에 대한 투자를 막판에 철회했다. 해당 기업은 최근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백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알짜 매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A사 투자심의위원회에선 최종적으로 부결을 결정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생산직 인력과 복잡하게 얽힌 1·2차 하청업체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IB업계 관계자는 “MBK의 홈플러스 사태를 지켜본 투심위 위원들이 ‘노사 분규나 산업 재해 발생 시 GP 경영진까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며 “수익성보다는 ‘감옥에 가지 않을 안전한 투자’를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PEF 운용사들의 보신주의는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경영진이 구속 기로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극대화되고 있다. GP들은 사정 당국의 칼날이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가 이사회와 경영진 뿐 아니라 주주사인 MBK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인 김병주 회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에선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주주사 최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는 요구는 할 수 있겠지만 법적 책임을 지는 문제는 주식회사 제도를 흔드는 문제"라며 "수사 과정에서 김 회장의 지시가 직접적으로 있었는 지 명확히 드러나면 몰라도 이해되진 않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MBK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진 PEF들이 여론에 노출되기 쉽고 고용 인원이 많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유통, 프랜차이즈, 중후장대(조선·기계) 전통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 인력 관리 부담이 없는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 인프라 자산이나 경영권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소수 지분 투자에 자금이 쏠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운용사 사이에선 GP로 위험 이전이 상대적으로 덜한 글로벌 PE들이 알짜 제조업을 쓸어담는 현상이 짙어질 것이란 불만도 나온다. 글로벌 PEF 대다수가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 투자를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지만 과세 문제와 책임 소지를 피하기 위해 법적으로 한국사무소의 역할은 본사의 결정을 지원하는 '컨설팅'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인 투자는 조세 회피처나 해외에 설립된 복잡다단한 SPC를 통해 이뤄지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뉴욕이나 홍콩에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사무소 대표를 교체하거나 철수하고, 국제투자분쟁(ISDS)을 앞세워 법망을 피해 가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한 국내 대형 PEF 관계자는 “만약 홈플러스의 주인이 MBK가 아니라 KKR이나 블랙스톤이었다면 검찰이 미국 본사에 있는 총수를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결국 본사를 한국에 두고 한국 법의 통제를 받는 토종 운용사 오너들만 ‘무한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PEF의 MBK 트라우마가 장기화될 경우 비효율적인 경영을 개선해 기업의 체질을 끌어올리는 PEF의 순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력 기기, 방산, 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호황을 맞은 국내 제조업 재도약에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설비 증설을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PEF들이 사법 리스크에 의사결정을 주저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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