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막 가는 미국’ 등 뒤에 위치한 안도감
2026.04.29 23:56
조폭, 갈팡질팡 비난 받으며
트럼프 지지율 최저치 찍어
그래도 반대편엔 공포 대상
참수 겁내는 北 망동 못 해
선배 세대가 남긴 귀한 선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파괴하겠다고 협박했다가 ‘전쟁 범죄’라는 지적을 받았다. 군사적 목표가 아닌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네바 협약 위반이다. 그런데도 4월 19일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없앨 것”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다시 올렸다. 영어 대문자로 “NO MORE MR. NICE GUY!”라는 말도 덧붙였다. 더 이상 나이스 가이, 착한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착한 사람이었다니 어이가 없다. 앞으로는 더 ‘막 가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인터뷰에서 “나에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했다.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도덕성뿐”이라고 했다. 트럼프 자신이 국제법보다 위에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패전한 일본(日本) 천황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예를 갖췄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각별한 나라 영국 찰스 왕의 어깨를 툭툭 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통령 따라 참모들도 국제 규범과 질서를 우습게 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졌고, 힘없고, 무능하다”고 조롱했다. 국방부 콜비 차관은 주미 바티칸 대사에게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졌다. 가톨릭 교회는 우리 편을 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말라는 경고다.
예전에도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거칠게 행동한 때가 있었다. 네오콘이 미국 안보 정책을 쥐락펴락했던 아들 부시 때, 특히 9·11 테러 직후가 그랬다. 부시 대통령 집권기(2001~2009년)는 김대중, 노무현 진보 대통령들과 겹쳤다. 북한에 대한 생각이 달라 동맹 관계가 삐거덕거렸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이 반미 시위의 표적이 되는 광경을 보고 “당장 우리 애들을 데려오라”고 역정을 냈다. 그래도 당시는 결정적인 파국은 피하려 했다. 미 장갑차 사고로 여중생 둘이 사망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전해 왔다. 트럼프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교통사고에 왜 사과하냐”고 했을 것이다.
우리가 알던 ‘나이스 미국’은 자신감과 여유의 산물이었다. 2차 대전 직후 미국 총생산은 전 세계 절반에 가까웠다. 뒤따라오는 경쟁자도 없었다. 냉전 맞수였던 소련이 붕괴되면서 유일 초강대국 시대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이 거의 뒷덜미를 잡을 정도로 따라붙었다. 트럼프가 물러나도 예전 같은 미국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조폭적 행태를 비난하는가 하면, 늘 막판에 꽁무니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고 흉보기도 한다. 미국과 같은 편에 있는 사람들의 한가한 논평이다. 미국과 정면으로 맞선 처지라면 그럴 여유가 없다. 이란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을 박차지 못하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미국은 전쟁을 많이 하는 나라”라는 안보실장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이 전쟁 좋아하는 나라라는 비판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 자의든 타의든 전쟁터에 많이 뛰어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 군사비 지출은 2위부터 10위를 합친 것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장비 수준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최첨단이다. 거기다 실전 경험을 계속 축적한다. 가상 적국 입장에선 공포스럽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꼽았던 세 나라 중 이라크, 이란은 미국의 호된 주먹 맛을 봤다. 북한만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최고 지도부를 통째로 날려 버리는 것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북한 김정은일 것이다. 북한은 주민 수만명 피해보다 김정은 참수 가능성을 더 두려워한다. 예측 불허 트럼프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북은 경거망동을 삼갈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 한두 개 손에 쥐는 것보다 몇 곱절 억지 효과가 있다.
미국이 예전처럼 ‘나이스’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미국과 맞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의 망동을 억누르는 효과까지 누린다. ‘막 가는 미국’ 등 뒤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진보 진영이 그렇게 욕하고 난도질했던 분이 남긴 선물이다. 북(北)의 실체도 모르면서 “삼팔선을 베고 누워서라도 분단만은 막겠다”고 했으면 어찌 됐을까. 지금쯤 김정은 치하에서 트럼프와 맞서고 있을지 모른다. 끔찍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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