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은 문명의 충돌, 종전 합의해도 언제든 재발할 것" [김광수의 참견]
2026.04.30 04:31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인터뷰
영토 쟁탈전 아닌 궤멸해야 끝나는 전쟁
핵 제거 명분으로 불법전쟁 정당화 안 돼
정부 신중대응 주효, 종합적 중동 전략을
국가 지도자는 할 말을 해야 국익에 도움
관망하는 北, 트럼프 방북 당장은 어려워
ICBM 고강도 도발, 북미대화 앞당길 수도
날마다 전쟁 뉴스를 접하는 시대다. 규칙은 깨지고 불확실성이 커졌다. 참혹한 인명 피해에 안보 불안, 경제 충격이 겹쳐 전쟁이 끝나도 이전의 질서로 돌아가긴 어렵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2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이란 전쟁은 영토 쟁탈전이 아닌 문명의 충돌"이라며 "설령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국지적 충돌이나 제2의 전쟁이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해법이든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전쟁 발발 두 달이 지났다. 김 원장은 "명백한 불법 침략전쟁"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정권교체와 군사능력 궤멸을 의도했지만 모두 어림없는 상황이라 결과적으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에는 "미국과 이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현실에 맞춰 전략적 모호성으로 신중하게 대처한 점이 돋보인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다만 "위기 발생 이후 사태 수습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중동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 비판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김 원장은 "전쟁으로 우리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면서 "침묵이 외교관의 미덕일 수는 있지만 국가 지도자는 각종 현안에 할 말을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종전의 쟁점으로 부각된 호르무즈해협 통행료와 관련 "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하고 통행료 명목으로는 절대 돈을 내선 안 된다"고 못 박으면서도 "원유의 안정적 공급 확보를 위한 비용 차원에서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중동 다음 관심은 한반도다. 내달 중순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대화 기대감이 크다. 김 원장은 "북한은 관망하고 트럼프는 여력이 부족해 당장은 방북을 결단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올 하반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선다면 미국의 주목도를 높여 역설적으로 대화 재개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과소평가한 트럼프의 오판... 명백한 불법 침략전쟁
-미국·이란 전쟁이 왜 끝나지 않나.
“트럼프의 반이란 구상과 신정체제인 이란의 혁명 수출이 맞서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쟁이다. 농축 우라늄, 재건 비용, 호르무즈 통제 문제가 겹쳐 조건이 복잡하다. 통상 국가 간 전쟁은 영토를 뺏고 뺏는다. 그와 달리 이번 전쟁은 문명의 충돌이다. 한쪽 문명이 궤멸되지 않으면 양측 충돌이 끝날 수가 없다. 종전하더라도 사실상의 휴전 상태로 봐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오판 아닌가.
“이란 체제의 특성과 대응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전쟁·종전·폭격 관련 메시지 혼선으로 정책 일관성과 동맹 관리에 실패했다. 인공지능(AI) 정밀타격을 비롯해 기술우위에 기반한 새로운 전쟁방식을 과신했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이란을 약화시켜 중국의 에너지·물류망을 견제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지만 상대적 이득으로 보면 오히려 중국에 유리한 전쟁이다. 상대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전쟁은 당초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핵을 제거한다는 전쟁 명분은 정당한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예방전쟁은 완전히 불법이다. 임박한 위협에 맞선 선제타격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란은 60% 농축된 우라늄 400㎏을 확보했다는데 그게 임박한 위협인가. 그런 식이면 모든 전쟁이 정당화된다.”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는.
“트럼프는 불법 침략전쟁에 나섰다. 국제법을 대놓고 무시했다. 분쟁 해결수단으로 무력 사용과 전쟁이 일상화될 것이다. 향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비난할 명분이 없다. 과거 중국 전국시대와 같은 무질서다. 규칙과 규범, 윤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은 약화하고 대서양 동맹 내부 균열이 심화됐다.”
'에너지 안보' '정유사 이익' 엇갈리는 원유 수급 다변화
-미국과 이란을 상대로 정부 대응은 적절했나.
“각자도생과 국제협력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국익, 한미동맹, 에너지 수급, 교민·기업 보호 등 다양한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 적절히 대처했다. 신중한 대응이 효과를 거뒀다. 에너지를 넘어 공급망, 방산, 해협 통제, 전후 재건에 이르는 복합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체계적 접근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핵심 거점국가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터키, 이란, 이스라엘을 포괄하는 지역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에서 처지가 유사한 중국, 일본과 긴밀한 전략적 협력이 눈에 띄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항행의 자유 원칙 위반이다. 전례도 없다. 하지만 국제법이 다 깨지고 있다. 통행료가 아니라 상선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서비스 비용으로 명목을 만들어 부과할지 모른다. 일종의 삥 뜯기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회의에 참석해 “호르무즈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유 수급을 다변화하면 되지 않나.
“북미지역 원유 수급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안보와 정유사들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국가이익과 기업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사안이다. 중동산 원유에 많이 의존하는 건 정제해서 다시 수출하는데 최적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많이 낸다. 더구나 국내 정유사 대주주가 대부분 사우디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다. 당연히 중동산을 수입하지 않겠나. 반면 국가 입장에서는 공급망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 가격은 그다음 문제다. 국익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수입할 수 있도록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이 대통령 이스라엘에 할 말 했다, 그런 대통령 있었나
-이 대통령이 최근 SNS를 통해 이스라엘을 저격했다.
“할 말을 했다. 휴전에 합의하고도 이스라엘은 계속 레바논을 공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종전협상에 협조하지 않고 확전으로 끌고 갔다. 그로 인해 우리는 계속 피해를 입었다. 당연히 대통령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아울러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 보편적 인권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담아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우리 외교는 지나칠 정도의 신중함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목소리를 내야 외교력을 키울 수 있다. 심지어 튀르키예 정부는 네타냐후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공격한다. 다른 정상들도 마찬가지다. 가자 사태 당시 영국, 스페인을 비롯한 각국이 비판에 동참했다. 여태껏 우리는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2년 전 이스라엘군 동영상을 함께 올렸는데.
“옥의 티로 보일 수 있다. 정교한 관리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을 넘어 대통령이 공연히 SNS에 글을 올려 상황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외교적 참사를 자초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온당치 못하다.”
정부의 관계개선 의지, 러시아도 잘 알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려 4년을 넘겼는데.
“전형적인 영토 전쟁이다. 전황에 결정적 변화가 없다. 다만 중동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점 유리한 국면이 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 강도가 약해졌다. 러시아의 부담이 줄었다. 반면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은 강화됐다. 단기적으로 종전은 어렵지만 러시아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침략국인데, 우리가 관계를 개선해야 하나.
“러시아가 북한의 숨통을 틔웠다. 파병 대가로 식량·에너지를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보상했다. 든든한 동맹이자 뒷배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나면 동맹을 저버릴 리스크가 상존한다. 러시아는 한국과 교류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러시아의 ICBM 재진입 기술을 비롯한 첨단 군사기술의 북한 이전 차단은 우리의 중요한 목표다. 북러 밀착에 대응하려면 러시아와 대화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극 항로 협력도 필요하다. 러시아의 말을 경청해줄 유일한 국가는 한국이라고 그들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러시아가 잘 알고 있다.”
핵과 재래식 무기 포괄한 군비통제... 한국 패싱 없을 것
-5월 중순 트럼프가 시진핑을 만난다. 김정은과도 만날까.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역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북한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체제 생존을 넘어 성장과 번영을 위해 북미관계 개선과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다. 다만 여건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북한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는 회담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공을 미국에 넘긴 북한은 관망하고 있다. 반면 북한 문제는 트럼프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중동 전쟁도, 러우 전쟁도 끝나지 않았는데 평양으로 날아가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건 부담이 크다.”
-북미대화는 언제쯤.
“북한은 2016년 연속으로 ICBM을 쐈다. 그러고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이후 바로 대화가 시작됐다. 당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충분히 주목받아야 트럼프도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고, 김정은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을 막았다는 성과를 뽐낼 수 있다. 미국을 겨냥한 ICBM은 이중적이다. 대화를 유인하는 동시에 억제력을 과시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시정연설에서 국가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외교적 우선권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북미관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지면 트럼프 힘이 빠질 텐데.
“이후로도 트럼프 임기는 2년 남았다. 업적을 쌓으려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더 적극적으로 외교 행보에 나선다.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경제는 마음대로 못하지만 외교는 대통령 의지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군축협상을 원한다. 핵이 없는 한국은 배제되는 것 아닌가.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 모두 핵보유국이 개입돼 있다. 하지만 핵을 쓸 수 없어 재래식 전쟁을 치른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만만치 않다. 현무-5 수십 발을 동시에 쏘면 평양에 핵무기를 떨어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단기간에 무기를 양산하는 전쟁수행 능력을 갖췄다. 그래서 남북한의 무제한적 재래식 군비경쟁이 펼쳐지면 북한은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북한도 한반도의 군비통제를 원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핵과 재래식 무기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군비통제다. 그런 과정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 평화협정으로 적대관계부터 풀고 교류협력을 지속해 군비통제를 거쳐 최종적으로 비핵화로 가는 시나리오다. AI를 활용한 첨단·고위력·초정밀 무기의 발달로 핵무기의 효용성은 지속적으로 저하될 것이다.”
향후 한미관계 핵심 쟁점은 대미 투자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데.
“미국과 협의를 지속하되 국내 준비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 핵연료를 지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간다’는 정책 의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비닉사업을 해제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예산과 전담조직을 갖춰 설계와 건조에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향후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부딪칠 만한 지점은.
“핵심 이슈는 대미 투자다. 핵잠수함과 원자력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투자 규모와 속도,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워 정책과 산업 간 딜레마가 존재한다. 조선 분야도 투자와 기술, 인력 부담으로 인해 한미가 자동적으로 윈윈하는 구조가 아니다. 반면 북미대화 진전에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다.”
김성배(59)는 누구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원장은 정보와 안보부처에서 국가전략과 한반도 정세를 주로 연구해온 핵심 전문가로 꼽힌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연 출범 48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원장으로 발탁됐다. 서울대 외교학과(학사·석사·박사)를 나와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 해외정보국장(1급)을 지냈다. 2007년부터 전략연 안보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을 맡아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대위 안보상황실장으로 활약하며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정원 1차장 물망에 올랐다. 김 원장은 “대전환의 시대에 낡은 분석 틀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면서 “예리한 분석과 활용도 높은 정책 제안이 담긴 보고서가 정책을 움직이고 정세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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