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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박 잇달아 빠져나오는데… 기약없이 갇힌 한국 26척 ‘발동동’

2026.04.29 11:58

■ 호르무즈에 발묶인 한국외교

日 “통행료 안내… 외교적 성과”
이달초엔 LNG선 등 3척도 통과

韓 선박, 해협 출구 이동후 대기
이란에 특사파견 불구 성과 못내
美는 對이란 경제제재 수위 높여
탈출 성공한 이데미쓰마루호
28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일본 회사 소유 초대형원유운반선 이데미쓰마루호 모습. 이 배는 지난달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항에서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출발, 일본 나고야항에 다음 달 18일 도착 예정이다.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이정우·박준희 기자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LNG 운반선 3척에 이어 일본 유조선 1척이 이란 당국의 협조 아래 봉쇄를 뚫고 해협을 통과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히며 ‘외교적 성과’라고만 설명했다. 아직 한국 선박은 26척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 머물며 해협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미국 간 휴전 상태는 기약이 없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일본 정유회사 이데미쓰고산(出光興産)의 자회사가 운용하는 이데미쓰마루(出光丸)호가 62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은 “일본 정부가 협상한 성과”라고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에 말했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1953년 있었던 닛쇼마루(日昇丸)호 사건을 언급하며 두 나라 간 우호 관계가 해협 통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닛쇼마루호는 이란이 석유 시설 국유화 조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당시 일본이 이란 석유를 비밀리에 수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유조선으로 닛쇼마루호 역시 이데미쓰고산 소유였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닛쇼마루호 사건에 대해 “양국 간 긴 우정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 유산이 오늘날까지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썼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일본 상선미쓰이(商船三井)와 오만 국영 해운사가 공동 소유한 LNG 운반선 소하르 LNG와 상선미쓰이 인도법인 소유 LPG 운반선 두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통항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만 설명했다.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일본 나고야항으로 향하는 이데미쓰마루호가 28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동하는 항로를 표시한 지도.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잇달아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난 일본 선박들과 달리 한국 선박 26척이 여전히 해협 내에 머물며 해협 통과를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미국·이란 간 휴전 협상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에 일부 선박들은 해협 출입구에 해당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으로 몰려들었지만 이란과 미국이 해협을 이중 봉쇄하자 다시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 선박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동시에 해협 내 장기간 대기로 발생하는 운항비용 부담도 지원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이란에 파견됐던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는 2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 한국 선박 26척의 자유로운 통항 및 선원 안전 문제를 협의하는 등 이란 고위급 인사와 접촉을 이어갔지만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정부 차원 특사 파견은 한국이 유일한데 아직 한국 선박들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태인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겨냥해 금융기관과 해운회사, 심지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를 가공하는 중국의 소규모 정유업체까지 제재 대상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방금 우리에게 그들이 ‘붕괴 상태’(State of Collapse)에 처해 있다고 알려왔다”며 “그들은 지도부 상황 해결을 시도하면서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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