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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마켓 나우] 전쟁과 증시가 만났을 때

2026.04.30 00:06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1979년 11월 4일 이슬람 혁명이 한창인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 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에 난입했다. 직원 52명이 인질로 억류됐다. 열흘 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은 12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해외 재산을 동결했다.

미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한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란 혁명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듬해 4월 미국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교역 제한 등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억류된 인질과 동결된 재산, 두 협상 카드가 팽팽히 맞서면서 신경전은 해를 넘겼다. 알제리가 중재에 나섰지만, 혁명의 정당성에 경도된 호메이니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착 상태를 깬 것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1980년 9월 22일,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군이 이란을 침공했다. 대미 관계 악화와 내부 혼란으로 약화된 이란을 상대로 지역 패권을 굳히려는 계산이었다. 전쟁 자금이 절실해진 이란은 결국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1981년 1월 444일 만에 인질 석방이 성사됐다.

김지윤 기자
양국이 대치하는 와중에 전쟁까지 겹치자 배럴당 12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40달러까지 치솟았다. 제2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도 1980년 미국 증시는 강세를 이어갔다. 그해 말 S&P500 지수는 전년 대비 26% 올랐다. 유가 급등의 수혜를 입은 에너지 기업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섹터의 지수 비중은 28%까지 확대됐다. 경제 전반이 고통받는 가운데 특정 섹터가 지수 상승을 홀로 견인한 셈이다.

지금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를 장악한 하이퍼스케일러 다섯 곳이 주가지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쏠림 현상은 1980년보다 심하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에너지 회사는 7개였지만 현재는 AI 관련 기술주 8개가 상위 10위 안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1980년의 강세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14%에 달하자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21%로 올렸다. 경기는 침체에 빠졌고 기업실적도 악화했다. 그 여파로 1982년 상반기 주가지수는 21% 하락했다.

최근 미 증시의 신고가 행진은 강력한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와 비용 상승이 누적돼 소수 주도주의 실적이 꺾이면 전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초래하는 경제적 피로감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전쟁이 만든 랠리, 전쟁이 끝낼 랠리가 있다. 1980년에는 전쟁이 랠리를 만들고 후폭풍이 랠리를 끝냈다. 지금은 순서가 다르다. 랠리는 전쟁 전에 시작됐다. 이번엔 어떻게 다를까.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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