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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동생 경영 참여가 결정적… “한미 갈등 커질 수도”

2026.04.30 00:54

美 “차별 말라” 압박 속
공정위, 쿠팡 규제 강화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게티이미지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미국 국적인 김범석(미국명 범 킴) 쿠팡Inc 의장을 한국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과거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김 의장이 아닌 한국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번에 스스로 그 논리를 뒤집은 것이다.

그 이후 김 의장과 그 동생이 규제망 밖에서 사실상 그룹 전체를 경영해왔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하지만 미국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수사를 자국 기업 차별이라고 문제 삼으며 안보 합의 이행까지 미루는 민감한 시점에 나온 결정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쿠팡은 즉각 행정소송을 예고했고, 최근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 이상설이 불거진 한·미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은 앞으로 한국 공정거래법에 따라 본인과 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국내외 회사의 주식 현황과 거래 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쿠팡과 무관한 회사라도 예외가 없다. 본인 또는 친족 회사가 쿠팡과의 거래에서 사익을 편취한 정황이 드러나면 김 의장은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공정위가 이번에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근거는 그의 동생 김유석씨의 실질적 경영 개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김유석씨는 미국 쿠팡Inc의 ‘헤드 오브 글로벌 오퍼레이션(Head of Global Operation)’으로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혹은 그보다 높은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직위였다. 김씨가 수백 회 이상 회의를 주재하고, 계열사 대표들을 불러 주간 업무 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배송 정책 변경 등 경영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 경영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보수 수준도 등기임원에 준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2021~2025년 5년간 201만8130달러(약 30억원)의 급여와 약 772만6000달러(약 114억원) 상당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수령했다.

쿠팡은 공정위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행정소송을 통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반론의 핵심은 세 가지다.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등록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미국 쿠팡 Inc에서 파견된 실무자로서 업무를 했을 뿐이어서 친족의 경영 참여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은 “김유석씨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국내 계열사와 금전거래도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또 “미 쿠팡Inc가 한국 쿠팡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은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구조여서 사익 편취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별도 회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쿠팡은 공정위의 조치가 이중 규제이자 통상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쿠팡Inc가 미국 기준에 따라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데 한국의 추가 공시 의무는 중복이며, 제3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취급하지 못하도록 한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정위에서 나름의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 차원에서 법적 요건을 따져 결정한 것으로 청와대 등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쪽 반응이 안 좋을 수 있지만 공정위가 법에 따라 조사해 그런 결론이 나왔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와 그에 따른 국정조사에서 김 의장과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경영과 의사결정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다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의 정당한 법 집행 부분이고, 미국도 통상적으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사와 행정 제재를 자국 기업 차별이라고 문제 삼으며, 지난해 합의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안보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 쿠팡 이슈가 이미 안보 협력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쿠팡 측이 미국 국적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대목을 문제 삼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인 보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로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압박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일인 지정 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나 법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사람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인 총수의 친인척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를 계열사로 보고 부당 내부 거래 등을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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