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입막더니 2주 못가 화폐폭락, 물가 터진 이란…트럼프 “붕괴상태”
2026.04.29 22:03
연말 환율폭등·고물가로 1월 反정부시위 발발
유혈탄압후 달러당 140만→160만리알 치솟아
불안한 휴전·해상봉쇄 국면서 180만대로 급등
보름전 인플레 180%·200만명 실업 내부경고
“반체제언론 날조, 외환공급 우려없다”던 통신
환율폭등 자인…생필품 수입 외환보유 털기도미국과 이란 정권이 종전협상을 재개하지 못한 채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는 와중, 이란의 법정(法定)화폐인 리알화의 달러대비 환율이 ‘1달러당 180만리알’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저의 화폐가치를 기록했는데, 관영언론을 통해 환율급등을 부정한 지 불과 2주가 안 됐다.
미국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란 리알화 화폐가치가 수요일 ‘달러당 180만리알’이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리알화는 이틀 전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월 28일 발발한 전쟁 초기 몇주 동안 리알화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국내 유입되는 무역이나 수입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리알화 가치 하락이 식료품·의약품·전자제품·원자재 등 많은 수입품이 달러환율의 영향을 받는 리알화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며 “미국의 (해상)봉쇄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란 경제에 지속적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석유수송을 차단함으로써 정부 수입과 외화수입의 주요 원천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란 리알화는 정부 고시 환율이 달러당 4만2000리알이지만 현실성이 없어 비공식 외환시장 환율이 통용되고 있다. 약 10년 전 달러당 3만2000리알 수준에서 줄곧 급등해 2024년엔 70만~90만리알을 오갔고, 2025년 12월말 테헤란 상인들의 고물가 항의 시위 무렵 140만리알대로 치솟았다. 올해 1월 8~9일 대규모 반정부시위 유혈탄압 이후 달러당 160만리알을 돌파(1월 28일 기준)했다. 전쟁이 겹친 뒤 ‘2주 휴전’ 국면에서 156만리알로 소폭 내렸었다.
AP는 “이번 (가치)하락세는 지난 1월 전국적 시위를 촉발한 환율충격 이후 몇달 만에 다시 나타났다”고 짚었다. 생필품 가격 급등과 노동시장 파장이 선행되기도 했다. 통신은 “지난 2주 동안 우유·요구르트·식용유·빵·쌀·치즈·세제 등 일상 필수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가격 상승에 직면했다”고, “개혁성향 사르그 신문은 지난 27일 라슈트의 피낙 공장 노동자 500명과 보루제르드 섬유공장 노동자 700명이 3월말 이후 계약만료로 해고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SNA 통신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산하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 등도 29일(현지시간) “지난 이틀 동안 달러당 환율이 2만3000토만(23만리알, 토만은 리알을 10분의 1로 축소한 단위)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유로화 등 다른 통화들도 이러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환율 급등을 공인한 셈.
타브나크는 “지난 27일까지 공개시장에서 미국 1달러 가격은 약 15만7000토만(157만리알)이었다”며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최대 18만1100토만(181만1000리알)에 거래되고 있으며 시장 분위기 또한 최근 며칠간보다 매우 수요가 높다”고 했다. 이틀 만에 24만리알이 상승한 것으로 “이런 수요 증가는 달러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매수요 증가를 해소해야 한다”며 “기관 간 통화계약 등이 시행되면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불과 2주 전 논조와 극명히 대비된다.
앞서 이란 신정통치 저항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4일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경제 안정화를 위한 긴급 조치를 촉구했으며 여기엔 전면적인 인터넷 접근 복구와 미국과의 합의 도출이 포함된다”며 “산업 투입요소 부족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최대 180%에 달할 수 있다”고 경제붕괴 우려를 전했다.
그러자 타브나크 통신은 16일 “이란 반체제 위성채널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른바 단독보도를 통해 헤마티 총재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인플레이션이 180%에 달할 것이며 200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다”며 “거짓과 환상에 기반한 보도”라고 공박했다. 이때 통신은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를 인터뷰했다며 “최근 며칠간 중앙은행 총재와 대통령 간 어떠한 면담도 없었으며, 이와 관련해 제기된 내용들은 순전한 거짓말”이라는 익명 주장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고위관계자가 “인플레이션, 유동성, 환율 정책 관련 보고서는 항상 중앙은행 공식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을 제기하는 목적은 오직 국민들 사이에 경제적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새해 중앙은행의 정책은 국민통합과 안보를 기반으로 한 ‘저항경제 기조’에 따라 추진될 것”이라고 치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적대적 공격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의약품·수입 원자재를 위한 외환공급은 최근 몇달간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졌으며 특별한 우려사항이 없다”며 “실제로 환율급등이나 소비재 시장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언급도 실었다. 이처럼 극심한 경제악화를 ‘거짓 날조’로 치부한 강경파 주장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29일 이란 정권 동향으로 “식량안보 및 생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설탕·쌀·적색육·동물사료 같은 기본 생필품 수입을 위해 국가개발기금에서 10억달러를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외환보유고 사용 소식을 전했다. 뒤이은 기사에선 “수요일 이란 리알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대비 약 180만리알에 거래됐다고 시장 분석가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해 “이란 정부는 이달 20일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45% 인상해 일일 554만1850리알로 고시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 약 90만리알대비 실질임금은 급락했다고 짚었다. 이란중앙은행이 발표한 3월 전년대비 물가상승률도 71%로, 임금인상률을 크게 웃돌아 연 인플레가 100%를 넘길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방금 우리에게 ‘붕괴 상태’에 있다고 통보했다”며 “그들은 지도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꼬집었다.
핵물질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이란 강경파를 겨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은 글에서 “이란은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비핵 협정을 어떻게 체결하는지도 모른다. 어서 정신 차려야 할 거다!”라고 썼다. 이란 군사기지 등 폭격 현장과 ‘더 이상 착한 척 안 한다’(No more Mr. nice guy)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자신이 총을 든 모습의 이미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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