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兆 단위 빅딜’ 수출 경쟁… "정책금융 등 정부 역할 커져" [도약하는 K방산]
2026.01.13 18:15
기업 내 방산 매출 비중 우상향 추세 뚜렷
2024년 기준 한화 17%·현대로템 54% 차지
NATO 국방비 증액 등 호재로 기대감 고조
정부간 거래인 방산수출, 기업만으론 한계
자본금 확대·원팀 전략 등 정부 역할 절실
방산 협력사 상생으로 경쟁력 강화 도모
■방산, 기업 먹거리 넘어 韓 수출 책임진다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한화그룹 내 방산 계열사 매출은 2022년 43억8123만달러, 2024년 64억1893만달러, 2024년 68억1735만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그룹 총매출 대비 방산 매출 비중도 2022년 9.00%, 2023년 16.00%, 2024년 17.00%로 우상향하고 있다.
한화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는 지난해 3·4분기 누적 매출 5조947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부문 매출액이 3조4619억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실적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는 또 다른 K방산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대로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대로템 방산 부문인 디펜스솔루션부문 매출은 2022년 1조592억원, 2023년 1조5781억원, 2024년 2조3652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룹 총매출 대비 방산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33.5%에서 44.0%, 54%로 급증했다. 2025년 3·4분기에는 누적 2조35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이미 55.9%의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4·4분기 매출에 따라 60%를 넘볼 수 있는 규모다.
올해는 글로벌 방산 '큰손'들이 국방비를 확대하며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32개국 중 18개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3~3.5% 증액을 예고했다. 올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2027회계연도 미국 국방예산을 2026년 확정치 약 1200조원에서 210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방산 수출은 지난해 152억달러(약 22조원)를 달성하며 2년 연속 세계 톱10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도 실적인 173억달러(약 23조349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올해는 수출국가 확대와 수출품목 다변화로 질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방위산업 수출 증가율은 12.5%로 반도체(11.3%), 바이오(10.6%), 자동차 부품(6.3%)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정부 역할 강화해야"…정책금융 확대 시급
올해부터 글로벌 방산 수출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파이낸셜뉴스는 방산업계를 대상으로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시급 과제'를 조사했다. 대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 빅4와 특수선 사업을 하고 있는 조선사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이다.
조사 결과 모든 기업에서 '정부의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방산 수출이 기본적으로 정부간거래(G2G)로 진행되는 만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인공지능(AI)·무인체계 등 미래 경쟁력 선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업계 소통 강화 등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정부의 역할 강화' 방안으로는 △정책금융 확대 △글로벌 수주 확대를 위한 군·산·학·연·관 공조체계 확대 △정부의 조정자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정부가 2024년 한국수출입은행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렸지만, 글로벌 방위비 증액에 따른 '조 단위 빅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두고 독일은 정부가 계약의 주체가 돼 이행을 직접 보장하는 G2G 방식의 대규모 금융보증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산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들이 한도를 거의 꽉 채워서 쓰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더해지면 수출입은행 자본금은 금방 고갈될 것"이라며 "글로벌 4대 방산강국을 위해서라면 미국과 유럽의 금융제도를 본떠 자본금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은법상 수은이 같은 기업에 자기자본의 40%까지만 대출이나 보증 등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민·관·군이 하나로 움직이는 '원팀 전략' 강화로 방사청과 군, 기업, 협력사, 금융의 상시협력 체계를 구축해 국가 단위 전략적 대응을 요청했다. 또 방산사업 규모가 커지며 과도한 경쟁이 갈등으로 번져 사업 지연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AI·무인체계 등 미래 경쟁력 선점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무인체계는 무기체계와 함정 등 방산과 해양방산 업계 모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30년대 함정 산업의 핵심은 AI와 무인전력, 운용·정비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이라며 "단순 건조를 넘어서 운용과 유지 단계까지 책임지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방산 무기체계에서도 최근 유무인복합체계가 현대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어 신속시범사업 이후 양산 사업까지 기간을 단축하고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력사 기술력이 곧 K방산 경쟁력"
한편 방산 빅4는 기존 대기업 위주 산업 생태계를 탈피해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한 기술개발과 현지화를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협력사 기술력 향상이 결국 K방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5~11월 협력사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인 '상승 스텝'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1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반기별로 △원가관리 △설계분석 △원가혁신 3단계에 걸친 원가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현대로템은 동반성장펀드 등을 통해 협력사 자금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과 연대한 공동프로젝트 보증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업체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총 5930명의 협력업체 직원이 현대로템 기술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을 강화했다.
LIG넥스원은 최근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서 주요 협력사들의 모임인 'A1 소사이어티'와 함께 해외진출을 위한 공동수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 A1 소사이어티 전시관을 마련해 탈로스와 극동통신, 희망에어텍, 세아전자 등 10개 업체와 공동전시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2024년부터는 '납품대금연동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KAI도 지난해 12월 제3회 K-AI 패밀리 기술교류회를 개최하고 방산분야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협업 가능성과 기술적 접점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최종원 KAI 전략본부장은 "출자회사들과의 정기적인 기술교류를 통해 K방산의 경쟁력을 AI 기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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