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이재명 시대 달라진 부동산 패러다임 보니
2026.04.29 21:01
세금·대출 압박에 궁지 내몰린 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라도 실거주 안 하면 위험
‘똘똘한 한 채’라도 실거주 안 하면 위험
부동산 시장에서 누가 유리한지 묻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여러 채를 사서 굴리거나 ‘똘똘한 한 채’로 버티던 전략이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지난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이 제한된 데다, 5월 9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한다.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와 비거주 1주택 규제 강화도 검토 중이다. 머지않아 보유세율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다주택·비실거주 보유’에 불리하고 ‘실거주 1주택’에 유리한 쪽으로 정책 기조가 기울었다고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처한 상황마다 셈법도 복잡해졌다. 다주택자는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1주택자도 실거주를 따지기 시작했다. 세입자는 전세 감소를 체감하고, 아파트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는 오피스텔·빌라 같은 대체재로 눈을 돌린다.
대출 연장 불가에 다주택자 날벼락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다주택자의 버티기 공식이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 기대와 대출 만기 연장이 맞물리면 여러 채를 보유한 채 시간을 버는 전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들어선 이런 방법이 원천 차단되는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이번 조치는 여러모로 상징성이 크다. 신규 대출 한도를 조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대출 연장까지 막으며 “레버리지(대출)로 여러 채를 버티는 시대는 끝내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구간별 주담대 한도도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차등화했다. 중도금 대출은 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최대 6억원까지 허용하지만 큰 골자는 같다. 다주택자에게 부동산이 더 이상 만만한 레버리지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정부는 어린이집·문화재, 준공 후 미분양을 최초 매입한 경우, 임차인과의 계약이 아직 남은 경우에는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는 등 예외는 뒀지만,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SNS에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게다가 지난 4월 9일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도 ‘대대적인 보유 부담’ 검토를 지시한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주택 시장에 머물던 규제 메시지가 토지와 기업 보유 부동산까지 확장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서 ‘다다익선’ 문법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거주 안 하면 불리할까 노심초사
한 채만 보유하면 안전하다는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다주택 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에선 서울 핵심지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가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여러 채를 들고 가기 어려워질수록 입지 좋은 한 채로 압축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들어서 이 공식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정부 정책이 ‘1주택’ 자체보다 ‘실거주 1주택’에 더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이런 전망이 나온 계기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논란이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명은 지난 4월 8일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 주택을 양도하는 개인의 세금 감면 한도를 평생 2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장특공제는 1가구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거주한 부동산에 대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다. 장기 보유 자체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물론 장특공제 폐지나 비거주 1주택 규제 강화는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20일 “장특공제 완전 폐지 등 세제 개편과 관련해 당에서 검토한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장 세제가 바뀐 게 아닌데, 정치권에서 개정안 발의와 찬반 공방이 먼저 앞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논란의 초점이 다주택자에만 머물지 않고, 비거주 1주택자에게까지 옮겨가고 있어서다. 과거 ‘똘똘한 한 채’가 ‘비싼 집 한 채를 잘 고르는 전략’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제로 집주인이 거주하는 한 채인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방에 살며 서울에 집 한 채를 보유한 경우, 학군이나 직장 문제로 실거주 없이 핵심지 주택을 오래 들고 있던 경우, 상속이나 증여 이후 비거주 상태가 이어진 경우 모두 이전과는 다른 잣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는 1주택이라도 ‘보유한 집’보다 ‘직접 사는 집’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3) 아파트 독주에 금이 갔다
대체재 빌라·오피스텔에 쏠린 눈
아파트 불패 신화 역시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아파트만 바라보던 수요 중 상당수가 빌라·오피스텔 같은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대출 여력은 줄고, 전세 매물이 빠르게 실종되며 생긴 현상이다. 시장에는 ‘그래도 결국 아파트’라는 믿음은 여전하지만, 현실에선 아파트값을 감당하지 못한 내집마련 수요가 비(非)아파트 시장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지수는 1.97%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0.29%)보다 상승폭이 6.7배 확대됐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은 전달보다 0.53% 올라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상승률(0.34%)을 웃돌았다.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2일까지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1만14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31건)보다 24.5% 늘었다.
‘아파트 대체재’로 불리는 오피스텔은 전월세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0.24%, 월세가격은 0.75% 올랐다. 지난해 1분기 상승률이 각각 0.01%, 0.44%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대폭 높아졌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도 0.03%에서 0.23%로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수도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적은 데다 전월세 매물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비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와 달리 빌라와 오피스텔은 여전히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렴한 편이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아파트는 물론 비아파트 공급도 계속해서 감소하는 중이라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2월 착공한 비아파트는 3381가구, 입주할 비아파트는 493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3%, 9.3% 줄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불패가 끝났다기보다는 아파트 공급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뜻”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4) 전세의 퇴장, 월세의 부상
전셋집 씨 마른 서울…월세화 빨라진다
오랜 기간 한국 주택 시장에서 ‘주거 사다리’로 통했던 전세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선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고, 그 빈자리를 월세와 반전세가 채우는 흐름이 뚜렷하다.
봄 이사철인데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새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4월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07건으로, 지난해 4월 23일 2만7745건보다 44.9% 줄었다. 서울 25개구 모두 전세 매물이 감소한 가운데 감소폭은 중랑구(-87.5%), 성북구(-86.3%), 관악구(-81.7%), 노원구(-81.5%), 강북구(-78.9%), 금천구(-78.6%) 순으로 컸다.
대단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3003가구 규모인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은 전 평형을 합쳐 전세 매물이 4건뿐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된 영향이 크다. 갭투자가 차단됐고, 임대차 시장으로 풀리던 전세 물량도 함께 줄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은 입주 물량 자체가 부족한 데다 갭투자를 통해 공급되던 전세 물건까지 감소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 등 정책 요인으로 전세자금 마련 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세 물건이 귀해지자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만1458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5719건으로 49.9%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38.8%와 비교하면 11%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갱신 계약이 늘수록 새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드는 구조다.
전세 품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49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6억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6억1694만원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문제는 월세와 반전세도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4월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4744건으로 1년 전보다 26.3% 줄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월세·반전세 매물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월세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2만8000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문제는 이런 변화로 생긴 부담이 세입자에게 집중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집주인에게는 실거주 한 채가 유리해지는 반면, 세입자에게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전세 매물이 귀해질수록 보증금은 오르고, 감당이 안 되는 수요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양책에도 악성 미분양 쌓여가는 지방
같은 규제라도 서울과 지방이 받는 충격은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는 공급 부족과 실수요 집중이 맞물려 규제가 들어와도 하방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반면 지방은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한 곳이 적지 않아 같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거래 위축과 미분양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6208가구로 전월보다 소폭(0.6%)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3만1307가구로 5.9%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1만7829가구(준공 후 4292가구), 비수도권 4만8379가구(준공 후 2만7015가구)로 지방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워낙 미분양 물량이 많다 보니 아예 아파트 분양을 접는 건설사들도 속출하는 분위기다.
이런 격차를 의식한 듯 정부가 ‘지방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에 착수했고, 한편으론 수도권 공공주택 착공 확대 같은 공급 카드도 병행 중이다. 다만 이미 벌어진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간극은 앞으로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규제가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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