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과 교섭한 특고, 유급 휴가 보장받았다
2026.04.29 20:51
지위 인정 “초기업별 교섭 시금석”
노란봉투법 취지 ‘확대 적용’ 사례
다단계 하도급·낮은 운임은 숙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CU BGF로지스가 29일 잠정 합의한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 지위를 인정한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하청 화물기사들이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지 않고도 원청과 직접 교섭한 사례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가 확대 적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양측이 잠정 합의한 단체합의서에는 화물연대 활동 보장, 기존 주 1회 유급 휴무와 별개로 분기별 1회 유급 휴가 추가 보장, 운송료 7% 인상 등이 담겼다. 회사는 파업과 관련해 화물연대에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합의서 초안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명시된 만큼 노조로서 교섭한 것”이라며 “향후 교섭을 이어갈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간 화물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교섭권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경영계는 화물연대가 노조 설립신고 필증을 받지 않은 법외노조이고, 원청과 직접 고용 관계가 없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과 한진을 상대로 한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화물연대의 노조 지위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것이다.
화물연대가 BGF와 관련해 노란봉투법상 교섭 요구 절차를 밟진 않았지만, 이번 잠정 합의안은 화물기사도 노조 지위를 바탕으로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노란봉투법 취지를 반영한 것이자 개별 기업을 넘어선 초기업별 교섭으로 나아가는 시금석을 놨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법 적용 범위 밖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 교섭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잠정 합의가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 교섭 보장이라는 노란봉투법 취지를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고, 기존 기업별 교섭 틀을 깨고 직접 고용관계를 넘어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섭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유급 휴가 보장이다. 김 소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연차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분기별 1회라도 유급 휴가를 정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화물운송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낮은 운임, 열악한 노동조건 등은 이번 잠정 합의안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화물연대도 “핵심 요구는 반영됐지만 구조적 문제는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해소하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갈등의 원인”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성 인정 기준을 확대하고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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